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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우, 영화도 잘 만드네... 1부 : 한국배우편

쭈니-1 2013. 10. 23. 16:07

 

 

최근 우리나라 극장가는 배우 출신의 감독들이 등장하기 시작하며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7일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가 개봉하여 개봉 첫주말에 1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4위를 차지했고, 10월 24일에는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인 [톱스타]가 개봉 대기중입니다.

배우의 감독 데뷔는 미국에서는 매우 흔한 일입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포드, 워렌 비티, 멜 깁슨 등등등... 배우 출신 감독의 이름을 열거하는 것 자체가 너무 많아 힘이들 정도니까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흔한 일이 아니죠. 그래서 한번 알아봤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의 배우 출신 감독들은 누가 있었을까요?

 

 

 

지금은 금칙어. 하지만 한때는 한류 감독... 심형래 감독

 

 

제 머리 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바로 심형래입니다. 사실 심형래는 배우라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는 코미디언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합하겠지만, [우뢰매], [영구와 땡칠이]등 80년대 어린이 영화로 극장가를 주름잡았던 배우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그는 자신이 설립한 영화사 (주)영구아트무비 직원들의 임금 체불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습니다. 결국 인기 코미디언이었던 그는 영화의 꿈을 버리지 못했고, 그 결과 몰락을 맛보아야 했던 것이죠. 그렇다면 그가 연출했던 영화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심형래의 감독 연출작은 무려 11편이나 됩니다. 하지만 대부분 [영구와 땡칠이]의 인기를 잇는 어린이 영화들이 대부분이죠. 이렇게 어린이 영화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던 심형래는 어린이 영화를 통해 번 돈으로 영화사를 차리고 본격적인 영화 감독으로서의 꿈을 이뤄나가기 위한 계획에 착수합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1994년 [티라노의 발톱]입니다.

원시 시대를 배경으로 공룡 티라노사우르스를 숭배하며 마을 사람들을 제물로 마치는 원시부족의 이야기입니다. 부족장에게 반항한 오마가 제물로 바쳐지던 날, 그녀를 사랑한 아로가 오마를 구출하고 탈출을 시도합니다. 영화는 오마와 아로가 부족장이 보낸 추격대에 쫓기며 벌어지는 모험담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조잡한 특수효과로 비아냥만 샀습니다. 심형래 감독은 어린이 영화의 틀에서 벗어나고 싶었했지만 오히려 어린이 영화의 틀에 갇힌 셈이 되고 말았죠. [티라노의 발톱]의 실패이후 절치부심해서 만든 영화가 1999년작 [용가리]입니다.

[용가리]는 외국 배우들을 캐스팅했고, 영화의 내용도 현대를 배경으로 외계 생명체에 의해 조종당하는 티라노사우르스보다 50배는 큰 괴수 용가리가 깨어나면서 벌어지는 SF 영화입니다. 분명 [용가리]는 [티라노의 발톱]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특수효과를 선보이지만 이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인하여 눈높이가 높아진 우리나라 관객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문제작 [디 워]가 2007년에 만들어집니다. [디 워]는 국내 흥행에도 성공했고, 미국에서 정식 개봉까지 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의 흥행은 실패로 돌아갔고, [티라노의 발톱], [용가리]보다 더 나은 특수효과를 위해 너무 많은 제작비를 투자한 (주)영구아트무비는 재정난에 휩싸입니다. 결국 2010년 하비 케이틀을 캐스팅하며 심형래 감독 본연의 코미디로 돌아온 [라스트 갓파더]마저 흥행에 실패하며 심형래는 현재에 이르게 되었죠. 현재 심형래 감독의 차기작으로 1960년대를 배경으로한 애니메이션 [추억의 붕어빵]이 등록되어 있지만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까요? 감독 심형래의 꿈은 이대로 물거품처럼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여배우 방은진? 여감독 방은진!

 

 

1990년대 방은진은 개성있는 여배우로 많은 영화에 출연하였습니다. 특히 故박철수 감독의 영화 [삼공일 삼공이]와 [산부인과]에서 보여줬던 파격적인 모습은 많은 영화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겨줬었습니다.

비록 흥행작보다는 작품성있는 영화에 출연해서 많은 분들에게는 낯선 배우에 불과할테지만, 2005년 [오로라 공주]로 감독 데뷔를 하며 모든 것이 역전됩니다. 우리나라 배우 출신 감독 중에서 심형래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흥행력을 지닌 감독이 방은진 감독이니까요.

