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이야기/2013년 영화이야기

[터보] - 정말 중요한 것은 꿈을 이룬 이후이다.

쭈니-1 2013. 7. 30. 14:43

 

 

감독 : 데이빗 소렌

더빙 : 라이언 레이놀즈, 폴 지아마티, 사무엘 L. 잭슨

개봉 : 2013년 7월 25일

관람 : 2013년 7월 28일

등급 : 전체 관람가

 

 

달팽이가 레이싱을?

 

달팽이의 평균 속도는 1초에 2mm, 1시간에 7.2m라고 합니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가장 느린 동물로 거북이를 떠올리기 쉬운데 거북이의 평균 속도는 1시간에 300m라고 하니 달팽이와 비교한다면 굉장히 빠른 편에 속합니다.

그런데 그런 달팽이가 카레이싱 중계를 보며 레이서를 꿈꾼다면? 물론 달팽이가 레이서를 꿈꾼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으며, 만약 그런 달팽이가 있다고해도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불가능한 일도 영화, 아니 애니메이션에서는 가능합니다.

[터보]는 레이서를 꿈꾸는 달팽이 터보(라이언 레이놀즈)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밤마다 TV로 카레이싱 중계를 보며 세계적인 레이싱 챔피언 기 가니에를 동경하고, 그와 맞서 경주를 하는 꿈을 꿉니다. 하지만 터보의 형인 체트(폴 지아마티)는 터보에게 '제발 정신 차리라.'고 충고합니다. 체트는 동생이 허황된 꿈을 쫓아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 안타까운 것이죠.

 

실제로 터보는 카레이서를 꿈꾸지만 현실은 토마토 농장에서 썪은 토마토를 수확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달팽이에 불과합니다.

까마귀가 날아와 동료 달팽이를 잡아가도 '씁쓸하구먼.'이라는 단 한마디로 추모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일을 계속 해야 합니다. 그만큼 달팽이는 하찮은 존재입니다. 까마귀의 밥이 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당연한 일로 받아들일 정도로...

옆집 꼬마의 세발 자전거 테러에 벌벌 떨며 몸을 숨겨야 하고, 그토록 탐내던 토마토가 마침 가지에서 떨어졌어도 잔디깎기 기계가 무서워 포기해야 합니다. 터보는 그러한 달팽이의 현실이 못마땅하지만 그로서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작은 몸집에 느린 속도를 가진 달팽이의 몸으로는 터보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현실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러한 터보에게 기적이 일어납니다. 우연한 사고로 길거리 레이싱 차의 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간 터보는 그곳에서 슈퍼 스피드 파워가 생긴 것입니다. 이제 터보는 시속 7.2m의 느린 달팽이가 아닌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빠른 슈퍼 스피드 달팽이로 거듭납니다.

 

 

픽사의 [카]를 교묘하게 패러디하다.

 

처음 [터보]의 기본 설정을 보았을때 저는 디즈니의 동화를 패러디한 [슈렉]처럼 또다시 드림웍스의 패러디 정신이 되살아난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터보]가 픽사의 애니메이션 [카]를 교묘하게 패러디한 영화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카]는 레이싱 경기인 피스톤컵 챔피온쉽의 강력한 우승 후보 라이트닝 맥퀸(오웬 윌슨)이 우연히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66번 국도에 자리잡은 래디에이터 스프링스하는 한적한 마을에서 인생의 소중한 것을 깨닫는 과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래디에이터 스프링스에서의 생활로 인하여 라이트닝 맥퀸은 피스톤컵 챔피온쉽 우승을 목표로 삼았던 자기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성공은 인생의 종착지가 아닌 것이죠. 성공 뒤에 오는 또다른 삶. 인생에서 가장 높고 화려한 곳에 오른 이후에 필연적으로 오게될 추락하는 삶의 가치를 깨달은 것입니다.

 

그렇다면 [터보]는? 레이싱카를 의인화했던 [카]와는 달리 [터보]는 레이싱카와는 전혀 다른 달팽이를 의인화하였습니다.

