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조하네스 로버츠
주연 : 맨디 무어, 클레어 홀트
개봉 : 2017년 7월 19일
관람 : 2017년 7월 23일
등급 : 15세 관람가
여름엔 역시 공포영화를 봐야지!!!
저희 가족은 저를 비롯해서 전부 겁이 많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좋아하지만 공포영화는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결혼하기 전까지만해도 여름엔 공포영화 한편쯤은 꼭 봐야한다고 생각했던 저로써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혼자는 보지 못하지만, 구피나 웅이가 함께 봐준다면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올해는 구피와 웅이를 어떻게든 꼬드겨서라도 극장에서 공포영화보기 계획을 세웠습니다. 일단 제 레이다망에 들어온 영화는 오는 8월 17일 개봉 예정인 [장산범]입니다. 웅이는 '장산범'을 소재로한 웹툰도 무서웠다며 고개를 절래절래 흔듭니다. 하지만 구피는 약간 긍정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이렇게 [장산범]의 극장 관람 계획은 절반의 성공만을 거둔채 8월 17일 이후까지 최종 결과를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장산범]은 무서워서 못보겠다는 웅이를 위해서 준비한 영화도 있습니다. 바로 [47미터]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구피가 [47미터]는 도저히 못보겠다고 선언합니다. 해저동굴을 소재로한 2011년 재난영화인 [생텀]을 보며 숨이 막히는 것만 같은 폐쇄공포의 답답함을 느꼈다는 구피는 영화의 대부분이 '47미터'의 해저에서 벌어지는 [47미터]에 대한 제 설명을 듣고는 이야기만으로도 폐쇄공포가 밀려온다며 [47미터]를 완강히 거부한 것입니다.
어쩔 수 없이 [47미터]는 저와 웅이만 보러 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웅이 입장에서는 극장에서 보는 첫 공포영화인 셈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영화가 시작되기도 전부터 웅이는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습니다. 영화가 진행되며 식인상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제 손을 꼭 잡습니다. 저도 공포영화를 볼땐 무서운 장면마다 구피의 손을 꼭 잡고 놓아주지 않는데, 어쩜 이리도 저를 닮았는지... ^^
기존의 식인상어 영화와의 차별점
[47미터]는 식인상어를 공포의 대상으로 내세운 전형적인 여름철 공포영화입니다. 식인상어에 의한 공포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출세작이기도한 [죠스]를 통해 1975년 첫 선을 보였고, 이후 '죠스 시리즈'와 [죠스]를 변형한 각종 B급 공포영화들로 발전했습니다. 특히 레니 할린 감독의 1999년 영화 [딥 블루 씨]는 유전자 변형 식인상어를 등장시켜 [죠스]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켰습니다. 이렇게 식인상어 영화는 피서지인 시원한 바닷가와 비키니 미녀, 그리고 오싹한 바다밑 공포의 만남으로 여름철 공포영화의 단골 소재가 되었습니다.
문제는 식인상어 영화가 반복적으로 제작이 되다보니 약간은 식상한 감도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47미터]는 기존의 식인상어 영화와 차별점을 내세워야 했습니다. 일단 [47미터]가 첫번째로 내세운 차별점은 샤크 케이지입니다. 기존의 식인상어 영화는 대체적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바닷가에서 갑작스러운 식인상어의 출몰이라는 엇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47미터]는 익스트림 스포츠인 상어 체험, 즉 샤크 케이지를 내세웠고,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하여 샤크 케이지에 갇힌채 심해 '47미터'까지 추락한 리사(맨디 무어)와 케이트(클레어 홀트)를 통해 식인상어 외의 또다른 공포를 만들어냈습니다. 상당히 긍정적인 부분입니다.
두번째로 내세운 차별점은 반전입니다. 영화의 메인 포스터에서부터 "이 영화의 결말은 미쳤다."라는 광고카피를 박아 넣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반전에 의한 기대감을 부추겼습니다. 사실 식인상어 영화는 별다른 반전이 있기 힘듭니다. 식인상어와의 사투가 영화의 전부일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물론 2011년에 개봉한 [샤크 나이트 3D]처럼 반전을 내세운 식인상어 영화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샤크 나이트 3D]는 억지스러운 반전을 위해 오히려 식인상어에 대한 공포를 반감시키는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47미터]의 반전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살짝 걱정되었습니다.
샤크 케이지의 차별점은 좋았다.
[47미터]가 내세운 두가지 차별점 가운데 저는 샤크 케이지를 소재로 내세운 것은 매우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식인상어 영화는 장점이 확실한 만큼 단점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식인상어에 의한 공포는 바닷속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기에 식인상어의 공포를 감지한 사람들이 육지로, 혹은 배로 피신을 하면 식인상어에 의한 공포는 확연하게 반감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무대가 샤크 케이지이고, 주인공이 바닷속 샤크 케이지에 갇혔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샤크 케이지는 바닷속에서 식인상어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안전 공간입니다. 아무리 무시무시한 식인상어라고 할지라도 철제로 만들어진 샤크 케이지를 부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리사와 케이트가 샤크 케이지 안에만 있다면 안전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지만 그렇지는 않습니다. 산소탱크의 산소량은 시시각각 줄어들고, 무전을 위해서는 샤크 케이지를 나와 40미터까지는 올라가야합니다. 샤크 케이지를 끌어 올리기 위한 갈고리를 샤크 케이지에 걸기 위해서, 새로운 산소탱크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어쩔 수 없이 샤크 케이지 밖으로 나가야 합니다.
