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카3 : 새로운 도전] - 박수칠 때 떠나라!

쭈니-1 2017. 7. 18. 14:08

 

 

감독 : 브라이언 피

더빙 : 오웬 윌슨, 크리스텔라 알론조, 아미 해머

개봉 : 2017년 7월 13일

관람 : 2017년 7월 15일

등급 : 전체 관람가

 

 

올해도 어김없이 픽사 애니메이션이 찾아왔다.

 

2016년 여름에 저와 웅이는 [도리를 찾아서]를 보며 웃음과 감동에 흠뻑 빠졌었습니다. 2015년에 여름에는 [인사이드 아웃]이 저와 웅이의 마음을 사로 잡았었습니다. 이렇듯 2009년 여름, 웅이와 함께 [업]을 본 이후 여름만 되면 픽사 애니메이션은 저와 웅이를 열광하게 만들었습니다. 물론 2012년에 개봉한 [메리다와 마법의 숲]과 2013년에 개봉한 [몬스터 대학교]는 여름이 아닌 가을에 개봉했고, 2014년에는 픽사 애니메이션이 개봉하지 않았지만, 암튼 매년 여름이 되면 웅이와 픽사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이 제겐 여름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2017년 여름에도 어김없이 픽사 애니메이션 [카3 : 새로운 도전]이 저와 웅이를 반갑게 맞이해줬습니다. 특히 [카3 : 새로운 도전]이 더 특별했던 이유는 '카 시리즈'에 대한 저와 웅이의 추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6년 여름에 개봉한 [카]의 경우는 웅이가 아직 어려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보지 못했지만, 이후 웅이는 TV로 [카]를 몇번이나 반복해서 봤고, 그 덕분에 저도 조금은 지겨울 정도로 [카]를 수차례 반복 관람해야했습니다.

2011년 여름에는 드디어 저와 웅이가 극장에서 [카 2]를 함께 관람했는데, 솔직히 저는 느닷없이 첩보 액션으로 흐르는 영화의 내용 탓에 픽사 애니에이션 중 유일하게 [카 2]에 실망했었습니다. 하지만 웅이는 1편보다 2편이 재미있었다며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었습니다. 만약 저 혼자 [카 2]를 봤다면 '픽사가 나를 실망시킬 때도 있구나.'라고 생각했을텐데, 웅이가 [카 2]를 재미있게 봤다고 좋아하니 [카 2]에 대한 제 아쉬움도 어느새 사라지고 오히려 좋은 추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카3 : 새로운 도전]을 어땠을까요?

 

 

 

라이트닝 맥퀸에게도 세월은 어쩔 수 없더라.

 

[카3 : 새로운 도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의 기본 틀이 [카 2]에서 [카]로 되돌아왔다는 점입니다. 웅이는 재미있게 봤다지만 솔직히 [카 2]는 너무 뜬금없었습니다. 분명 속편영화답게 스케일은 커졌고, 캐릭터는 다양해졌지만 [카]의 재미를 잇지 못하고 느닷없이 첩보액션으로 스토리 라인이 흘러갔으며, 주인공도 라이트닝 맥퀸(오웬 윌슨)이 아닌 [카]에서 코믹 조연으로 인기를 얻은 메이터(래리 더 케이블 가이)였습니다. 이 영화는 [카]의 속편이기보다는 오히려 메이터를 앞세운 스핀오프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카 3 : 새로운 도전]은 잠시 삐끗했던 시리즈를 다시 원상복귀시켰습니다. 비록 영화의 무대는 지도에조차 나오지 않는 66번 국도의 한적한 마을 래디에이터 스프링스는 아니지만, 첩보액션으로 잠시 외도를 했던 스토리 라인은 레이싱카의 세계로 복귀한 것입니다. [카]에서 촉망받는 레이싱계의 신성이었던 맥퀸은 이제 레이싱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되었고, 여전히 1위 자리를 놓고 동료들과 즐거운 경쟁을 즐기고 있습니다.

[카3 : 새로운 도전]은 바로 이 시점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그것은 맥퀸에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원히 레이싱계를 주름잡을 것이라 생각했던 맥퀸. 하지만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결국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새로운 레이싱카 잭슨 스톰(아미 해머)의 등장으로 맥퀸은 위기에 몰립니다. 맥퀸의 라이벌들도 하나둘씩 은퇴를 선언하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레이싱카로 채워집니다. 이에 맥퀸은 설상가상으로 치명적인 부상까지 입게 됩니다. 맥퀸 입장에서는 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이한 셈입니다.

 

 

 

세월에 대처하는 픽사의 방식

 

물론 맥퀸은 이대로 좌절하고 주저앉지 않습니다. 그랫다면 그는 주인공의 자격이 없죠. 맥퀸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훈련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섭니다. 하지만 맥퀸이 갑자기 최첨단 기술 방식을 이용한 훈련을 한다고해서 스톰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맥퀸에겐 맥퀸에게 어울리는 훈련 방식이 있는 것이죠. 결국 맥퀸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최첨단 기술을 이용한 훈련을 포기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훈련을 해서 스톰을 이기겠다고 선언합니다.

만약 [카3 : 새로운 도전]이 일반적인 평범한 애니메이션이라면 결과는 뻔합니다. 스톰의 최첨단 훈련과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구식 훈련으로 맥퀸은 주위의 비웃음을 사지만 막상 레이싱에서는 스톰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인간미가 없는 최첨단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하며 영화는 해피하게 끝을 맺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럭저럭 평범한 영화적 재미를 지닌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이 아닌, 3D 애니메이션의 유행을 창조한 픽사 애니메이션임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됩니다.

