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우려했지만 그는 완벽했다.
저와 구피의 첫 닥터는 데이비드 테넌트였습니다. 그렇기에 데이비드 테넌트가 <닥터 후 시즌 4>를 마지막으로 맷 스미스에게 닥터의 자리를 넘겨주자 <닥터 후> 시청을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웅이도 <닥터 후>를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웅이에게 첫 닥터는 맷 스미스였습니다. 하지만 맷 스미스 역시 <닥터 후 시즌 7>을 마지막으로 퇴장을 했고, 그 자리를 피터 카팔디가 물려 받았습니다. 그렇기에 피터 카팔디가 처음으로 등장한 <닥터 후 시즌 8>을 저와 웅이는 우려의 눈빛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나마 <닥터 후 시즌 7> 후반부터 등장한 클라라가 <닥터 후 시즌 8>에도 남아줘서 다행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우려와는 달리 피터 카팔디는 완벽한 닥터가 되었습니다. 맷 스미스가 클라라와 묘한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재미를 줬다면 피터 카팔디는 마치 클라라의 아버지와 같은 입장에서 클라라와 절묘한 앙상블을 만들어냈습니다.
문제는 피터 카팔디와 철떡 궁합이었던 클라라가 <닥터 후 시즌 9>를 마지막으로 떠나버렸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흑연 여성이며 동성애자인 빌 포츠와 <닥터 후 2015년 크리스마스 스페셜 : 리버 송의 남편들>에서 첫 선을 보인 나돌로 채웠습니다. 클라라에 대한 애정이 깊었던 저와 웅이 입장에서는 우려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보인다.
솔직히 처음엔 우려의 시선을 보낼 수 밖에 없었던 피터 카팔디는 <닥터 후 시즌 8>에서부터 <닥터 후 시즌 10>을 보는 동안 어느정도 저와 웅이에게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빌 포츠는 <닥터 후 시즌 10>이 끝나는 순간까지 익숙해지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빌 포츠라는 캐릭터의 특이성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분명 인정합니다. <닥터 후>는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을 맞추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빌 포츠는 여성적 매력이 부족한 흑인 여성이며, 성소수자로 그려진 것이겠죠. 그러한 노력은 충분히 높이 살만합니다. 과거 <닥터 후 시즌 3>에서 컴패니언으로 활약한 흑인 의사 마사 존스와 비교해본다면 빌 포츠가 얼마나 파격적인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빌 포츠 캐릭터의 특이성이 아닙니다. <닥터 후> 컴패니언으로 큰 인기를 얻었던 로즈 타일러, 에이미 폰드, 그리고 클라라 오스왈드는 빼어난 미모 외에도 엉뚱하고 가끔은 미숙한 닥터를 보완하는 완벽한 동반자였습니다. 그에 비해 빌 포츠는 오히려 닥터의 발목을 잡는 캐릭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것이 제가 <닥터 후 시즌 10>을 보며 클라라 때와는 달리 빌 포츠에게 애정의 눈길을 보내지 못한 이유입니다.
마지막 결말이 뭉클했다.
빌 포츠 때문에 이전 <닥터 후>보다는 재미잇게 즐기지 못한 <닥터 후 시즌 10>. 하지만 에피소드가 뒤로 가면 갈수록 몰입감은 최고였습니다. 특히 '에피소드 5 : 산소'에서 시력을 잃은 닥터가 그 사실을 빌에게 숨긴채 교황의 요청으로 고대 문서를 조사하는 '에피소드 6 : 극한'부터는 그 뒤 이야기가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에피소드 6 : 극한'의 이야기는 '에피소드 7 : 종말의 피라미드'를 거쳐 '에피소드 8 : 이 땅의 거짓말'로까지 이어집니다. 물론 여기에서도 빌은 닥터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맘대로 사고를 칩니다. 그나마 닥터의 활약으로 뭉크에 의해 지배당하던 지구인들은 자유를 되찾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닥터 후 시즌 10>을 장식할 '에피소드 11 : 충분한 세상과 시간' 그리고 '에피소드 12 : 닥터, 쓰러지다'가 진행됩니다. 여기에서는 닥터의 친구이자 숙적인 마스터 혹은 미씨가 중요하게 등장하는데, 빌은 사이버맨이 되어 버리고, 미씨는 과거의 자신인 마스터를 만나 닥터를 배신하는 등 이야기가 스펙타클하게 진행됩니다.
특히 저는 마지막 에피소드인 '에피소드 12 : 닥터, 쓰러지다'가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스터가 어떻게 미씨로 재생성했는지, 그리고 미씨는 어떤 최후를 맞이하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아이러니했고, 사이버맨이 된 빌이 '에피소드 1 : 비행사'에서 만나 첫눈에 반한 헤더와 재회하고, 닥터는 재생성을 거부합니다. 이렇게 피터 카팔디의 닥터는 퇴장을 맞이합니다.
이제 우리는 또다른 변화와 마주해야한다.
<닥터 후 시즌 10>은 피터 카팔디가 출연한 마지막 <닥터 후>입니다. 그리고 올해 방영될 예정인 <닥터 후 시즌 11>에서는 처음으로 닥터가 여성으로 재생성된다고 합니다. 하긴 이미 마스터가 여성인 미씨로 재생성된 만큼 닥터 역시 여성으로 재생성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닥터 후 시즌 11>은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저도 어느덧 데이비드 테넌트, 맷 스미스, 피터 카팔디, 이렇게 세명의 닥터와 신나는 시간, 우주 여행을 했네요. <닥터 후 시즌 11>의 국내 본방이 몇일 몇시에 할지 잘 모르겠지만, 웅이와 함께 <닥터 후 시즌 11>을 즐기기 위해서는 방송이 끝난후 다운로드 서비스가 오픈하면 한꺼번에 즐겨야할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당분간 <닥터 후>와 이별을 하려고 합니다. 지난 3개월 동안 저와 웅이의 주말을 책임져주었던 닥터와 컴패니언에게 감사의 말을 전하며 한동안은 <에이전트 오브 쉴드>와 함께 주말을 보낼 계획이랍니다.
'그외이야기들 > TV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이전트 오브 쉴드 시즌 3> - 다시 만난 즐거움. (0) | 2018.07.10 |
---|---|
<닥터 후 2017년 크리스마스 스페셜 : 트와이스 어폰 어 타임> - 최초의 여성 닥터 탄생 (0) | 2018.06.12 |
<닥터 후 2016년 크리스마스 스페셜 : 닥터 미스테리오의 귀환> - 슈퍼 히어로와 닥터의 만남 (0) | 2018.05.23 |
<닥터 후 시즌 9> - 충격과 슬픔으로 클라라를 떠나보내다. (0) | 2018.05.14 |
<닥터 후 2014년 크리스마스 스페셜 : 마지막 크리스마스> - 클라라가 다시 돌아와 기쁘다. (0) | 2018.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