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존 왓츠
주연 : 톰 홀랜드, 마이클 키튼, 마리사 토메이, 제이콥 배덜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개봉 : 2017년 7월 5일
관람 : 2017년 7월 8일
등급 : 12세 관람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입성한 '스파이더맨'
2016년 4월에 개봉한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는 '캡틴 아메리카'의 단독 영화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어벤져스'급의 다양한 슈퍼 히어로가 출연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화제를 불러 일으킨 슈퍼 히어로는 단연 '스파이더맨'입니다. '스파이더맨'은 마블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슈퍼 히어로이지만 판권이 소니 픽쳐스에 팔려간 까닭에 정작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는 합류하지 못하는 비운을 맛봐야했습니다.
하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의 예상 밖의 흥행 저조가 저와 같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팬에게는 오히려 호재가 되었습니다. 그웬 스테이시(엠마 스톤)의 죽음이라는 엄청난 소재를 영화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는 과거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 3부작'의 흥행을 넘어서지 못했습니다. 결국 소니 픽쳐스는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기획할 수 밖에 없었고, 때마침 마블에서 '스파이더맨'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합류를 제안한 것입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에서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에게 발탁되어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반스)의 방패를 빼앗는 등 눈부신 활약을 펼쳤던 '스파이더맨'(톰 홀랜드)의 모습은 예고편에서부터 화제가 되었고,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의 흥행을 이끌었습니다. 그리고 1년뒤 개봉한 '스파이더맨'의 단독 영화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도 그 시너지 효과는 이어지고 있는 중입니다.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는 북미에서 4억8백만 달러를 기록하며 마블 시네마틱 유니비스 영화들 중 흥행 4위를 기록했고,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개봉 첫주 1억1천7백만 달러를 기록하며 '스파이더맨' 영화 중에서 [스파이더맨 3]에 이은 두번째로 높은 오프닝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스파이더맨'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활용하는 방법
[캡틴 아메리카 : 시빌 워]를 통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품에 안긴 '스파이더맨'은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영화 중간 중간 학교 동영상 교재로 '캡틴 아메리카'가 등장해서 깨알같은 웃음을 주고, '스파이더맨'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로 이끈 일등공신인 토니 스타크와 피터 파커의 관계는 [스파이더맨 : 홈커밍]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뼈대가 됩니다. 갑작스러운 토니의 제안으로 슈퍼 히어로 등록법의 찬성파에서 활약한 피터는 "저도 이제 '어벤져스'가 된건가요?"라며 들뜬 모습을 보이지만 너무 어린 피터를 시빌워에 끌어들인 죄책감에 시달리는 토니는 피터에게 조만간 연락주겠다며 피하기에만 급급합니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토니에게 잘보여 '어벤져스'가 되고 싶은 피터의 철없는 영웅놀음이 주내용입니다. 자신도 멋진 활약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이기 위해 피터는 벌쳐(마이클 키튼)라는 아직 상대하기 벅찬 빌런과 맞서 싸우는데, 그로인하여 피터의 주변 사람들은 위기를 맞이합니다. 피터가 자주가는 단골 가게는 파괴되고, 벌쳐와 싸우는 사이 유람선은 반으로 쪼개져 대형참사로 이어질뻔 했으며, 피터의 학교 친구들은 워싱턴 기념탑에서 추락할 위기에 처하기도합니다. 그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피터는 슈퍼 히어로로써의 책임감을 배우며 한단계 성장하게 되는 것이죠.
'스파이더맨'을 위기에 빠뜨리는 빌런 벌쳐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습니다. [어벤져스]에서 치타우리 종족의 습격으로 뉴욕이 쑥대밭이 되자, 아드리안 툼즈는 뉴욕시로부터 외계 물집 처리 업무를 수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업무가 토니 스타크의 회사로 넘어가자 앙심을 품고 외계 물집을 통해 불법 무기상이 되는데, 자신은 외계 물질을 이용한 슈트를 통해 슈퍼 빌런 벌쳐가 된 것입니다. 이렇게 '스파이더맨'과 벌쳐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안에서 각각 슈퍼 히어로와 슈퍼 빌런의 운명을 받아들이게됩니다.
모든 것이 전부 바뀌었다.
토요일 아침 조조 시간대로 [스파이더맨 : 홈커밍]을 본 까닭에 주말 늦잠을 포기할 수 없었던 구피는 함께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기에 구피는 영화 관람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저와 웅이에게 "나도 보고 싶었는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그런 구피가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 가장 궁금해했던 것은 피터가 어떻게 '스파이더맨'이 되었는지입니다. 어쩌면 당연합니다. 평범한 고등학생 피터가 슈퍼 히어로 '스파이더맨'이 되는 과정은 정말 중요하니까요.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에서는 피터(토비 맥과이어)가 우연히 유전자 조작된 슈퍼 거미에 물린 것으로 표현합니다. 하지만 마크 웹 감독의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에서는 샘 레이미 감독이 미처 하지 못했던 피터의 부모님 이야기를 꺼내들며 피터가 '스파이더맨'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운명을 만들어냅니다. 이들 영화 모두 피터가 슈퍼 거미에 물려 '스파이더맨'이 되는 모습으로 영화를 시작합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피터가 어쩌다가 슈퍼 거미에게 물리고 '스파이더맨'이 되었는지는 과감하게 생략해버립니다. 그저 피터의 절친 네드(제이콥 배덜런)에게 별 일 아니라는 듯 지나가며 이야기할 뿐입니다.
