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특별한 추억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는 날

쭈니-1 2011. 8. 16. 11:37

요즘도 가끔 저는 아버지의 꿈을 꿉니다.

꿈 속의 아버지의 모습은 언제나처럼 웃음이 없으셨고, 가끔은 힘겨워 보이시기까지 하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꿈을 꾸고 나면 제 마음은 더욱 무거워집니다.

저희 아버지는 4남 4녀 중 장남이셨습니다.

가족들을 부양하시기 위해 어렸을 적부터 학교에 다니시지 못하고 미싱, 시다를 배우셔서 일을 하셨습니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 여름방학때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며 잠시 아버지가 일하시던 공장에서 다닌 적이 있었는데, 하루종일 서서, 더운 여름날 다리미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선풍기 바람에만 의존하며, 천에서 묻어 나오는 먼지들에 쌓여 일을 해야 하는 바람에 단 하루도 버티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를 포기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아버지는 평생을 일하셨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는 갑자기 거동이 불편하시다고 호소를 하셨습니다.

병원을 찾은 저희 가족은 아버지께서 파킨슨 병에 걸리셨다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외로운 자신과의 싸움을 하셔야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아버지에게 큰 힘이 되어 드리지 못했습니다.

파킨슨 병의 후유증으로 불면증과 우울증에 걸리신 아버지.

회사일로 바쁜 제게 전화하셔서 어린 투정을 부리시던 아버지에게 저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지 못하시고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조금이라도 아버지의 힘이 되어 드렸다면 아버지께서는 좀 더 힘을 얻어 자신과의 싸움을 하실 수 있었을텐데...

아버지의 장례식날 저는 소리 없이 속으로 눈물을 흘려야 했습니다.

비록 제겐 다정한 아버지는 아니셨지만 평생 형제 부양과 가족 부양을 위해 쉬지 않고 일하셨던 아버지.

어린 손자를 보시며 평생 웃으셨던 것보다 더 많은 웃음을 보이시며 삶의 희망을 가지셨던 아버지는 결국 그렇게 제 곁을 떠나셨습니다.

이제 아버지가 저희 곁을 떠난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지만 마치 아주 오래된 일처럼 느껴집니다.

평생 일을 하셔서 거칠어진 아버지의 손길도, 힘겨운 나날로 웃음을 잃으셨지만 손자를 보실때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아버지의 얼굴도, 마치 아주 오래된 일처럼 느껴집니다.

언젠가 또 아버지의 꿈을 꾸겠죠?

그땐 부디 꿈에서라도 아버지가 환하게 웃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내 마음이 편해지게...

아버지 살아생전 아버지께 환한 웃음을 안겨드리지 못했던 이 못난 아들은 이렇게 또 이기적인 바램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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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의자 - 정수라

그옛날 아버지가
앉으셨던 의자에
이렇게 석고처럼
앉아있으니
즐거웠던 지난날의
모든 추억이

내가슴 깊이 밀려들어요
언제였나요
내가 아주 어렸을적에

아버지는 여기 앉아서
사랑스런 손길로
나를 어루만지며

정답게 말하셨죠
그리울때 이의자에
앉아있으면
그때 그말씀이
들릴듯해요
이렇게 앉아있는
나를 바라보시며
어머니 눈시울은
젖어있어요
아버지는 의자하나
남겨놓은채
지금 그어디로
떠나셨나요
여기 앉아서
나는 꿈을 키워왔어요

아버지의 체온속에서
따스했던 말씀과
인자하신 미소를

언제나 생각했죠
그리울때 이의자에
앉아있으면
그때 그모습이
보일듯해요
그리울때 이의자에
앉아있으면
그때 그모습이
보일듯해요

가사 출처 : Daum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