터보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티토(마이클 페나)의 타코 가게가 있는 스타라이트 플라자는 영락없이 [카]의 래디에이터 스프링스의 축소판입니다. 사람의 발길이 뜸한 스타라이트 플라자는 비록 관람객들에게 잊혀진 곳이지만 자신의 삶에 충실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래디에이터 스프링스와 닮아 있습니다.

[터보]의 하이라이트인 인디 500 장면은 [카]의 하이라이트인 피스톤컵 챔피온쉽 장면을 연상하게 했고, 마지막 레이싱카의 충돌 사고 역시 [터보]와 [카]가 비슷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인디 500 출전으로 터보가 깨달은 것은 무엇일까요?

[카]의 라이트닝 맥퀸은 성공보다 더 소중한 인생의 가치를 깨닫는다면 [터보]는 원대한 꿈보다 더 소중한 소소한 일상을 깨닫습니다. 얼핏 비슷해보이지만 두 영화의 깨달음은 엄연히 다릅니다. [카]는 위대한 존재가 평범함을 경험한 후, 평범함의 소중함을 깨닫는 내용이라면, [터보]는 평범한 존재가 위대함을 경험한 후, 평범함의 소중함을 깨닫는 내용입니다. 이렇듯 [터보]는 [슈렉]의 슈렉, [쿵푸팬더]의 포 등 평균 이하의 존재를 즐겨 내세우는 드림웍스에게 딱 알맞은 영화인 셈입니다.

 

 

만약 슈퍼 능력이 사라진다면...

 

달팽이 터보는 슈퍼 스피드 파워가 생깁니다. 그로인하여 터보는 달팽이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레이싱카보다 빠른 스피드를 갖게 됩니다.

드디어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일이 이뤄졌다고 좋아하는 터보. 하지만 터보의 형인 체트는 그러한 터보에게 의미심장한 질문을합니다. '만약 너의 그 능력이 사라진다면 넌 어떻게 할래?'

그렇습니다. 저는 [터보]는 보며, 우연한 기회에 달팽이의 능력을 뛰어 넘는 슈퍼 능력을 갖게된 터보가 다른 한편으로 걱정되었습니다. 터보는 달팽이의 몸으로는 불가능한 꿈을 꾸었고, 우연한 기회에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을 얻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능력은 터보의 것이 아닙니다. 체트의 물음처럼 불현듯이 찾아왔던 터보의 능력이 왔던 것처럼 어느날 예고없이 사라진다면 터보의 인생은 어떻게 될까요?

처음에 터보는 체트의 걱정을 노파심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립니다. 하지만 체트의 그러한 걱정은 현실이 됩니다. [터보]의 진짜 이야기는 바로 이 부분부터입니다. 달팽이가 슈퍼 스피드 능력을 갖게 되어 레이싱에 참가한다는 설정 자체는 그저 어린이 관객을 위한 재미있는 상상력으로 치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슈퍼 스피드 능력이 사라진 이후의 터보의 선택은 우리 어른들도 함께 생각해볼 문제인 셈이죠.

 

제가 어렸을 적에 꿈은 '슈퍼맨'이었습니다. 목에 빨간 망토를 두르고 한쪽 팔을 앞으로 뻗어서 동네를 뛰어 다녔었죠. 그것은 바로 레이서가 되고 싶다는 터보의 허황된 꿈과도 같습니다. 영화에서처럼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슈퍼맨'이 되고 싶다는 제 꿈이 이뤄질리가 만무합니다.

영화 속의 터보와는 달리 우리들은 어른이 되면서 허황된 꿈을 접고 현실적인 꿈을 꾸게 됩니다. 어쩌면 그러한 현실적인 꿈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것이 복권 당첨이 아닐까요? '슈퍼맨'이 되겠다는 꿈과는 달리 복권 당첨의 꿈은 아주 희박하긴 하지만 분명 현실성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가끔 실제 복권이 당첨되었지만 오히려 당첨 이전보다 더욱 불행하게 사는 사람들의 글을 읽곤합니다. 사기를 당해서, 아니면 흥청망청쓰다가 당첨금을 모두 써버린 사람들. 과연 그 사람들은 이후에 떻게 살고 있을까요? 아마 대부분 또다시 복권이 당첨되기를 바라며 대박의 꿈을 꾸고 있지는 않을까요?

