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주지홍
주연 : 차태현, 김유정, 서현진
개봉 : 2017년 1월 4일
관람 : 2017년 1월 6일
등급 : 12세 관람가
2017년의 계획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져야 한다.
1월 첫째주부터 기대작이 무려 네편이나 개봉하는 바람에 2017년에는 기대작을 한편도 빼놓지 않고 극장에서 보겠다는 계획을 세운 저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작심 일주일이 되지 않기 위해서 지난 한 주 동안은 부지런히도 영화를 보러 다녔습니다. 그 덕분에 주중에 [마스터]를, 주말에 [사랑하기 때문에], [패신저스], [너의 이름은.]을 봤네요. 이제 [여교사]만 보면 1월 첫째주 기대작은 모두 클리어!!! 물론 상영관이 거의 없고, 있더라도 교차상영중인 [여교사]를 언제 어떻게 봐야하는지는 숙제로 남아 버렸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주말동안 본 세편의 영화가 모두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교통사고로 인하여 다른 사람들의 몸에 들어가게된 진이형(차태현)이 사랑에 서툰 사람들을 사랑으로 연결해준다는 내용이고, [패신저스]는 120년 후의 개척 행성으로 떠나는 초호화 우주선 아발론 호에서 남들보다 90년이나 일찍 동면 상태에서 깨어난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과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너의 이름은.]은 도쿄에 사는 소년 타키와 시골에 사는 소녀 미츠하가 서로 몸이 뒤바뀌면서 운명적으로 서로 연결된다는 내용입니다.
그 중에서 [사랑하기 때문에]는 '이 영화, 너무 무난하다'는 생각이 드는 로맨스 영화입니다. 차태현의 편안한 매력을 적극 이용했고, 적당한 웃음과 적당한 감동, 그리고 적당히 판타지한 설정과 마지막 해피엔딩으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적당함은 [사랑하기 때문에]의 장점이자, 단점이 되어 버립니다.
유재하는 죽은 게 아니라 아직도 살아서 사람들의 사랑을 이어주고 있다.
우선 [사랑하기 때문에]를 재미있게 즐기기 위해서는 한가지 키포인트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물다섯의 젊은 나이로 요절한 비운의 가수 유재하와 그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입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한 '사랑하기 때문에'는 무대 공포증이 있는 현경(서현진)이 오디션장에서 부르려다가 기절을 한 곡입니다. 오디션장에서 현경은 "유재하는 죽은 게 아니라 아직도 살아서 사람들의 사랑을 이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합니다. 현경의 기절로 인하여 현경과 이형의 인연이 시작되었고, 이후에도 '사랑하기 때문에'는 두 사람의 사랑을 이어주는 끈이 되어줍니다.
주지홍 감독은 "유재하의 음악을 사랑스럽고, 따뜻하고, 힐링될 수 있는 스토리에 담아내고 싶었다."라는 연출변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주지홍 감독의 의도에 맞게 [사랑하기 때문에]는 시종일관 따뜻한 감성으로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고등학생의 몸으로 임신을 한 김말희(김윤혜)의 사랑, 이혼 위기에 몰린 박형사(성동일)의 사랑, 그리고 모태솔로인 고등학교 선생님 안여돈(배성우)의 사랑과 치매에 걸린 할머니(선우용녀)의 사랑까지...
교통사고를 당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유재하와 유재하는 죽은 것이 아니라 아직도 살아서 사람들의 사랑을 이어주고 있다는 현경의 대사는 [사랑하기 때문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형은 현경에게 프로포즈를 하기 위해 가던 길에 교통사고를 당했고, 이후 여러 사람들의 몸에 들어가 사랑을 이어줍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이렇게 유재하와 유재하의 명곡 '사랑하기 때문에'를 완벽하게 영화 속에 녹아들게 만듭니다.
차태현의 원맨쇼... 그였기에 가능했다.
[사랑하기 때문에]를 재미있게 보기 위한 두번째 키포인트는 바로 차태현입니다. 이 영화는 마치 진이형이라는 캐릭터에 차태현을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만든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 진이형은 차태현의 맞춤옷과 같은 캐릭터입니다. 실제 이 영화의 제작자인 차지현은 차태현의 친형이라고 합니다. 이쯤되면 정말 '진이형 = 차태현'이라는 공식을 먼저 세워두고 시나리오를 쓴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되는 대목입니다.
