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자움 콜렛 세라
주연 : 리암 니슨, 베라 파미가, 패트릭 윌슨, 샘 닐
개봉 : 2018년 1월 24일
관람 : 2018년 1월 30일
등급 : 15세 관람가
또 가족을 위한 액션 히어로?
지난주 [커뮤터]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액션영화에 목말라 있는 현재 상황에서 당연히 [커뮤터]는 극장에서 챙겨봐야할 기대작임에 분명했지만, [커뮤터]를 극장에서 보기 위해 선뜻 나설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커뮤터]는 가족이 인질로 잡힌 전작 경찰 마이클(리암 니슨)이 사상 최악의 열차 테러범에 맞서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일단 이 영화는 너무 낯익은 영화입니다. 리암 니슨이 가족을 위해 범죄조직과 싸우는 내용은 2008년 전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한 [테이큰]에서부터 내려온 리암 니슨만의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그 전까지만해도 리암 니슨은 [쉰들러 리스트], [넬], [비포 앤 애프터], [마이클 콜린스] 등으로 연기파 배우의 길을 걸었지만, [테이큰]은 그를 한순간에 액션 히어로로 바뀌 놓은 것입니다.
이후 [테이큰]은 2015년 3편까지 제작되며 리암 니슨의 대표작이 되었습니다. 그것이 끝이 아닙니다. 리암 니슨에게 가족을 지키기 위한 액션 히어로의 진가를 확인한 할리우드는 끊임없이 그러한 이미지를 확대 재생산했는데 [언노운], [논스톱], [런 올 나이트] 등이 [테이큰]의 아류작임을 스스로 천명한 영화이며, [커뮤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게다가 [커뮤터]의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은 [언노운], [논스톱], [런 올 나이트]를 통해 [테이큰] 아류작에 앞장선 인물로, 더이상 액션 히어로 연기는 안하겠다고 선언한 리암 니슨의 마음까지 바뀌어 [커뮤터]에 출연시킨 장본인이기도합니다.
지금까지 리암 니슨의 액션영화는 빠뜨리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봤던 저는 [런 올 나이트]는 보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리암 니슨이라 할지라도 너무 비슷한 이미지의 반복에 지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커뮤터]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런 올 나이트]처럼 이번 영화도 건너 뛰어야 하지 않을까? 고민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1월의 시작과 동시에 찾아온 온갖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결국 저는 리암 니슨의 속시원한 액션영화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직도 리암 니슨의 가족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간 큰 범죄자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
이쯤되면 리암 니슨의 가족은 건드리면 안된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로 알텐데 말이다.
이제 그만 해라. 그러다 다친다.
열차에 타선 안될 사람을 찾아라.
제가 결정적으로 [커뮤터]를 보기로 결심한 이유는 이 영화가 앞선 영화와는 달리 추리게임이 삽입되었다는 누군가의 리뷰를 읽었기 때문입니다. 10년째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열차를 타는 마이클 맥콜리. 그는 가족을 위해 경찰을 그만두고 지금은 고객에게 보험 상품을 파는 평범한 샐러리맨입니다. 그런데 어느날 직장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습니다. 아들은 곧 대학에 진학하고, 대출금도 갚아야 하는 갑자기 실직자 신세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열차에서 마이클은 낯선 여자에게서 이상한 제안을 받게 됩니다.
마이클에게 접근한 조안나(베라 파미가)는 마이클에게 '열차에 타선 안될 사람을 찾아라.'라는 미션을 줍니다. 그녀가 제시한 힌트는 많지 않습니다. 열차에 타선 안될 사람은 가방을 들고 있고, 열차의 종착지인 콜드스프링역까지 가며, 사용하고 있는 가명이 프린이라는 사실입니다. 이 뜬금없는 제안에는 당근과 채찍이 함께 주어지는데, 당근은 돈입니다. 실직한 마이클에게 당장 2만5천 달러의 돈이 쥐어졌고, 미션에서 성공하면 7만 5천달로의 돈이 추가로 지급됩니다. 10만 달러의 돈이라면 아들의 대학등록금은 물론 대출금 상환까지 단번에 해결될 정도로 거액입니다. 채찍은 인질로 잡힌 가족입니다. 만약 미션에서 성공하지 못하면 인질로 잡힌 마이클의 가족은 목숨을 잃게 될 것입니다.