샤크 케이지는 바닷속 식인상어로부터 유일하게 안전한 공간이지만 리사와 케이트는 스스로 샤크 케이지 밖으로 나가야만하는 상황이 계속해서 생깁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영화의 긴장감과 공포는 한층 강화됩니다. 샤크 케이지 밖으로 나가면 언제 어디에서 식인상어가 나타나 공격을 할지 모르고, 그렇다고 식인상어가 무서워 샤크 케이지 안에 움크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 이러한 딜레마가 기존의 다른 식인상어 영화와는 다른 [47미터]만의 새로운 재미입니다.
억지스러운 반전은 없었다.
문제는 두번째 차별점인 마지막 반전입니다. 사실 [샤크 나이트 3D]의 영향 때문에 [47미터]의 반전은 제게 영화 시작전부터 불안 요소였습니다. [샤크 나이트 3D]는 식인상어보다는 비정상적으로 미친 인간을 공포의 대상으로 내세웠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47미터]를 보면서도 리사와 케이트에게 접근한 멕시코 청년인 루이스와 벤자민이 수상해 보였습니다. 그리고 루이스와 벤자민에 대한 제 의심은 샤크 케이지 체험 선박에서 만난 테일러(매튜 모딘)를 보고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젊은 영화팬들은 매튜 모딘이라는 이름이 낯설게 느껴지겠지만, 80년대부터 영화를 좋아한 올드팬에게 매튜 모딘은 굉장히 반가운 이름입니다. 매튜 모딘은 앨런 파커 감독의 걸작 [버디]와 거장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폴 메탈 자켓]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이며, 제2의 [탑건]이라 할 수 있는 [멤피스 벨]로 청춘스타의 자리에도 올랐었습니다. 하지만 레니 할린 감독의 [컷스르트 아일랜드]의 흥행 실패로 그의 전성기는 그다지 길지 않았습니다.
맨디 무어를 제외하고는 이름을 아는 배우조차 없는 [47미터]에서 반가운 매튜 모딘을 발견한 저는 그가 영화의 후반부에 엄청난 역할을 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리사와 케이트가 겪는 이 모든 사건이 테일러의 음모가 아닐까? 라는 의심을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예상은 다행스럽게도 빗나갔습니다. 만약 제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다면 [샤크 나이트 3D]를 봤을 때처럼 저는 [47미터]에 엄청난 실망을 했을텐데... 매튜 모딘의 엄청난 역할은 끝내 없어서 아쉬웠지만, [47미터]가 [샤크 나이트 3D]처럼 억지스로운 반전에 매달리지 않은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식인상어의 공포를 좀 더 강조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이후 영화의 결말 언급)
그렇다면 [47미터]가 자신있게 내세운 미친 결말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바로 질소 중독입니다. 질소 중독이란 깊이 잠수해서 고압의 공기를 들이마셨을 때 몸 안에서 용해되는 질소량이 증가해서 일어나는 마취 상태같은 것을 말합니다. 증세는 만취한 것처럼 되며, 판단이 흐려져 생명이 위험해진다고 합니다. 리사와 케이트의 산소 탱크의 산소량이 줄어들자 배 위의 사람들이 새로운 산소 탱크를 바닷속에 내려주는데, 산소 탱크를 체인지할때 질소 중독에 걸릴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경고를 해줍니다. 이러한 경고 덕분에 영화 후반 리사의 환각이 억지스럽게 보이지 않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친절한 경고 덕분에 마지막 반전을 쉽게 알아차릴 수 있었던 부작용도 있었습니다. 실제 웅이는 리사와 케이트가 무사히 배위로 탈출한 것이 질소 중독에 의한 환각이었음을 일찌감치 눈치챘다라고 하네요. 웅이는 "왜 영화에서 질소 중독을 그렇게 강조했겠어요."라며 의기양양하게 말합니다. 이렇게 [47미터]는 억지 반전 대신 친절한 반전을 선택했습니다. 물론 질소 중독에 의한 환각이라는 반전 덕분에 리사가 정말로 구조대원에 의해 구해진 것인지, 아니면 그것 역시 질소 중독에 의한 환각인 것인지에 대한 논란은 남겨졌지만...
일단 저는 [47미터]를 그런대로 재미있게 봤습니다. 식인상어에 의한 공포는 물론이고, 산소 부족, 질소 중독 등 다양한 공포를 만들어낸 것도 좋았고, 무엇보다도 무더운 여름 웅이와 함께 시원한 극장에서 처음으로 경험한 공포영화라는 점에 제게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식인상어에 대한 공포는 덜했다라는 점입니다. 분명 [47미터]의 메인 공포는 식인상어에 의한 것이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기억에 남는 것은 식인상어가 아닌 질소 중독이었으니... 그것이 조금 아쉽네요.
올 여름, 바다로 피서를 가지 못하는 관객을 위해
[47미터]는 '바다는 위험한 곳이다.'라며 위로한다.
까짓거 바다에 못간다고 좌절하지 말자.
우리에겐 식인상어 따위는 없는 안전한 집이 있지 않던가? (ㅜㅜ)
'영화이야기 > 2017년 영화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슈퍼배드 3] - '슈퍼배드'만의 특별함을 놓치지 않고 발전시켰다. (0) | 2017.08.01 |
---|---|
[군함도] - '군함도'라는 지옥에서 희생된 조선인을 위한 진혼곡 (0) | 2017.07.31 |
[덩케르크] - 전쟁에서 살아남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이다. (0) | 2017.07.25 |
[카3 : 새로운 도전] - 박수칠 때 떠나라! (0) | 2017.07.18 |
[옥자] - 현대사회의 먹거리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 (0) | 2017.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