이러한 의심이 들 정도로 차태현은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종횡무진합니다. 여고생 김말희의 몸에 들어가는 장면에서 차태현은 여고생 교복을 입고 코믹한 연기를 하고, 치매 할머니를 연기할때도 그만의 코믹함으로 관객을 사로 잡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는 이러한 차태현을 매력을 더 잘 살리기 위해 이형이 다른 사람들의 몸에 들어간 장면에서도 대부분의 바디 체인지 영화들과는 달리 틈만 나면 차태현을 고스란히 화면에 내비칩니다.
게다가 [사랑하기 때문에]가 영악한 것은 차태현이 엽기적인 여성 캐릭터와 함께 할 때 더욱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영화에서 잘 활용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엽기적인 그녀]의 전지현, [과속스캔들]의 박보영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차태현의 히트작에는 항상 결코 평범하지 않는 여성 캐릭터가 함께였습니다. [사랑하기 때문에]에서는 그 역할이 불분명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여고생 스컬리(김유정)를 이형의 파트너로 설정함으로써 차태현의 매력을 더욱 극대화시킵니다.
그런데 딱 거기까지이다.
유재하의 노래와 따뜻한 감성이 돋보이는 스토리 라인, 그리고 차태현의 종횡무진 활약까지... 이쯤되면 [사랑하기 때문에]는 관객의 사랑을 듬뿍 받을만한 코믹 로맨스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개봉 첫주 흥행성적은 6위에 불과했습니다. 우리나라 관객들에겐 낯선 일본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며 1위 자리를 차지하는 동안 [사랑하기 때문에]는 멀찌감치서 [너의 이름은.]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만 봐야 했던 것입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사랑하기 때문에]가 관객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한 것은 앞서 언급했던대로 무난함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는 무난해도 너무 무난합니다. 아무리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를 모티브로 한 영화라고 하지만 영화에서 사용된 음악은 '사랑하기 때문에'와 '지난날' 정도입니다. 유재하의 명곡을 좀 더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였는데, 무슨 이유 때문인지 주지홍 감독은 그러지 못하고 머뭇거리기만 합니다. 그저 무난하게 '사랑하기 때문에'만 반복 사용할 뿐입니다.
차태현의 연기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입니다. 그것이 차태현이 가장 잘하는 연기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를 보다보면 '이제 차태현도 연기변신을 해야할 때가 온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너무 차태현에게 맞춤옷 캐릭터를 제공하다보니 그러한 무난함이 오히려 식상함이 되어 버린 셈입니다.
관객과의 공감에 실패하다.
게다가 로맨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도 일관성이 없습니다. 첫번째 에피소드인 여고생 말희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에서 이형은 오히려 말희의 뱃속 아기를 지우려는 시도를 함으로써 사랑을 이어주기 보다는 오히려 사랑을 깨뜨리려합니다. 박형사와 그의 아내가 수갑을 차고 하수구에 빠지는 장면에서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어이가 없었고, 마지막에 이형이 찬영(임주환)의 몸에 들어가는 장면은 굳이 왜 그런 무리수를 뒀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유재하의 노래 '사랑하기 때문에'처럼 서로의 사랑을 이어준다는 설정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에피소드가 중간중간에 끼어 있는 셈입니다. 주지홍 감독도 그러한 무리수를 깨달았는지 영화의 후반부에 이형이 몸안에 들어간 모든 사람들이 이형의 사고 현장에 있었다고 설명하며 대충 마무리하려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형이 왜 찬영의 몸 안에 들어갔는지는 끝까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저 '친구니까...'라며 우길 뿐입니다.
[사랑하기 때문에]와 같은 판타지한 설정이 가미된 영화의 경우는 관객으로 하여금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라는 공감을 이끌어내야합니다. 하지만 [사랑하기 때문에]는 그저 차태현의 종횡무진 활약에만 기대려다가 관객과의 공감에는 실패하고 맙니다. 판타지한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 무난한 영화적 재미와 차태현의 매력에만 기댄 일관성 없는 에피소드. 저는 이러한 요소들이 [사랑하기 때문에]가 좀 더 많은 관객의 사랑을 받지 못한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너무 안전한 무난함보다는 파격적인 모험이 더 끌리기도 한다.
차태현도 이제 휴먼 코미디라는 무난한 선택보다는
파격적인 모험을 감행해도 될만큼 연기 내공이 쌓이지 않았을까?
[사랑하기 때문에]는 보는 내내 차태현의 무난한 선택이 아쉽게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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