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한지승
주연 : 최진실, 김승우, 권해효, 박상아
어느 신문에서인가 '세기말 현상'에 대한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기사에선 최근 TV드라마나 영화, 노래등 대중문화가 죽음, 환생등의 신비로운 소재가 히트하는 것을 두고 '세기말 현상'이라 단정지었다. 그런 맥락에서 생각해본다면 작년 [은행나무 침대]나 올해의 [고스트 맘마]의 흥행 성공을 '세기말 현상'으로 단정지어야 될지?
충무로는 약삭빨랐다. 귀신 이야기가 흥행에 좋은 요소라고 생각한 황기성 사단은 요즘 우리 영화의 주장르인 로맨틱 코메디에 신비로운 귀신 이야기를 접목시켰다. 줄거리의 기둥은 [사랑과 영혼]에서 따왔으며 특수효과 때문에 제작비가 늘어나지 않도록 김승우는 귀신이 된 최진실을 만질 수 있게끔 했다. ([사랑과 영혼]에서 데미 무어가 패트릭 스웨이지를 뚫고 지나가는 장면은 분명 안타깝고 신비로웠지만 기술과 제작비는 그리 낭만적이지 않다.) 로맨틱 코미디에서 주로 활약하던 톱스타 최진실을 귀신이된 엄마로 설정했고 약간 어벙해보이는 김승우를 그 상대역으로 캐스팅하여 영화의 코믹한 면을 살렸다. 그리고 마지막의 눈물 장면까지 한지승 감독은 한국 영화가 할 수 있는 한도내에서의 모든 노력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하나하나 따져보며 살펴보기로 하자.
먼저 이 영화의 성공은 캐스티의 적절함에 있다. 여배우치곤 꽤 많은 나이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깜찍한 이미지로 꾸준히 인기를 얻고있는 톱스타 최진실의 캐스팅도 적절했고 요즘 주가를 높이고 있는 핸섬하면서도 꺼벙한 이미지를 가진 김승우의 캐스팅도 적절했다. 라스트에 김승우와 결혼하게될 박상아는 초반에 형편없는 모습으로 나왔다가 후반에 멋진 변신을 보여주어 관객을 놀라게 했으며, 김승우의 친구역을 맡은 권해효는 극분위기를 활기차게 이끌어가도록 재역할을 다해냈다.
이 영화의 최대장점은 스토리이고 또 최대약점 역시 스토리이다. 이 영화는 죽은 아내와 살아남은 남편의 사랑이라는 한국영화로는 특이한 소재를 삼고 있으면서도 로맨틱 코미디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기발함을 보였다. 우령이된 최진실은 남자 목욕탕에 맘대로 들어오고(그러한 설정은 이미 [가슴달린 남자]에서 시도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남편 김승우를 골탕먹이며 그를 당황하게 한다. 그러다가 적당한 때에 영화를 슬프게 만들기도 하고 결국 김승우와 천사표 처녀 박상아를 맺어준후 떠난다. 이러한 스토리펠링은 우리 관객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것이었으며 그렇기에 관객들은 별 부담없이 즐길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스토리 전개는 이 영화가 얼마나 모험을 회피하며 안전만을 바라는지 보여준다. [사랑과 영혼]에서 죽은 패트릭 스웨이지는 아내 데미 무어를 위기에서 구해주기위해 갖은 애를 쓰지만 그는 유령으로 사람을 헤칠수도, 아내 데미 무어를 만질수도 없었다. 그가 사람을 만질수 있을때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고스트 맘마]는 [사랑과 영혼]에서와 같은 설정시 벌어질 기술문제와 제작비의 모험을 피해 한가지 반칙을 범했다. 최진실은 김승우의 눈에는 보이며 그만이 그녀를 만질수 있다. 이 얼마나 편리한 설정인가? 그러나 그러한 설정은 왠지 [사랑과 영혼]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며 눈물짓던 괜객에게 '한국 영화는 이래서 안돼'라는 푸념을 늘어놓게 한다.
하지만 모험을 회피할수 밖에 없는 한국 영화의 현실을 이해해주기로 하자. [고스트 맘마]는 [사랑과 영혼]처럼 전세계에 배급할 경로가 없지 않는가!
1997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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