 

 

2005년 개봉한 [오로라 공주]는 정순정(엄정화)이 벌이는 연쇄살인 사건이 주요 내용입니다. 담당 형사인 오형사(문성근)는 현장에서 타고 있는 오로라 공주 스티커, 그리고 자신이 범인임을 굳이 감추지 않는 순정의 대담한 범행에 혼란을 겪습니다. 결국 순정은 자신의 살인 장소를 공개하며 군과 경찰, 그리고 언론과 전국민의 시선을 한 몸에 받습니다. 과연 그녀가 이렇게 잔혹한 연쇄 살인사건을 벌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순정의 슬픈 사연이 [오로라 공주]의 주제입니다.

방은진 감독은 [오로라 공주]를 통해 제5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신인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천하장사 마돈나]를 연출한 이해영, 이해준 감독에 가려 수상하지는 못했습니다. 제42회 백상예술대상에서도 마찬가지로 신인 감독상 후보에 올랐지만 이번엔 [음란서생]의 김대우 감독에게 막혔었습니다. 방은진 감독으로서는 상당히 아쉬웠을 듯.

방은진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은 2012년에 개봉한 [용의자 X]입니다. 일본 소설, 영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영화는 천재 수학자인 석고(류승범)가 옆집의 화선(이요원)이 저지른 살인에 대해 완벽한 알리바이를 만들어주며 벌어지는 스릴러 영화입니다. 담당 형사인 민범(조진웅)은 석고가 만들어낸 알리바이를 깨야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치닫게 됩니다.

방은진 감독의 차기작은 전도연과 고수가 주연을 맡는 [집으로 가는 길]이라고 합니다. 지금 현재 열심히 제작중이라고 하네요. 흥행 감독 방은진의 도전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셈입니다.

 

 

 

 

금잔디는 지금 연출중... 구혜선

 

 

방은진 감독에 이은 여배우 출신 감독의 바톤은 구혜선이 이어 받았습니다. 사실 방은진의 경우는 주로 거장 감독의 예술 영화에 출연하여 일반 관객들에게는 낯선 배우였습니다. 하지만 구혜선의 경우는 2009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주인공 금잔디 역을 맡아 선풍적인 인기를 얻은 배우입니다.

신기하게도 그녀는 TV에서 인기를 얻었지만 그다음 단계인 영화배우로 데뷔하지 않고 곧바로 감독이 되어 우리 곁에 나타나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는 점입니다. 

 

 

구혜선의 감독 데뷔작은 2010년 [요술]입니다. 신인급 배우들을 캐스팅한 이 영화는 흥행을 노린 영화라기 보다는 실험적인 영화라고 하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절대음감을 지닌 까칠한 성격의 천재 첼리스트 정우(김정욱), 그에 가려 빛을 못 보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누구보다 강한 첼리스트 명진(임지규), 그리고 사랑스러운 미소를 가진 피아니스트 지은(서현진 분). 서로 다른 성격과 개성을 가진 이들은 예술학교에 다니는 단짝 친구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음악대회를 앞두고 같은 곡, 같은 반주자 지은을 두고 경쟁을 하게 된 정우와 명진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릅니다. 설상가상 지은이 작곡한 '요술'의 첫 번째 악보의 행방을 두고 세 친구는 사랑과 우정 사이, 열등감과 무력감 사이에 자꾸만 어긋나게 됩니다.

[요술]은 비록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젊은 여배우의 감독 데뷔작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구혜선 감독은 그 여세를 몰아 2012년 [북숭아나무]를 연출합니다. 조승우와 류덕환, 남상미 등 스타 캐스팅을 완비한 이 영화는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입니다. 상현(조승우)과 동현(류덕환)은 아버지의 보살핌 속에 30년을 어두운 집 안에서 살아옵니다. 순종적인 성격의 상현과는 달리 동현은 소설가를 꿈꾸고, 그런 동현을 위해 아버지는 삽화가인 승아(남상미)에게 아들을 도와 책을 만들어줄 것을 간청하게 됩니다.