픽사 애니메이션 중 [도리를 찾아서]에 이어 북미 흥행 2위를 기록한 영화는 [토이 스토리 3]입니다. 저 역시 [토이 스토리 3]를 보며 남몰래 눈물을 흘렸는데, 어린이 애니메이션에 불과한 [토이 스토리 3]가 이렇게 성인 관객에게도 감동적일 수 있었던 것은 흐르는 세월에 대한 픽사의 표현 방식 덕분입니다. 앤디의 장난감이었던 우디(톰 행크스)와 버즈(팀 알렌)는 앤디가 성장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앤디와 이별하게 됩니다. [토이 스토리 3]는 흐르는 세월은 역행하려하지 않고 오히려 담담하게 그 세월을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카3 : 새로운 도전]이 그러합니다. (이후 영화의 결말이 언급됩니다.)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놀랍게도 [카3 : 새로운 도전]은 맥퀸의 은퇴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중반까지만해도 저는 맥킨이 모든 시련을 딛고 다시 정상으로 우뚝 서는 내용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것이 당연해 보였고, 대부분의 영화가 주인공을 그런 식으로 돋보이게 했으니까요. 하지만 [카3 : 새로운 도전]은 그런 뻔한 결말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그 대신 닥 허드슨(폴 뉴먼)에서 맥퀸으로 그리고 다시 크루즈 라미레즈(크리스텔라 알론조)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를 선택합니다.

어쩌면 그러한 전조는 영화 초반부터 끊임없이 닥을 내세운 것으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릅니다. 분명 닥은 [카]에서 중요한 캐릭터였지만 [카 2]에서는 조용히 잊혀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카3 : 새로운 도전]에서는 맥퀸이 이제는 세상에 없는 닥을 그리워하며 초반부터 닥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더니 중반에는 닥의 스승인 스모키(크리스 쿠퍼)를 찾아가며 세대교체에 대한 분위기를 슬슬 달아오르게합니다. 한때 최고의 레이싱카로 이름을 날렸던 닥은 부상 이후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고, 그로인해 시골마을 래디에이터 스프링스에 숨어 살았지만 맥퀸을 만나고, 그를 최고의 레이싱카로 키우면서 생애 최고의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닥에 대한 스모키의 설명입니다.

맥퀸 또한 그러합니다. 그는 오로지 승리를 위해 스톰과 맞서지만, 결국은 깨닫습니다. 레이싱카를 꿈꿨지만 레이싱 트레이너에 머물 수 밖에 없었던, 그러나 자신은 미처 깨닫지 못한 재능을 가진 크루즈에게 자신의 길을 양보하고 그녀가 최고의 레이싱카가 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행복임을... 맥퀸은 화려한 복귀 대신 크루즈의 뒤에 서는 것을 선택합니다. 흐르는 세월을 맥퀸도 어쩔 수는 없지만, 그러한 세월을 원망하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더 현명함을 [카3 : 새로운 도전]은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박수칠 때 떠나라.

 

저는 프로야구를 좋아합니다. 우리나라 프로야구 선수 중에서 최고의 선수라고 한다면 두산 베어스 팬인 저로써도 이견의 여지가 없이 이승엽을 선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승엽은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 젊은 선수 못지 않은 기량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주변에서는 아직 몇 년은 더 뛸 수 있다며 아쉬워하지만 그는 후배들을 위해 자신이 자리를 양보해야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다시말해 박수칠 때 떠나겠다는 선언을 한 셈입니다.

사실 박수칠 때 떠나는 선택은 말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누구나 박수를 받으면 더 받고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미련을 갖고 버티다보면 언젠가는 박수가 멈추게 되고 결국 떠밀려서 어쩔 수 없이 떠나야만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수 많은 프로야구의 레전드들이 그렇게 선수 생활을 마감했습니다. 맥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내가 관둬야할 때는 내가 정한다.'며 현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 순간 레이싱을 즐겼던 맥퀸은 온데간데 없이 스톰을 이기기 위해 악을 쓰는 맥퀸만 남아버립니다. 만약 경기에서 진다면 맥퀸은 떠밀려 떠나야만하는 상황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그럴수록 맥퀸은 승리에 집착하게됩니다. 하지만 처음 레이싱을 시작한 것은 승리를 위해서가 아닌 레이싱이 즐거웠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한 초심을 잃는 그 순간이 바로 떠나야할 순간입니다.

맥퀸이 크루즈에게 스톰과의 레이싱을 양보하는 장면에서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러한 결말을 예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맥퀸의 선택은에 어리둥절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초반부터 닥을 언급했던 것, 그리고 맥퀸의 훈련에 자연스럽게 크루즈가 함께 하며 맥퀸이 크루즈를 훈련시키는 것이 되어 버렸던 중반 장면들을 떠올리면 [카3 : 새로운 도전]이 얼마나 치밀하게 맥퀸에서 크루즈로의 세대교체를 준비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진정 저는 박수칠 때 떠날 것을 선택한 맥퀸의 선택이 위대해보였습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익숙해지면 질수록

박수칠 때 떠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하지만 세상엔 영원한 것이 없고,

스포트라이트도 영원히 나만을 비추지 않을 것이다.

초심을 잃고 스포트라이트에 집착하는 그 순간이 바로 떠나야할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