우선 마이클은 가족의 안전을 위해 조안나가 시키는대로 열차에 타선 안될 사람을 추리해 나갑니다. 마이클처럼 매일 같은 시간에 열차를 타는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제외하고, 열차의 좌석에 꽂혀 있는 일회용 승차권을 단서로 목적지가 콜드스프링역까지 가는 이들을 추려냅니다. 하지만 조안나 일당이 살인도 서슴치 않는 위험한 자들이고, 마이클이 열차에 타선 안될 사람을 지목하면 곧바로 살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빠집니다.
열차에 타선 안될 사람을 찾지 못하면 가족이 위험하고,
찾으면 그 사람은 살해당한다.
가족도 구해야 하고, 조안나 일당의 범죄도 막아야 하는 마이클.
그는 이 진퇴양난의 상황을 어떻게 해쳐나갈까?
어느순간 잊혀진 인질로 붙잡힌 가족의 존재
저는 제 아무리 리암 니슨이라 할지라도 이번엔 조안나 일당을 막고, 가족까지 구하긴 힘들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마이클은 열차에 갇힌 상태입니다. 가족을 구하기 위해서는 열차에서 내려 가족에게로 달려가야 하지만 그랬다가는 마이클을 감시하고 있는 조안나 일당에 의해 오히려 가족의 안전이 위협당할 것입니다. 상황이 이러하니 마이클은 한때 동료였던 경찰 알렉스 머피(패트릭 윌슨)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집으로 경찰을 보내달라고... 하지만 경찰이 도착하기전 조안나 일당이 먼저 마이클의 가족을 납치합니다. 이제 마이클로서는 가족을 구하기 위해 조안나의 명령을 듣는 것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셈입니다.
그런데 마이클은 갑자기 인질로 붙잡힌 가족의 존재를 잊은 듯 행동합니다. 마이클은 열차에 타서는 안될 사람인 프린을 찾은 이후에도 "당신이 그들에게 죽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어."라고 선언합니다. 조안나가 가족을 살리길 원한다면 프린을 죽이라고 윽박지르지만, 마치 가족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행동합니다. 아마도 자움 콜렛 세라 감독 또한 마이클이 처한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가족과 프린 모두 살리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나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눈에 보이지 않는 가족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두고, 당장 눈 앞에 있는 프린 살리기에 돌입하도록 만듭니다.
[커뮤터]의 첫번째 아쉬움은 바로 그러한 후반부 설정에서 비롯됩니다. 이렇게 인질로 붙잡힌 가족을 무시하려면 가족이 인질로 붙잡혔다는 설정을 애초부터 포기했어야 했습니다. 아니면 마이클이 프린은 물론 인질로 붙잡힌 가족도 구할 수 있는 묘안을 짜내던가요. 이도 저도 아닌 상태에서 그냥 마지막 부분에 FBI가 마이클의 집 앞에서 3명의 괴한을 체포했다며 가족은 무사하다는 말 한마디로 얼렁뚱땅 이 상황을 넘겨버리니 저로써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나 살기도 힘든데, 인질로 붙잡힌 가족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마치 [커뮤터]를 보다보면 그러한 마이클의 생각이 읽히는 듯 했다.
이럴려면 차라리 가족이 인질로 붙잡혔다는 설정은 넣지 말았어야 했다.
추리게임에 미숙하다. (이후 영화의 반전을 언급합니다.)
[커뮤터]에 대한 제 두번째 아쉬움은 후반부 반전에서 비롯됩니다. 영화 초반 뉴스 장면에서 시청 직원의 자살이 언급되고, 그것이 프린과 연관이 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프린은 과연 누구이며, 조안나가 마이클을 끌어들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것이 [커뮤터]가 내세운 추리게임입니다. 하지만 스릴러 영화를 자주 본 관객이라면 이 추리게임은 맥없이 풀리게 되어 있습니다. 영화에서 별로 중요하게 보이지 않던 캐릭터가 필요이상으로 많은 분량에 출연하면 영화 후반부엔 어김없이 중요 캐릭터로 부상합니다. 그러한 뻔한 법칙이 [커뮤터]에도 어김없이 등장합니다.
