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7년 영화이야기

[마스터] -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통쾌함

쭈니-1 2017. 1. 6. 12:27

 

 

감독 : 조의석

주연 : 강동원, 이병헌, 김우빈, 엄지원, 진경

개봉 : 2016년 12월 21일

관람 : 2017년 1월 4일

등급 : 15세 관람가

 

 

2017년의 첫 영화, 너로 찜했어.

 

제게 있어서 2016년의 마지막 영화는 [로그 원 : 스타워즈 스토리]였습니다. 그렇다면 2017년의 첫 영화는 무엇일까요? 정답은 바로 [마스터]입니다. 제게 있어서 [마스터]는 2016년의 12월 21일 개봉 때부터 꼭 극장에서 봐야할 기대작으로 손꼽았던 영화입니다. 게다가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를 휩쓸며 열흘만에 5백만에 육박하는 흥행성적으로 2016년 전체 박스오피스 11위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범죄 스릴러 장르에 강동원, 이병헌, 김우빈 등 초호화 캐스팅까지... 아무리 2017년 벽두부터 회사일이 바빠도 절대로 극장에서 놓칠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2017년 영화의 첫 테이프를 언제 끊을까 벼르고 벼르던 중 드디어 지난 수요일 기회가 왔습니다. 외근 업무가 오후 6시 40분이 되어서야 끝이 났지만, 신작이 개봉하기 전에 [마스터]를 보겠다는 굳은 의지로 업무가 끝나자마자 집에 가는 것을 미루고 곧장 극장으로 향했습니다. 그렇게 퇴근길 지옥철을 견디고, 도착한 2017년 첫 극장 나들이. 일단 계획했던대로 2017년 영화를 시작하고나니 홀가분한 기분이 듭니다.

2017년 제 영화 이야기의 테마는 '부피 줄이기'입니다. 요즘 들어서 제 회사 업무가 많아져서 영화 이야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할 수 없고, 영화 이야기가 자꾸 밀리면 제 성격상 영화 보기가 꺼려집니다. 결국 영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즐거움이 아닌 부담이 되는 것이죠. 이러한 악순환을 2017년에 또다시 겪지 않기 위해 2017년 영화 이야기를 최대한 간소하게 줄이고, 그 대신 더 많은 영화를 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포스터와 스틸 사진의 크기를 늘린 것은 줄어든 텍스트를 메꾸기 위한 쭈니의 꼼수. ^^)

 

 

 

처칠 수상과 교통경찰의 일화

 

[마스터]는 처음부터 이 영화의 제작 동기를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의 대사로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김재명은 팀원들에게 처칠 수상과 교통경찰의 일화를 소개합니다. 그 일화는 다음과 같습니다. 영국의 처칠 수상이 중요한 회의에 늦어서 어쩔 수 없이 운전기사가 과속을 했고 결국 교통경찰에게 잡히고 맙니다. 운전기사는 수상님이 탄 차라며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교통경찰은 속도위반 딱지를 떼는 데에는 예외가 없다며 거절합니다.

이 일화는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교통경찰에게 감명을 받은 처칠 수상은 경찰청장을 불러 그 경찰을 일계급 특진시켜주라고 명령합니다. 하지만 경찰청장은 당연한 일을 한 경찰을 숭진시키는 규정이 없다며 거절했다는 것입니다. 김재명은 이러한 일화를 소개하며 팀원들에게 영국경찰이 국민들에게 신뢰를 받는 이유는 당연히 해야할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마스터]가 관객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김재명 팀장과 그의 팀원들은 수만명의 회원들에게 사기를 치며 승승장구해온 원네트워크의 진회장(이병헌)을 검거하기 위해 모든 수사력을 동원합니다. 그의 목표는 진회장 뿐만 아니라 그의 뒤를 봐주는 정관계 비리 인사들까지 청산하는 것. 그렇기에 그에겐 고위층의 압력이 항상 함께 합니다. 하지만 김재명은 그런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할 일을 밀어부치고, 경찰청장(정원중)은 뒤에서 그를 은밀하게 지원해줍니다. 마치 처칠 수상에게 속도위반 딱지를 뗀 교통경찰과 그가 당연한 일을 했다고 말하는 경찰청장처럼 말입니다.

 

 

 

원네트워크의 진회장은 조희팔?

 

일단 [마스터]는 원네트워크의 진회장과 지능범죄수사팀의 김재명의 대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회장의 최측근인 박장군(김우빈)을 압박해서 원네트워크의 전산실과 진회장의 로비장부의 위치를 알아낸 김재명. 하지만 내부에 배신자가 있음을 눈치챈 진회장은 반격을 시도하고, 결국 첫번째 대결은 김재명의 패배로 마무리됩니다. 하지만 김재명은 그것에 굴하지 않고 반격을 노립니다. 그리고 6개월 후 반격의 기회가 찾아옵니다.

[마스터]를 보다보면 이 영화의 설정이 웬지 낯이 익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만명의 회원들을 상대로한 진회장의 수조원대 사기행각, 그리고 수사망을 피해 필리핀으로 밀항을 하는 진회장과 그의 측근 김엄마(진경), 결국 진회장은 공식으로 사망한 것으로 처리됨으로써 경찰의 집요한 추적을 벗어나려합니다. 이러한 진회장의 수법은 비단 영화이기에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진회장의 영화같은 범죄는 부끄럽게도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고스란히 따온 것입니다. 바로 조희팔 사건입니다.

