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영화에 대한 생각들

[채피]로 또 한번의 SF 진화는 이뤄질 것인가?

쭈니-1 2015. 3. 4. 17:31

 

 

닐 블롬캠프 감독의 혁신적 SF

 

2009년 우리는 [디스트릭트 9]이라는 한편의 놀라운 저예산 SF 영화를 만나게 됩니다. 이 영화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무대로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들이 인간의 통제를 받으며 외계인 수용구역 '디스트릭트 9'에 임시 수용된 상황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설정 자체가 워낙 독특했고, 이를 토대로 진행되는 이야기 또한 몰입도가 상당히 강력했습니다. 결국 이 영화로 닐 블롬캠프 감독은 SF 영화의 떠오르는 천재 감독으로 주목을 받았고, 주연을 맡았던 샬토 코플리는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로 승승장구하고 있습니다. [디스트릭트 9]은 3천만 달러의 제작비로 북미 1억1천5백만 달러, 월드와이드 2억1천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전세계 영화팬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닐 블롬캠프 감독은 이후 맷 데이먼, 조디 포스터를 주연으로 선택받은 1%의 세상인 '엘리시움'에 가기 위한 버려진 지구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엘리시움]을 연출했습니다. 비록 [엘리시움]은 [디스트릭트 9]만큼 주목받지는 못했지만, 현대 사회의 문제인 빈부의 격차를 SF적 관점으로 풀어낸 신선함이 돋보이는 영화였습니다.

 

 

 

 

 

 

나쁜 남자 휴 잭맨

 

오는 3월 12일에 개봉하는 [채피]는 닐 블롬캠프 감독의 세번째 영화입니다. 이번 영화 역시 SF입니다. 영화의 내용을 잠시 보자면... 2016년, 매일 300건의 범죄가 폭주하는 요하네스버그. 도시의 치안을 책임지는 세계 최초의 로봇 경찰 '스카우트' 군단을 설계한 로봇 개발자 디온(데브 파텔)은 폐기된 스카우트 22호에 고도의 인공지능을 탑재하여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성장하는 로봇 '채피'를 탄생시킵니다. 

하지만 진화하는 로봇에 맞서 인간의 힘으로 로봇을 통제하고 싶은 무기 개발자 빈센트(휴 잭맨)는 눈엣가시 '채피'를 제거하기 위한 음모를 꾸미게 되고,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성장하던 '채피'는 어느새 인류를 위협하는 대상으로 몰리게 된다고 합니다.

[채피]에서는 몇가지 흥미로운 점이 보입니다. 우선 우리의 영원한 '울버린' 휴 잭맨이 처음으로 악역에 도전을 한다는 점입니다. 과연 휴 잭맨이 악당과 어울릴지... [채피]를 보며 꼭 체크해봐야할 첫번째 키포인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휴 잭맨]은 조 라이트 감독의 7월 개봉 예정작 [팬]에서 검은수염이라는 악당을 연기한다고 합니다. 연달아 두편이나 악당을... 휴 잭맨이 갑자기 나쁜 남자가 되고 싶었나봅니다. ^^)

 

 

 

인공지능... 나는 기계일까? 생명체일까?

 

[채피]에서 두번째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인공지능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인공지능은 SF영화의 오랜 소재입니다. 대표적인 영화가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입니다. 최근 영화인 [엑스 마키나]도 매혹적인 A.I. 에이바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이미테이션 게임]의 경우는 인공지능 부분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앨런 튜링의 일대기를 다루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흔한 소재를 과연 닐 블롬캠프 감독은 어떤 색다른 이야기로 그려낼까요? 한가지 유추해볼 수 있는 것은 영화 포스터에 담겨진 '채피'의 모습입니다. 총을 한쪽에 세워두고 벽에 귀여운 낙서를 하고 있는 '채피'의 모습은 비록 범죄와 맞서 싸우는 로봇 경찰로 설계되었지만, 인간의 마음을 가짐으로써 인간보다 순수함을 간직하게된 '채피'를 예상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섣부른 예상은 금물이겠죠? 닐 블롬캠프 감독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스토리로 저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으니까요. [디스트릭트 9], [엘리시움]에 이은 닐 블롬캠프 감독의 세번째 SF 영화 [채피]. 저는 이 영화로 SF가 또 한차례 진화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