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김석윤
주연 : 김명민, 오달수, 김지원, 이민기
개봉 : 2018년 2월 8일
관람 : 2018년 2월 10일
등급 : 12세 관람가
'조선명탐정 시리즈'만의 재미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본 것이 어느덧 7년 전이네요. 저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에 완벽하게 만족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꽤 재미있게 봤었습니다. 제가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을 재미있게 볼 수 있었던 이유는 코믹 사극 스릴러라는 독특한 장르 덕분입니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은 정조 16년을 배경으로 공납 비리를 파헤치려는 조선 제일의 명탐정 김민(김명민)의 활약을 담고 있습니다. 솔직히 사건의 진실은 조금 느슨해서 스릴러적 재미는 별로였지만, 김명민, 오달수 콤비의 코믹 연기와 장르의 신선함이 돋보였던 영화입니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흥행 성공으로 4년후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이 개봉하였습니다. 저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을 웅이와 함께 봤는데, 정조에게 미운 털이 박혀 외딴 섬에 유배된 김민이 조선 전역에 불량 은괴가 유통된다는 소식을 접하고 파트너 서필(오달수)과 함께 사건 해결에 내선다는 내용입니다.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전편의 재미를 고스란히 잇고 있는데 그로인하여 신선함은 덜했지만, 시리즈의 재미만큼은 확실하게 구축해 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과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을 잇고 있는 시리즈의 재미란 무엇일까요? 그것은 바로 김민, 서필의 코믹한 브로맨스가 첫번째요,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쥐고 있는 미모의 여성 캐릭터가 두번째입니다.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는 한지민이,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는 이연희가 그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세번째는 지금껏 본 적없는 조선시대의 과학적 수사를 기본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약간은 어리버리해 보이는 김민은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사건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는 능력을 선보였고, 그것이 '조선명탐정 시리즈'만의 재미가 되었습니다.
김민과 서필의 코믹 브로맨스는 이번 영화에서도 유효하다.
딱딱하고 조금은 심각한 분위기의 소재를
부담없는 웃음으로 풀어나가는 김명민과 오달수의 코믹 연기는 역시나 대단하다.
흡혈괴마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3편까지 이어지며 우리나라 영화로는 현재 유일하게 시리즈화에 성공한 이유도 '조선명탐정'만의 재미가 확실했기 때문입니다.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3편인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민과 서필의 코믹 브로맨스는 여전했습니다. 영화 초반, 놀이패에 흡혈귀가 있다는 소문을 듣고 청나라 마술사로 변장한채 잠입한 김민과 서필의 코믹한 소동극은 이 영화가 김민과 서필의 콤비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이기도합니다.
미스터리한 흡혈귀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여주인공 월영(김지원)도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재미를 이어주고 있습니다. 기억을 잃은채 깨어나 사람을 초월한 괴력의 힘을 가지고 있는 월영은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김민, 서필과 힘을 합쳐 사건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하지만 그녀가 김민과 서필의 아군인지, 적군인지 영화 후반부까지는 밝혀지지 않습니다. 이렇게 도무지 알 수 없는 월영의 정체는 영화의 재미를 더해줍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이 전편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김석윤 감독은 가장 중요한 '조선명탐정 시리즈'만의 재미라고 할 수 있는 조선시대 과학 수사에 대한 재미를 180도로 뒤집어버립니다.
사실 오프닝 장면에서 놀이패에 숨어 있는 흡혈귀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이 '조선명탐정 시리즈'에 어울리는 미스터리입니다. 초현실적인 사건처럼 보이지만, 김민의 과학 수사에 의해 진실이 밝혀지고나면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평범한 사건임이 드러나는 순간, '조선명탐정 시리즈'만의 재미가 빛을 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은 흡혈귀에 대한 과학적인 진실을 영화 초반 오프닝으로 펼쳐놔 버립니다. 그리고 정작 가장 중요한 강화도에 출몰한 흡혈귀 사건에서는 초현실적인 판타지로 꾸며 넣습니다. 과연 그러한 변화는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에 득이 될까요? 실이 될까요?
어마어마한 괴력을 지닌 여인 월영.
그녀는 과연 김민과 서필의 아군일까? 적군일까?
그녀의 정체가 아리송할수록 '조선명탐정 시리즈'만의 재미는 더욱 커진다.
처음부터 탈 과학수사에 대한 변명을 만들어놓다.