한번 복권에 당첨되었으니 또다시 복권에 당첨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며 다른 일은 뒤로 밀고 복권 당첨에 매달리게 되지 않을까요? 그러한 분들에게 어쩌면 복권 당첨이라는 대박의 꿈은 행복이 아닌 불행이 되고마는 것입니다.

 

 

꿈을 이루는 것보다 이룬 이후가 중요하다. (스포 포함)

 

터보는 꿈을 이룹니다. 하지만 그의 꿈을 이루게 하는 능력은 신기루와도 같습니다. 언제 사라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능력인 것이죠. 체트가 진정으로 걱정하는 것은 바로 그것입니다. 꿈을 이룬 터보가 그 능력을 잃게된다면 과연 터보는 예전처럼 소소한 일상에 다시 빠질 수 있을까요?

영화의 마지막, 사고로 인하여 슈퍼 스피드 능력을 잃은 터보는 결국 자신의 껍질 속으로 숨어 버립니다. 세상 모든 사람의 박수갈채를 받던 위대한 스피드 달팽이에서 순식간에 하찮은 느림보 달팽이가 되어 버린 터보. 터보는 그것이 견딜 수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터보는 이겨냅니다. 슈퍼 스피드 능력이 없이도 자신의 힘으로 인디 500을 우승으로 이끕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터보가 인디 500의 우승 이후에도 레이서의 화려한 삶을 살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는 이미 평범한 달팽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정말 중요한 것은 우승 그 이후입니다. 터보는 왕년의 화려함을 그리워하며 다시 슈퍼 스피드 능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지 않고, 달팽이로서의 자신의 일상을 즐기며 살아갑니다. 꿈을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꿈을 이루지 못한다고 해서 결코 실패한 인생이 아니며, 이뤘던 꿈을 잃었다고 해서 결코 불행한 인생도 아닌 것입니다. 가슴 속에 꿈을 안고 있다면 그 자체로도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는 것이죠.

 

[카]의 라이트닝 맥퀸은 얼마든지 피스톤컵 챔피온쉽을 우승할 수 있습니다. 올해가 아니면 그 다음해, 그 다음해가 아니면 또 그 다음해에도 그에겐 언제나 기회가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가 우승보다 더 소중한 것을 위해 피스톤컵 챔피온쉽 우승을 포기해도 그것은 실패가 아닌 내일을 위한 또다른 성공이 됩니다.

하지만 터보는 다릅니다. 그에게 기회는 단 한번 뿐이고, 그 기회가 끝나면 인디 500의 꿈은 다시한번 이룰 수 없는 허황된 꿈이 됩니다. 그러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한다면 터보는 불행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터보의 이야기는 평범한 우리들을 위한 우화가 됩니다. 꿈을 이룬다고해도 이루었던 꿈이 다시 무너질지 모르는 우리 평범한 사람들. 결국 정말 중요한 것은 꿈을 가슴에 품고 열심히 사는 것과, 꿈을 이루고 나서도 초심을 잃지 않는 마음, 그리고 이루었던 꿈이 모래성처럼 무너져도 좌절하지 않고 다시 꿈을 꾸며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위대한 이들의 소중함을 일깨웠던 [카]와는 달리, 평범한 이들의 소중함을 일깨운 [터보]는 그렇기에 더욱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이라는 이름값을 해낸 것입니다.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쭈니.

그래서 난 아직도 전체 관람가 애니메이션을 이토록 사랑하나보다.

 

 

 

 

 

 

 

 

제게 필요한 것은 손가락 추천이 아닙니다.

여러분의 진심어린 소중한 댓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