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요아킴 뢰닝, 에스펜 잔드베르크
주연 : 조니 뎁, 하비에르 바르뎀, 제프리 러쉬, 브렌튼 스웨이츠, 카야 스코델라리오
개봉 : 2017년 5월 24일
관람 : 2017년 5월 28일
등급 : 12세 관람가
잭 스패로우 선장의 탄생을 극장에서 보지 못한 이유.
시간을 거슬러 때는 2003년 9월이었습니다. 만삭이었던 구피는 예정일보다 몇주 일찍 산통을 느꼈고, 9월 3일 새벽에 저는 구피와 함께 급히 산부인과 병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꼬박 하루하고 6시간의 산통 끝에 구피는 건장한 남자 아기를 출산합니다. 하루를 훌쩍 넘긴 시간동안 저와 구피를 괴롭힌 남자 아기가 바로 웅이입니다. 이렇게 저와 구피는 아빠, 엄마가 되었습니다. 웅이가 태어나고 나서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짧은 산후조리 끝에 병원에서 퇴원했지만 웅이는 심한 황당증세를 보였고, 결국 이대목동병원의 인큐베이터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동안 구피는 산후조리가 덜 된 몸으로 집과 병원을 오가며 인큐베이터의 웅이에게 미리 짜낸 젖을 먹였습니다.
제가 갑자기 웅이의 탄생기를 이야기한 까닭은 웅이가 태어나고 하루가 지나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가 개봉했기 때문입니다. 만약 웅이가 예정일에 맞춰 태어났다면 저와 구피는 주말에 [캐리바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를 보러 갔을 것입니다. 하지만 웅이가 예정일보다 몇주 일찍 태어나는 바람에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를 보러 극장에 간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었고, 결국 저는 며칠 후 불법 다운로드로 대충 영화를 감상해야했습니다. 그리고는 "언젠가 꼭 시간이 되면 조니 뎁의 매력적인 연기와 고어 버빈스키 감독의 빼어난 연출력을 커다란 화면 속에서 느끼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꼭~"이라는 다짐과 함께 아쉬움을 속으로 삼켜야만 했습니다.
그 후 2006년에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 2007년에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는 놓치지 않고 극장에서 관람했습니다. 그리고 고어 버빈스키 감독과 올랜도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가 하차한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도 결코 놓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를 극장에서 보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네요. 물론 다시 그때가 되었어도 제 선택은 같았을테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가 아쉬웠던 이유
2003년에 시작되어서 무려 14년동안 다섯편의 시리즈가 만들어진 '캐리비안의 해적'은 엄밀하게 따진다면 두개의 시리즈로 나뉠 수가 있습니다. 1편부터 3편까지가 원(原) 시리즈로 고어 버빈스키 감독이 연출을 맡았고, 조니 뎁과 올랜드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애초에 고어 버빈스키 감독은 '캐리비안의 해적'을 3부작으로 기획을 했고, 1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가 흥행에 성공한 이후에야 2, 3편 제작이 허락되었다고합니다.
이후 제작된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1편부터 3편까지가 흥행에 성공하자 시리즈를 이어나기 위해 나중에 기획된 영화입니다. 그렇기에 감독은 고어 버빈스키에서 롭 마샬로 변경이 되었고, 주연도 조니 뎁과 제프리 러쉬만 남겨두고, 올랜드 블룸, 키이라 나이틀리는 자연스럽게 빠졌습니다. 하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중 최악의 흥행성적을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1편부터 3편까지는 최소한 북미 흥행 3억 달러 이상을 기록했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는 2억4천1백만 달러에 그쳤으니 늘어난 제작비를 감안한다면 제작사인 디즈니는 5편부터는 새로운 전략을 짜야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저 역시도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중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가 가장 재미없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절대적으로 잭 스패로우(조니 뎁)에 의한 영화이지만, 윌 터너(올랜드 블룸)와 엘리자베스 스완(키이라 나이틀리)에 의한 재미도 무시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에서는 안젤리카(페넬로페 크루즈)를 내세워 그들의 빈자리를 채우려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이후 6년만에 제작된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영화의 오프닝씬부터 윌 터너를 등장시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으로의 회귀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한 소년이 저주에 걸린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 바다 속으로 잠수를 하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그 소년의 이름은 헨리 터너. 바로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입니다. 윌 터너는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에서 플라잉 더치맨호의 저주에 걸린 상태입니다. 저 역시도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를 본지 너무 오래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래서 다른 블로거들의 리뷰를 참고했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에서 유령선 플라잉 더치맨의 선장 데비 존스(빌 나이)를 죽임으로써 플라잉 더치맨의 새로운 선장된 윌 터너는 망자들을 세상의 끝으로 인도해야하는 저주에 빠져 있습니다. 헨리 터너는 아버지의 저주를 풀기 위해 잭 스패로우를 찾아나섭니다.