영화를 초반으로 되돌려보면,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은 마이클은 울적한 마음에 옛 동료 형사인 알렉스와 술잔을 기울입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경찰 서장인 호손(샘 닐)을 만납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알렉스가 범인이네.'라고 단정지었습니다. 물론 아직은 마이클이 어떤 사건에 휘말릴지 알 수 없었지만 스릴러 영화를 자주 본 감에 의한다면 호손은 미끼이고, 알렉스가 마이클의 뒷통수를 친 나쁜 놈일 것이라 예상한 것입니다. 특히 마이클에게 시간에 맞춰 열차를 타야하지 않느냐며 떠미는 알렉스의 모습은 수상해도 너무 수상했고, 영화 후반부엔 그 이유가 밝혀집니다.
프린의 정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커뮤터]는 영화 초반, 열차에 탄 다양한 승객들을 보여줍니다. 그 중에서 유독 비중있게 보여주는 인물이 인도인 펀드 매니저입니다. 하지만 대놓고 부정적인 이미지를 풀풀 풍기는 펀드 매니저는 호손과 마찬가지로 미끼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 대신 인도인 펀드 매니저와 싸우고 자리를 바꾼 여성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시종일관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크게 듣던 그녀가 인도인 펀드 매니저의 통화소리가 크다며 싸우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그럴 필요도 없었음을 눈치챘다면 프린의 정체는 더이상 추리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내가 한번쯤은 선배를 돕도록 하게 해주세요."라며 열차안에 올라선 알렉스
그는 아예 대놓고, '나 수상한 사람이야!'라며
관객에게 조용히 속삭이는 캐릭터이다.
후반부 열차 탈선 장면은 볼 만했다.
제가 [커뮤터]에서 가장 실망했던 장면은 프린이 사촌을 죽인 범인의 말투를 마이클에게 설명하고, 열차에 올라선 알렉스가 그 말투를 똑같이 재현하는 장면입니다. 어차피 처음부터 알렉스를 의심했던 제 입장에서는 이런 말도 안되는 장면을 통해 관객 앞에 알렉스가 범인임을 내세우며 반전이라고 말하는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이 어처구니없게 느껴졌습니다. 차라리 알렉스가 영화 초반 마이클과 술을 마시며 그러한 말투로 이야기를 했다면 조금 뻔해도 넘어가줄 수 있었을텐데...
이렇게 [커뮤터]는 제가 기대했던 것을 제대로 채워주지는 못했던 영화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커뮤터]에 볼거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저는 열차 탈선 장면에서 제가 [커뮤터]에 기대했던 스펙타클을 만끽할 수가 있었습니다. 분명 특수효과에 기댄 장면일텐데... 얼마나 실감이 나던지... 열차 탈선 장면을 보며 움찔거리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 중반 마이클이 열차에 올라탄 경찰을 피해 열차 아래로 뭄을 피하고 빠져 나갔다가 다시 열차에 올라타는 장면에서는 [커뮤터]에서 좀처럼 느낄 수 없었던 짜릿한 스릴을 한꺼번에 느꼈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 경찰로 복귀해서 조안나를 체포하는 장면도 통쾌했는데, 영화의 마지막 장면까지 조안나가 붙잡히지 않고 빠져나갔더라면 '뭐야? 속편 예고야?'라며 찝찝함을 느끼며 극장을 나설 뻔 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자움 콜렛 세라 감독은 조안나를 체포하며 깔끔하게 영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솔직히 [커뮤터]는 단순한 킬링타임 액션영화라는 측면에서는 볼만한 영화입니다. 리암 니슨의 액션영화가 언제나 그랬고, 특히 자움 콜렛 세라 감독과 호흡을 맞춘 영화에서는 더더욱 그러한 경향이 돋보였으니까요. 그래도 [커뮤터]를 마지막으로 이제 리암 니슨도 이런 류의 액션영화는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속했다가는 연기파 배우에서 B급 액션배우로 전락한 니콜라스 케이지 꼴이 될것만 같아 불안하네요. 다시 예전처럼 묵직한 연기파 배우로 다시 돌아와주시길...
비행기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성공적인 밀실추리액션극 [논스톱]을 완성했던
자움 콜렛 세라 감독과 리암 니슨.
이번엔 열차라는 제한된 공간을 배경으로 [논스톱]의 성공을 재현하려했지만
모든 부분에서 [논스톱]과는 달리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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