확실히 존 왓츠 감독은 [스파이더맨 : 홈커밍]이 이전의 '스파이더맨'과 다르길 원했던 것 같습니다. 피터의 나이는 어려졌고, 피터가 '스파이더맨'이 된 사연따위는 건너뜁니다. 메이(마리사 토메이) 숙모는 섹시해졌으며, 피터의 학교 친구들은 유색인종으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특히 저는 걸크러쉬같은 매력을 뽐내던 미쉘(젠다야 콜맨)이 영화 마지막에 자신이 MJ라고 소개하는 장면에서 작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샘 레이미 감독의 [스파이더맨]에서 전형적인 백인 미녀였던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 줄여서 MJ가 [스파이더맨 : 홈커밍]에서는 갈색 머리의 유색인종으로 변한 것입니다. 물론 [스파이더맨 : 홈커밍]의 MJ가 메리 제인은 아니지만... 왜 굳이 미쉘이 자신은 MJ라고 선언했는지 궁금해지는 순간입니다. (아마도 2편부터는 피터와 미쉘의 티격태격 러브 라인이 만들어질지도...)
범우주적 슈퍼 히어로가 아닌 동네 영웅임을 선언하다.
제가 워낙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분명 실망감보다 만족감이 훨씬 큰 영화였습니다. 특히 저는 이 영화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거대한 그릇 속에서 '스파이더맨'만의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대부분의 슈퍼 히어로 영화들은 처음부터 관객의 이목을 집중하기 위해 가장 강력한 빌런을 내세우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시리즈가 진행되다보면 전편보다 더 강력한 빌런을 내세워야하는 딜레마에 빠지며 엉망이 되는 함정에 빠질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그러한 함정에 빠지지 않고 벌쳐라는 조금은 약해보이는 빌런을 내세웁니다. 확실히 벌쳐는 그다지 강력한 빌런은 아닙니다. [스파이더맨]의 고블린(윌렘 대포),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의 리자드(리스 이판)와 비교해도 약합니다. 실제 아드리안 툼즈는 특별한 초능력은 전혀 없고 그저 외계 물질을 이용한 슈트와 무기를 이용할 뿐입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다른 빌런과 비교한다면 동네 악당에 불과합니다. 오죽했으면 토니 스타크도 벌쳐의 위협을 그다지 크게 생각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벌쳐는 오랜 시간동안 불법 무기상 노릇을 할 수 있었습니다.
[스파이더맨 : 홈커밍]은 바로 그러한 동네 악당 벌쳐를 '스파이더맨'의 첫 상대로 붙여준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고 소소하게 동네 영웅 '스파이더맨'의 성장담을 잡아냅니다. 그저 토니 스타크에게 잘 보여 '어벤져스'가 되고 싶었던 허세 가득한 동네 영웅 '스파이더맨'. 그런 그에게 벌쳐는 딱 알맞은 상대인 셈입니다. 영화의 후반부 토니는 피터에게 '어벤져스' 가입을 권유하지만 피터는 좀 더 동네 영웅으로 남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는 범우주적으로 세계관이 확장되고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스파이더맨'만의 색다른 세계관을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처럼 보였습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스파이더맨' 세계관 사이에서...
최근 소니 픽쳐스는 '스파이더맨' 세계관을 확장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솔직히 '스파이더맨' 세계관은 이미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 개봉 직후인 2014년에 발표되었지만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3]의 제작이 취소되고 '스파이더맨'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합류시키기로 확정되면서 '스파이더맨' 세계관 계획은 전면 수정되었습니다. 그 결과 여성 슈퍼 히어로인 블랙캣과 실버 세이버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와 '스파이더맨'의 숙적 베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 두편의 계획을 발표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문제는 '스파이더맨'은 이미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속해 있지만 블랙캣, 실버 세이버, 베놈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아닌 '스파이더맨' 세계관에만 속해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다시말해 '스파이더맨'은 두개의 독립된 세계관에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데 소니 픽쳐스가 이를 얼마나 잘 조율할지가 '스파이더맨' 세계관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열렬한 팬인 제 입장에서는 약간 걱정이 되긴 하지만 아직 '스파이더맨' 세계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유려를 잠시 접어두겠습니다.
분명한 것은 [스파이더맨 : 홈커밍]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안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넘어서 '스파이더맨' 세계관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토니의 조언대로 슈트에 의존하지 않고 '스파이더맨' 스스로 일어서야 할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스파이더맨'의 슈트는 스스로 만든 것이 아닌 토니가 만들어준 선물이니까요. 일단 첫 걸음을 잘 떼었지만 앞으로가 더욱 중요한 이유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슈퍼 히어로로써의 무거운 책임감에 시달리지 않는
10대 고딩의 유쾌한 슈퍼 히어로 활약담이 새로운 '스파이더맨'의 특징이다.
그의 유쾌한 활약이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에서 어떻게 펼쳐질지...
엔딩 크레딧에서 '캡틴 아메리카'의 조언이었던
인내심이 허탈감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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