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잡담

'목소리 좋은 남자'라는 소리에 낚이다.

쭈니-1 2011. 10. 18. 12:36

점심 시간을 앞두고 한참 오전 업무를 바쁘게 마무리하는 시간인 11시 30분쯤.

갑자기 제 핸드폰의 진동이 요란하게 울립니다.

핸드폰을 보니 전혀 모르는 전화번호가...

순간 짜증이 팍 밀려옵니다.

왜냐하면 스팸 전화일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죠.

 

"여보세요!"

(저는 짜증 섞인 목소리를 전화를 받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역시 예상대로 상담원인듯한 여성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누구세요."

(제 짜증은 점점 극에 치닫고 있습니다.)

"저기... 제 수첩에 전화번호와 함께 목소리가 좋은 남자라고 쓰여 있어서 전화했어요." 

(보험이나 비과세 저축 안내를 할줄 알았는데 예상하지 못한 말에 저는 당황하고 맙니다.)

"네?"

(저는 잠시 이게 무슨 상황인지 뜸을 들이며 머리속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전 최양* 이라고 하는데요... 혹시 제가 아는 분인가요?"

(자신의 이름까지 밝히니 더욱 헷갈립니다. 그런데 그 여자분의 이름이 문득 낯익어 보입니다. 아마도 흔한 이름이라서 그런가봅니다.)

"수첩에 적은 사람이 알지,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목소리가 잠시 누그러듭니다.)

"그럼 이름이라도 알려주세요. 제가 아는 분인가 생각해보게요."

(내 이름을 알아내려합니다.)

"네, 김동* 이라고 합니다."

 (저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혹시 내가 아는 사람일지도 몰라 알려줍니다.)

"흠... 이름을 들어선 모르겠네요. 혹시 30대 초반?"

(이젠 내 나이까지 알려고 듭니다.)

"30대 후반인데요..."

(그때서야 뭔가 이상한 전화라는 것을 눈치챈 저는 다시 기분 나쁜 목소리가 튀어나옵니다.)

"아! 그러세요. 암튼 좋은 하루되세요."

(내 나이를 밝혀서인지, 아니면 기분 나쁜 티가 팍팍 나는 내 목소리 때문인지 상대방은 서둘러 전화를 끊습니다.)

 

전화를 끊고나니 뭔가 제가 걸려든 생각이 듭니다.

아무 전화나 눌러서 이름을 알아내고선 뭔가 다른 짓거리를 하려는 것은 아닐까...

불안 불안해집니다.

이거 혹시 새로운 보이스 피싱 수법은 아닐까요?

아니면 30대 초반 남자에게 뭔가를 팔려고 하는 스팸 전화일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정말 수첩에 모르는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서 궁금증에 전화를 건 일반 여성일까요?

제가 전화 번호를 바꾼 것이 2년 전 일이니 그 전 분의 아는 여성일까요?

아! 괜한 전화를 받아서 괜히 답답하고 불안합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