이렇듯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4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에서부터 이야기를 진행시킨 것이 아닌 3편인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에서부터 시작을 합니다. 물론 유리병안에 들어간 블랙 펄호는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의 악당 검은 수염(이안 맥쉐인)에 의한 것이었지만,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의 주요 내용은 유리병 안에 들어간 블랙 펄호를 꺼내는 것이 아닌, 플라잉 더치맨호의 저주에 걸린 윌 터너를 구하는 것에 맞춰져 있습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청년으로 훌쩍 성장한 헨리 터너(브렌튼 스웨이츠)는 윌 터너의 역할을, 깐깐한 카리나 스미스(카야 스코델라리오)는 엘리자베스 스완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물론 헨리 터너와 카리나 스미스의 밀고 당기는 러브 라인은 덤입니다. 그리고 그것에 그치지 않고 영화 후반부에 다시 재회한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캐리비안의 해적' 原시리즈에 열광했던 저와 같은 관객을 짜릿하게 만들었습니다. 이쯤되면 조금 실망스러웠던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의 아쉬움도 한꺼번에 만회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잭 스패로우의 최강 적은 데비 존스? 살라자르?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여러모로 原 시리즈의 분위기를 따라갑니다.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은 헨리 터너와 카리나 스미스로 대체되고, 시리즈 내내 잭 스패로우의 숙적이자 친구였던 헥터 바르보사(제프리 러쉬)도 이번에 조연을 넘어 거의 주연급으로 맹활약합니다. 여기에 잭 스패로우를 위협하는 새로운 악당 살라자르(하비에르 바르뎀)가 끼어듭니다. 살라자르는 악랄하게 해적을 소탕함으로써 바다의 학살자라 불렸지만 당시 풋내기에 불과했던 어린 잭 스패로우의 속임수에 당해 목숨을 잃고, 군함 사일런트 메리호와 더불어 죽은 자들의 영역에 갇혀 잭 스패로우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고 있었습니다. 이렇듯 살라자르는 사람이 아닌 유령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데 사실 잭 스패로우가 지금까지 대적했던 적들을 살펴보면 언제나 초인적인 힘을 가진 자들이었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의 헥터 바르보사는 저주받은 보물의 저주로 영원히 죽을 수 없는 저주에 걸렸었고,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과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의 데비 존스는 바다의 저승사자와도 같은 존재입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의 검은 수염이 그나마 정상적인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역시도 자신의 해적선인 앤 여왕의 복수호안의 밧줄을 눈빛만으로도 조종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었습니다.
이렇게 잭 스패로우가 지금까지 맞서 싸워야 했던 적들의 면면을 보면 뻔뻔함과 임기웅변 외엔 별다른 능력이 없는 그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의문스러울 정도입니다. 암튼 이렇게 막강한 적 중에서도 최강의 적은 단연코 데비 존스입니다. 이번 살라자르는 데비 존스에 이은 2인자 정도.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잭 스패로우를 향한 분노는 역대 최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이제 다시 시작이다.
비록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에서 조금 삐걱거렸지만, 빠르게 제자리를 되찾은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는 이제 다시 시작할 동력을 얻었습니다. 특히 엔딩 크레딧 이후 등장하는 쿠키영상은 고이장히 중요합니다. 이 쿠키영상을 통해 윌 터너와 엘리자베스 스완 외에도 데비 존스가 다시 부활했음을 암시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잭 스패로우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수평선 너머를 바라보며 누굴 만나야한다고 선언합니다. 그것이 누군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세상의 끝'에 갇혀 있을 바르보사일 것이라 예상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참고로 바르보사는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에서 '세상의 끝'에 갇혀 있던 잭 스패로우를 구한 바 있습니다.
이쯤되면 다시 사작할 멤버들이 완벽하게 구축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해적 2세대인 헨리 터너와 카리나 스미스라는 젊은 피도 수혈했으니 조만간 제작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캐리비안의 해적'의 여섯번째 영화는 더욱 화려한 진용을 자랑할 것입니다.
저는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일요일 아침 조조로 온가족이 함께 관람한 후, 집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를 다시 한번 봤습니다. 블랙 펄호가 유리병에 갇힌 사연이 기억이 나질 않아서... 그런데 [캐리비안의 해적 : 낯선 조류]를 보고나니 이번엔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가 보고 싶어지네요. 윌 터너가 플라잉 터치맨호의 저주에 빠지는 장면을 확인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이렇게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를 보고나면 이번엔 [캐리비안의 해적 : 망자의 함]이 보고 싶어지겠죠? 이렇게 시리즈 영화를 제대로 즐길려면 한도 끝도 없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오랜 세월 속에 서서히 캐릭터의 역사를 완성해가는 것이 시리즈 영화의 장점일지도 모르겠네요.
[캐리비안의 해적 : 블랙 펄의 저주]가 개봉할 당시 웅이는 이제 막 태어났다.
[캐리비안의 해적 :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볼땐
웅이는 내 든든한 영화 친구가 되어 있었었다.
시리즈 영화라는 것은 이렇게 영화 속 캐릭터와 더불어
나와 내 가족이 함께 성장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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