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미녀와 야수] - 애니메이션보다 더 아름다운 실사영화의 마술

쭈니-1 2017. 3. 21. 14:00

 

 

감독 : 빌 콘돈

주연 : 엠마 왓슨, 댄 스티븐스, 루크 에반스, 조시 게드, 케빈 클라인

개봉 : 2017년 3월 16일

관람 : 2017년 3월 19일

등급 : 전체 관람가

 

 

[미녀와 야수]가 또 개봉한다고?

 

1992년 7월 4일 디즈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가 국내에 개봉했습니다. 사실 저는 [미녀와 야수]를 극장에서 보지 못하고 1993년 12월 8일에 뒤늦게 비디오로 봤었습니다. 비록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지만 영화를 보고난 후 [미녀와 야수]에 흠뻑 빠져 버렸습니다. 당시 [미녀와 야수]의 제 리뷰는 '아름다움과 재미, 감동과 교훈까지 주는 최고의 애니메이션, 아니 최고의 영화였다.'로 끝맺음했고, [미녀와 야수] OST를 구입하기 위해 제 용돈을 탈탈 털어야만 했었으며, [미녀와 야수] OST의 영어 가사를 번역하겠다며 한동안 영어사전에 파묻혀있었던 것도 기억납니다. (그토록 영어를 싫어하는 제가 영어사전을 들추다니 그만큼 영화의 힘은 대단한 것입니다. ^^)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으로는 처음으로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던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비록 작품상은 [양들의 침묵]이 받았지만, 애니메이션이 아카데미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12년 4월 11일 3D 버전으로 재개봉되기도 했고, 2014년에는 레아 세이두와 뱅상 카셀을 캐스팅한 프랑스 버전 [미녀와 야수]가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케이블 TV 디즈니 채널에서 심심치 않게 [미녀와 야수]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미녀와 야수]가 또 개봉합니다. 이번엔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실사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버전입니다. 엠마 왓슨과 댄 스티븐슨이 캐스팅된 [미녀와 야수] 소식을 들으며 저는 '과연 관객들이 이 영화를 또 보려고 할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제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습니다.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개봉 첫주 1억7천만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만들어냈고, 국내에서도 개봉 첫주 140만 관객을 동원하며 봄 극장가 흥행을 주도하고 있으며, 저희 가족도 일요일에 극장으로 총출동해서 [미녀와 야수]를 보고 왔으니까요.

 

  

 

이 영화에 내가 우려했던 두가지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가 실사화된다고 했을때 제가 우려했던 것은 크게 두가지입니다. 첫번째는 [미녀와 야수]가 너무 유명한 이야기라는 점입니다. 프랑스 버전 [미녀와 야수]의 경우는 원작에 충실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 담겨져있지않은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가 있었습니다. 사냥을 하지 않겠다는 약혼녀와의 약속을 어기고 황금 사슴 사냥에 나섰다가 숲의 요정이었던 약혼녀를 죽여 신의 저주를 받아야 했던 야수의 절절한 사연과 벨의 철없는 언니들과 말썽꾼인 오빠들의 이야기는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는 없었던 프랑스 버전 [미녀와 야수]만의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번에 개봉한 실사 버전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원작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움이 부족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두번째는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아름다움을 실사로 어떻게 구현할까?'에 대한 의구심이었습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가 아무리 1992년 영화라고는 하지만 디즈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물론 그 사이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흘러간 세월만큼 할리우드의 특수효과 기술은 발전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애니메이션의 아름다움을 잘 담아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제 유려는 영화를 보는 순간 눈 녹듯이 사라졌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제 입가에서는 감탄사가 저절로 터져나왔습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 담겨져 있지 않았던 새로운 이야기가 추가되었고, 애니메이션보다 더 아름다운 화면으로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이쯤되면 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들의 실사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추가 장면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러닝타임은 85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어린이 관객을 주관객층으로 하는 영화인만큼 90분 안팎의 러닝타임이 당시로써는 적당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실사 버전 [미녀와 야수]의 러닝타임은 129분입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와 비교해서 무려 44분의 러닝타임이 늘어났습니다. 이렇게 늘어난 러닝타임을 이용해서 실사 버전 [미녀와 야수]는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 담겨져 있지 않은 이야기들을 보충했습니다.