조희팔은 2004년부터 2008년까지 전국에 10여개의 피라미드 업체를 차리고 의료기기 대여업으로 30~40%의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투자자 3만여명에게 4조원의 돈을 가로챈 희대의 사기꾼입니다. 그는 회원이 가입하면 그 돈을 융통해 먼저 가입한 회원에게 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했습니다. 결국 자신의 사기행각이 드러나자 2008년말 중국으로 밀항했고, 2011년 12월에 중국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고 언론에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사기 피해자들은 그가 경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위장으로 사망을 꾸민 것이라 주장했고, 실제로 조희팔을 봤다는 목격담이 끊임없이 제기되기도 합니다.

 

 

 

현실에서 못이룬 것을 영화에서 이루다.

 

검찰은 2016년 6월 조희팔이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 해방군 404의원 응급실에서 급성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했다는 사실을 최종 확인하고 조희팔의 사기 혐의 등에 공소권 없음 처분하고 수사를 종결했습니다. 그로인하여 조희팔 사건의 피해자들은 마지막 희망마저 모두 잃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마스터]에서는 다릅니다. 진회장을 잡겠다는 김재명의 의지는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필리핀에서 필리핀 정부를 상대로 또다른 사기행각을 벌이고 있는 진회장을 붙잡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그리고 진회장의 돈을 피해자들의 계좌에 곧바로 송금해주는 것으로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마스터]를 본 후 사이다같은 영화라는 평이 주를 이루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조희팔 사건이라는 현실에 입각한 진회장의 사기행각으로 [마스터]는 현실감을 부여합니다. 그러면서 현실에서는 결코 이루지 못했던 것들을 영화에서 이뤄냄으로써 현실에 답답해하는 관객들에게 영화에서만이라도 속시원한 쾌감을 느끼게 만든 것입니다. 이 영화의 결말이 현실에서도 이뤄졌다면 좋으련만... [마스터]와 같은 결말은 현실에서는 결국 판타지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2017년 1월 5일 까지 [마스터]가 동원한 관객수는 무려 595만명입니다. 개봉 16일만에 이뤄낸 쾌거로 [마스터]의 천만 관객돌파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솔직히 저는 범죄 스릴러로써 [마스터]가 그렇게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마스터]는 범죄 스릴러의 치밀함보다는 통쾌함을 먼저 강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 통쾌함이 간절하게 필요한 시기임을 감안한다면 [마스터]의 흥행전략은 완벽하게 성공했다고 평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배우들의 매력도 한 몫했다.

 

[마스터]는 조의석 감독의 영화입니다. 그는 김병서 감독과 공동연출한 [감시자들]로  55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감독 반열에 올라섰었습니다. [감시자들]은 범죄조직의 리더 제임스(정우성)를 쫓는 경찰내 특수조직 감시반의 활약을 다룬 영화입니다. [마스터]는 [감시자들]과 여러모로 닮았습니다. 경찰과 범죄자의 대결을 다룬 전형적인 범죄 스릴러 영화이며, 악역에 각각 이병헌, 정우성이라는 특급 스타를 내세웠다는 점도 같습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초호화 캐스팅과 스타급 배우들을 활용하는 방법이 서로 비슷합니다.

악역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지도 높은 배우를 악역으로 설정하며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시키고, 단독 주연을 맡아도 손색이 없는 배우들을 동원하며 초반 흥행을 주도합니다. [감시자들]에서는 정우성 외에도 설경구, 한효주를 내세웠고, [마스터]에서는 이병헌 외에도 강동원과 김우빈을 내세웠습니다. 많은 분들이 이병헌의 악역 연기밖에 안보인다고 하셨지만, 저는 김우빈이 가장 눈에 띄었습니다. 사실 김우빈은 [기술자들]로 범죄 스릴러에 이미 도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자들]은 256만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치며 김우빈의 이름값에 못미치는 아쉬운 흥행결과를 보여줬습니다.

조의석 감독은 김우빈을 [마스터]에서 완벽하게 활용합니다. [기술자들]에서 보여줬던 김우빈의 여유만만하고 뻔뻔스러운 모습을 [마스터]에서 고스란히 활용했고, 강동원과의 케미를 통해 아직 범죄 스릴러를 혼자 이끌기 벅찬 김우빈을 지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진회장과 김재명의 사이를 오가는 박장군 캐릭터를 통해 선과 악의 분명한 영화의 단조로움을 깨뜨렸습니다. 이렇게 [마스터]는 현실에서는 이룰 수 없었던 통쾌함과 배우들의 매력을 잘 활용함으로써 꽤 괜찮은 범죄 스릴러로 탄생되었습니다. 그것이 많은 분들이 [마스터]에 열광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P.S. 영화의 쿠키영상은 총 두개입니다. 특히 엔딩크레딧이 전부 올라간 이후 나오는 진회장과 황명준(오달수)의 감옥 장면은 깨알같은 재미가 있으니 놓치지 마세요. "필리핀말고 태국으로 갔어야 했는데..."

 

 조희팔 사건도 [마스터]처럼 해결이 되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조희팔 사건으로 인하여 자살한 피해자만 30여명에 이른다는 현실과

김재명이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피해자들에게 피해액을 송금해주는 영화.

결말의 차이가 현실의 씁쓸함을 더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