아쉽게도 [요술]에 이어 [복숭아나무]도 좋은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뉴욕아시아영화제, 브뤼셀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면서 구헤선 감독의 연출력은 인정을 받았습니다. 1984년생인 구혜선 감독. 그녀의 나이는 아직도 20대입니다. 그렇기에 젊은 그녀의 차기작들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내가 배우였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이 있을까? 김해곤

 

 

솔직히 고백하겠습니다. 저 역시 이 글을 쓰기 전까지도 김해곤 감독이 배우 출신임을 알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배우 김해곤은 1990년 [장군의 아들]로 데뷔한 이래 [게임의 법칙], [깊은 슬픔], [남자의 향기], [파이란] 등의 영화에서 조연배우로 맹활약했었습니다. 그가 출연한 영화만해도 16편. 최근에는 [고령화 가족]에서 김사장 역으로 인상 깊은 연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의 진기가 발휘된 것은 배우로서가 아닌 감독으로서입니다. 특히 그의 연출 데뷔작인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평론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은 영화입니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은 영운(김승우)과 연아(장진영)의 지긋지긋한 사랑담을 그린 영화입니다. 어머니의 갈비집 일을 좀 거들기는 하지만 사실 놀고 먹는 게 전부인 영운. 그런 영운에게 어느 날 당당하고 섹시한 룸싸롱 아가씨 연아가 강렬하게 대쉬합니다. 비록 착하고 예쁜 약혼녀가 있지만 굴러들어온 연애를 마다 할 리 없는 영운은 연애를 장난처럼 시작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운의 엄마(선우용녀)에 의해 영운의 결혼식 날짜가 잡히고, 자신이 결혼한다는 사실을 알게되면 연아가 깽판칠 것이 두려워 영운은 연아를 피합니다. 그런 영운에게 연아는 열 받기 시작하는데, 과연 이 둘의 사랑은 무사할 수 있을까요? 故장진영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좋은 평가를 받은 이후 김해곤 감독은 2008년 송승헌, 권상우는 캐스팅한 느와르 [숙명]을 연출하게 됩니다. 최강의 팀플레이를 자랑하며 어둠의 세계를 휩쓸던 네 친구. 하지만 그 중 하나였던 철중(권상우)의 배신으로 그들은 위기를 맞이하고 이러한 상황에 분노를 느낀 우민(송승헌)은 숙명적인 복수를 준비합니다.

송승헌과 권상우 외에도 김인권, 박한별 등, 당시 라이징 스타들이 대거 출연한 [숙명]은 그러나 기대했던 것마큼의 흥행을 기록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김해곤 감독의 차기작은 아직 발표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조연 배우로서 더 활발하게 활동하는 김해곤. 언젠가는 그의 세번째 연출작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요?

 

 

스타는 영화도 잘만든다? 유지태

 

  

제가 마지막으로 소개할 배우 겸 감독은 유지태입니다. 하정우, 박중훈을 제외하고 이 글에서 소개한 배우 겸 감독 중에서 배우로서 가장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은 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유지태를 꼽을 수있을 것입니다.

[주유소 습격사건], [동감], [봄날은 간다], [올드보이], [순정만화]를 거쳐 최근 [심야의 FM]까지... 순수한 역과 거친 악역을 번갈아하며 연기파 배우로 이름을 알린 유지태. 과연 그의 감독으로서의 모습은 어땠을까요?

 

2003년 [자전거 소년]을 시작으로 [장님은 무슨 꿈을 꿀까요], [나도 모르게], [초대]등 단편영화를 연출했던 유지태의 장편 영화 데뷔작은 2013년 6월에 개봉했던 [마이 라띠마]입니다. 배수빈, 박지수, 소유진 등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가족도, 친구도, 직업도 없이 벼랑 끝에 선 그 남자, 수영(배수빈)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수영은 코리안 드림을 안고 국제 결혼한 태국 이주민 마이 라띠마(박지수)를 위험에서 구해주고 감당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도 밝게 웃는 그녀에게 마음이 흔들리게 됩니다.

같은 상처를 공유하며 간절한 사랑을 시작하는 두 사람은 함께 서울로 떠나지만 고된 서울 생활에 수영은 어느새 지쳐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결국 팜므파탈의 매력을 지닌 영진(소유진)의 유혹에 빠져들게 됩니다.

[마이 라띠마]는 제37회 몬트리올국제영화제에 초청되었고, 제15회 도빌아시아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아직 우리나라 배우의 감독 데뷔는 그리 많은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2013년 들어서 유지태, 하정우, 박중훈의 감독 데뷔작이 연달아 발표되었습니다. 게다가 이미 감독으로 데뷔한 구혜선, 방은진, 김해곤의 경우는 연출작이 2편 이상으로 배우의 감독 데뷔는 단편적인 이벤트성이 아님을 증명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출작이 꾸준히 나와 우리나라 영화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P.S. '이 배우, 영화도 잘만드네' 2부는 할리우드 배우 겸 감독으로 꾸밀 예정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와는 달리 굉장히 많은 배우가 감독으로 데뷔해서 정리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 ^^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