우선 벨(엠마 왓슨)과 야수(댄 스티븐스)의 과거가 짧게 소개되었습니다. 벨의 어머니가 흑사병으로 죽었고, 벨의 아버지인 모리스(케빈 클라인)는 벨을 지키기 위해 파리를 떠나 한적한 시골 마을로 정착해야 했던 사연은 벨과 모리스의 부녀관계의 깊은 유대를 설명해줍니다. 야수 역시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었고, 잔인한 성격의 아버지 밑에서 자란 까닭에 이기적인 왕자가 될 수 밖에 없었다는 설명으로 캐릭터를 더욱 강화시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개스통(루크 에반스)과 르푸(조시 게드)의 캐릭터가 강화된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벨을 짝사랑하는 개스통은 모리스가 자신의 사랑에 걸림돌이 될 것임을 깨닫고 모리스를 늑대가 우글거리는 숲에 놔두고 옵니다. 그러한 개스통의 사악함은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는 없었던 장면입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에서 그저 개스톤의 똘마니에 불과했던 르푸에게 캐릭터를 부여했습니다. 르푸가 개스통을 사랑하는 동성연애자라는 설정은 영화에서 과하게 표현되지는 않으면서도 개스통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르푸의 사정을 설명하기에 적절했습니다. 

 

 

 

 

실사영화가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실사 버전 [미녀와 야수]를 본 후, 집에 돌아와 TV를 켜니 디즈니 채널에서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가 더빙으로 방영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더빙 버전의 애니메이션은 절대 보지 않습니다. 영화 본연의 재미를 절대로 느낄 수 없거든요. 특히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경우는 영화 속의 뮤지컬 장면도 더빙으로 처리해서 제 눈쌀을 찌푸리게합니다. 하지만 그날은 더빙으로 처리된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우두커니 처음부터 끝까지 보고 말았습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놀랍게도 실사 버전 [미녀와 야수]가 더욱 아름답다는 것입니다. 제가 나이 마흔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애니메이션에는 상상력의 한계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실사영화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아름다움을 애니메이션은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실사 버전 [미녀와 야수]는 그러한 편견을 깨뜨렸습니다. 금빛 찬란한 촛대 르미에(이완 맥그리거)와 시계 콕스워스(이안 맥켈런)는 물론이고, 모든 장면이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를 뛰어넘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특히 영화 속의 뮤지컬 장면은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실사영화인지, 애니메이션인지 헷갈릴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의 장면을 고스란히 실사 영화 속에 옮겨 놓기도 했고, 르미에가 벨을 초대해서 식사를 대접하면서 부른 'Be Our Guest'는 확실히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보다 훨씬 환상적으로 업그레이드되었습니다.

 

 

 

디즈니의 마법은 계속된다.

 

제가 지금처럼 애니메이션에 푹 빠지게된 것은 1992년 2월 17일, 지금은 사라진 종로1가의 코아아트홀에서 관람한 [인어공주] 때문입니다. 그날 그 순간부터 디즈니는 제게 계속 마법을 걸어왔습니다. [인어공주]이후 저는 디즈니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은 단 한편도 빠뜨리지 않고 모두 관람했습니다. 나이 마흔이 넘은 지금까지도 말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디즈니의 마법은 웅이에게도 통했습니다. 웅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는 디즈니/마블의 '아이언맨'이고, 마블 영화라면 만사를 제쳐두고 극장에서 보려고합니다.   

그리고 이번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실사로 옮긴 영화들로 또 다시 저희 가족에게 디즈니는 마법을 부리고 있는 중입니다. 이미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시작으로 [말레피센트], [신데렐라], [정글북]이 제작되어 흥행에 성공했으며, [미녀와 야수]는 그 정점에 오른 영화입니다. 그리고 [뮬란], [알라딘], [라이온 킹]이 새롭게 제작되고 있는 소식입니다.

처음엔 "똑 [미녀와 야수]?"라며 실사 버전 [미녀와 야수]를 우려의 눈으로 쳐다봤던 저는 영화를 보고나서는 "역시 디즈니!"라며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쩌면 디즈니의 마법은 이렇게 끊임없이 관객을 매료시키는 법을 잘 알고 있는 것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이렇게 디즈니의 마법이 계속되는 한, 저는 영원히 그 마법에서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습니다.

 

 

착하고 아름다운 동화는 어린아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세상은 결코 동화가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으며

힘겹게 살아가는 어른이야말로 진정으로 동화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