추억의 영화노트/1997년 영화노트

닥터모로의 D.N.A.(Island of Dr. Moreau) ★★★1/2

쭈니-1 2009. 12. 9. 11:30

 

 



감독 : 존 프랑켄하이머
주연 : 발 킬머, 말론 브란도, 데이빗 슐리스

한 과학자가 아무도 살지 않는 섬에 정착하여 사람과 짐승의 DNA를 결합, 수십마리의 BEAST MAN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스스로 과학자의 통제에서 벗어난 BEAST MAN은 인간에 대한 폭동을 일으킨다.
이 영화의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써스펜서와 액션 그리고 SF 등 헐리우드가 좋아할만한 소재로 이루어진 이 영화는 왕년의 섹시배우 말론 브란도와 [도어즈], [배트맨 포에버], [히트]등에서 매력적인 연기를 펼쳤던 발 킬머가 공동 주연을 맡아 영화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한마디로 실망스러운 영화이다. [터미네이터 2], [쥬라기 공원]등의 현란한 SF를 경험했던 관객들에겐 이 영화의 SF는 기술을 사용했는지조차 느끼지 못할만큼 경미한 것이었으며 스토리전개나 주연배우들의 연기 모두 기대이하였다.
이 영화는 비행기 추락으로인해 구조보트에 몸을 맡긴채 수일간 표류한 NASA출신의 세 청년의 혈투로 시작된다. 서로 살기위해 죠스가 득실거리는 바다속으로 동료들을 밀어넣은 더글라스(데이빗 슐리스). 이 오프닝씬은 아마도 인간의 동물적인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영화 후반부에 던질 '누가 인간이고 누가 짐승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감독의 해석인듯하다.
그러나 영화의 줄거리는 그 이후부터 급속도로 흔들리기 시작한다. 더글라스를 구출하여 그를 섬으로 끌어들이는 몽고메리(발 킬머)나 DNA실험에 광분한 모로박사(말론 브란도)등의 캐릭터 등장은 너무나도 상투적이다. 게다가 뚱보가 되어버린 말론 브란도를 보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든 곤욕이다.(그의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파리에서 마지막 탱고]등의 추억의 영화에서처럼 반항적 이미지를 지닌 매력남이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러나 최소한 20년전 [대부]에서처럼의 짙은 카리스마를 지닌 멋쟁이 할아버지의 모습이길 바랬다.)
게다가 발 킬머의 모습은 더 심하다. 분명 나름대로의 매력을 지닌 배우이지만 이 영화에서의 모습은 차라리 보지 않으니만 못하다.(그는 이 영화의 제작비까지 투자하는 열성을 보였는데 완전 자기 무덤을 판 격이다.)
이렇게 공동 주연을 맡은 두 스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자 이 영화의 스토리는 더글라스역의 데이빗 슐리스가 이끌어나간다. 그러나 그는 잘생기지도 않았고 특별한 매력도 없는 그저 평범한 배우였다.
이 영화의 최대 볼거리인 BEAST MAN도 엉망이긴 마찬가지이다. 아카데미를 4회나 수상한 특수분장, 특수효과 전문가 스탠 원스턴이 이 영화의 특수분장과 효과를 맡았는데 아마 그의 경력중 최악의 작품이 될듯하다.
영화는 하이에나가 친구의 죽음으로 광분하여 자기 몸속에 있는 통제칩을 제거하여 자신을 창조한 모로 박사를 죽임으로써 클라이막스에 치닫는다. 박사가 죽자 섬은 통제불능이 되고 몽고메리는 미치광이가 되어버린다. BEAST MAN들은 하이에나를 따라 폭동에 가담하고 더글라스는 위기를 맞이한다. 이러한 팽팽한 긴장감이 돌던 클라이막스는 하이에나의 죽음으로써 시시하게 끝나버리고 영화도 그냥 그렇게 막을 내려버린다. 그저 더글라스가 떠나며 '당신들을 인간으로 만들어줄수있는 과학자를 찾아보겠다'는 말에 '우리는 지금 그대로가 좋다'라는 BEAST MAN이 던진 야릇한 아쉬움만 남긴채 말이다.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헐리우드에선 실존적 서사 드라마 연출의 대가로 알려진 존 프랑켄하이머 감독은 H.G WELLS의 소설에서 인간 본성에 대한 자각을 발견했고 영화화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원작이 내포한 질문을 제대로 던져보지도 못한채 헐리우드의 그저그런 SF영화로 남겨지고 말았다.

1997년 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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쭈니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 로빈 쿡의 [DNA]가 베스트셀로였죠. 그래서 이 영화의 제목도 [닥터모로의 DNA]라는 엉뚱한 제목이 붙여졌답니다. 암튼 별로 기억에 남을 것이 없는 영화였습니다.  2005/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