어쩌면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이 이전 시리즈와는 달리 탈 과학수사를 선언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지 모릅니다. 이미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보다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의 흥행성적이 떨어지며 시리즈의 변화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고, 이에 대해 김석윤 감독은 조선시대 과학수사라는 한정된 소재에서 벗어나 흡혈귀라는 판타지에나 나올법한 소재를 끌어들여 영화의 소재와 외형을 넓히는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에서 이미 예고된 바가 있습니다.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은 마지막 부분에서 흡혈귀로 보이는 자의 등장으로 영화를 마무리지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 김석윤 감독은 영화 초반부터 탈 과학수사에 대한 변명을 주저리 주저리 펼쳐 놓습니다. 흡혈귀 따위는 없다는 서필에게 김민은 UFO에 의한 인간 납치, 그리고 청나라에서 온 난파선에서의 좀비 등을 예로 들며 이렇게 불가사의한 사건도 있는데 흡혈귀가 없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하냐며 서필을 나무랍니다. 그 뿐만이 아닙니다. 마치 죽음에서부터 깨어난 것처럼 보이는 월영의 부활, 도저히 인간의 짓으로는 보이지 않는 흑도포(이민기)의 범행등 영화 초반의 장면들을 통해 기존의 코믹 사극 스릴러가 코믹 사극 판타지로 바뀌고 있음을 끊임없이 관객에게 어필한 것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그러한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월영이 죽음에서 깨어난 것처럼 보이고, 흑도포가 도저히 사람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신출귀몰한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러도 저는 이 사건의 내막이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제 기대는 영화 후반부에 완전히 깨져 버립니다. 흑도포와 월영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강화도 흡혈귀 사건이 더이상 과학수사가 아닌 판타지로 밖에 설명될 수 밖에 없음이 드러나고 말았던 것입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흑도포는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도 현실을 초월한 흡혈괴마라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현실을 벗어난 범행이 벌진다면 조선 최고의 명탐정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뭔가 따로 노는 듯한 월영의 캐릭터는 의도된 것인가?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에서 한가지 더 아쉬웠던 것은 월영의 존재입니다. 물론 그녀는 영화의 후반까지 정체를 감추며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전형적인 여주인공 역할을 충실히 해냈습니다. 하지만 시리즈 전체로 본다면 가장 매력이 떨어집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조선명탐정 : 각시투구꽃의 비밀]의 한객주(한지민)가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한객주를 연기한 한지민은 지금까지의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와는 달리 가슴골을 드러내는 파격적인 모습으로 팜므파탈의 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줍니다. 물론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너무 급격한 캐릭터 변화가 아쉬웠지만 그래도 그녀의 그러한 연기 변신이 있었기에 '조선명탐정 시리즈'만의 재미가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조선명탐정 : 사라진 놉의 딸]의 히사코(이연희)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히사코를 연기한 이연희 역시 한지민과 마찬가지로 청순하고 귀여운 이미지로 뭇남성의 사랑을 받던 여배우입니다. 그러한 그녀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본인 기생으로 섹시미를 뿜낸 것입니다. 그와는 달리 김지민은 괴력을 지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이미지를 벗어난 새로운 연기 변신은 없습니다.
특히 저는 영화를 보는 내내 월영이라는 캐릭터가 다른 캐릭터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 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제가 그러한 느낌을 받은 이유는 월영의 대화체 때문입니다.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한 만큼 등장 인물 전체가 사극에서 볼 수 있는 대화체를 유지합니다. 그런데 유독 월영만은 현대극의 대화체를 씁니다. 그러한 설정은 김석윤 감독의 계획된 의도처럼 보이지만, 저로써는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당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로인하여 오히려 월영만이 다른 캐릭터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 노는 듯한 느낌을 받았으니 김석윤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도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많아 보입니다.
월영 : 너 사실 내가 무섭지?
김민 : 아니오. 무섭지 않소.
이 두 사람의 대화는 마치 현대와 과거의 대화같았다.
코믹 사극 스릴러에서 코믹 사극 판타지로 넘어가는 과도기가 아닐까?
사실 저는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이 싫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전반적으로 재미있었다는 것이 제 솔직한 영화평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김명민의 물 오른 코믹 연기와 이를 잘 뒤받침해주는 오달수 콤비는 시리즈가 진행되면 될수록 점점 위력을 발휘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김지원의 연기가 조금 따로 노는 것만 같았지만, 알 수 없는 월영의 정체가 영화의 재미를 더해줬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영화 후반부 판타지적인 결말은 불만이긴 하지만, 어쩌면 그로인하여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새로운 전환을 맞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조선시대 과학수사라는 소재만으로는 영화가 한정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제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획기적인 방식으로 조선시대 과학수사를 시리즈 내내 이어나갔으면 더할나위없이 좋겠지만, 그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판타지로 범위를 넓힌다면 더 많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이번엔 흡혈귀가 등장해서 30년전의 원한을 풀었고, 영화의 말미에는 존비(좀비 아닙니다. 존재할 존(存)에 아닐 비(非) 존재하면 안될 존재, 존비입니다.)가 나타나 후속편을 예고했습니다. 이제 원한에 사무친 귀신, 사람의 탈을 쓰고 홀리는 호랑이, 여우 등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판타지 소재까지 끌어다 쓸 수 있으니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무궁무진한 소재를 가지게된 것입니다.
저는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이 코믹 사극 스릴러에서 코믹 사극 판타지로 넘어가는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급작스로운 변화 때문에 실망한 저와 같은 관객들도 있겠지만, 이 과도기만 잘 넘긴다면 '조선명탐정 시리즈'는 성공적인 장기 흥행 프랜차이즈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한 기대감이 [조선명탐정 : 흡혈괴마의 비밀]에 대한 제 아쉬움을 달래주고 있습니다.
흥행에 성공적인 프랜차이즈 영화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미국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영화들은 속편에 너무 인색하고 서투르다.
그렇기에 나는 '조선명탐정 시리즈'가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다.
'영화이야기 > 2018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블랙 팬서] - 마블의 새로운 슈퍼 히어로를 영접하라!!! (0) | 2018.02.19 |
---|---|
[패딩턴 2] - 한층 강화된 긍정의 해피 바이러스 (0) | 2018.02.13 |
[염력] - 너무 가벼워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0) | 2018.02.06 |
[올 더 머니] - 가족의 가치에 가격을 매기려 했던 남자. (0) | 2018.02.05 |
[커뮤터] - 리암 니슨도 이제 그만하자. 할만큼 했다. (0) | 2018.01.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