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특별한 추억

웅이, 두발 자전거 타기에 성공하다.

쭈니-1 2011. 6. 7. 15:00

저를 닮아서인지 유난히 겁이 많은 웅이.

아홉 살이라는 나이답지 않게 무엇이든 안전을 제일 우선으로 추구하는 웅이에게 두발 자전거는 불안전하고 매우 위험한 탈거리에 불과했나봅니다.

웅이는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안전한 네발 자전거를 고집했고, 저와 구피 역시도 그것을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었답니다.

하지만...

학교가는 토요일에는 자전거 타기 수업이 있고, 웅이네 반 남자 아이들은 거의 두발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저와 구피는 그만 충격을 먹고 말았답니다.

웅이만 네발 자전거를 타며 반 아이들에게 놀림거리가 될 것을 우려한 저희 부부는 주말을 이용해서 웅이에게 두발 자전거 타기 특별 교육을 시키기로 결심했습니다.

 

 

헬멧은 물론, 팔 보호대와 무릎 보호대까지 안전 장비를 철저하게 착용된 그날의 특별 교육은 제가 자전거의 뒤를 잡아 주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넘어지면 어떻하냐며 두발 자전거 타기 싫다고 우기던 웅이도 아빠가 뒤에서 안넘어지게 잡아줄테니 걱정하지 말라는 소리에 겨우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

그 결과...

 

 

허리를 구부린채 웅이의 자전거를 붙잡고 운동장 몇 바퀴를 돈 저는 기진맥진.

그날 날씨가 엄청 더웠던 탓에 운동장에 그대로 쓰러지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웅이의 두발 자전거 타기 특별 교육을 멈출 수는 없죠.

다른 건 몰라도 웅이가 절 닮아 몸치라고 반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게 할 순 없었으니까요.

 

 

처음엔 제가 뒤를 잡아주고 시작했다가,

중간에 살짝 자전거를 잡아줬던 손을 놓았답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빠가 잡아주니 안 넘어지고 좋아.'라고 이야기하던 웅이는

뒤에 제가 없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깜짝 놀라하며 자전거를 멈추네요.

하지만 이로써 웅이의 두발 자전거 타기는 절반의 성공을 거둔 셈.

웅이도 아빠가 잡아주지 않아도 혼자 탈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운 계기가 된 것이죠.

 

 

휴식 시간을 이용하여 구피와 웅이의 기념 촬영.

저는 웅이 자전거를 잡고 운동장 뛰어 다니느라 기진맥진인데

구피는 편안하게 앉아 박수만 치며 응원하던...

구피야~ 너만 편안하면 다냐? 나도 쉬고 싶다~

 

 

자신감이 붙은 웅이.

드디어 제가 붙잡지 않고 혼자 자전거 타기를 시도합니다.

아직은 출발이 서투르고 핸들 컨트롤이 부족해 비틀비틀거리지만 그래도 웅이가 혼자 두발 자전거를 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정말 중요한 순간이죠.

 

 

 

드디어 웅이가 혼자 두발 자전거 타기를 성공하는 역사적인 순간.

두발 자전거 타기를 성공한 웅이는 한껏 뿌듯한 표정으로 '나 저전거 정말 잘 타죠?'라며 우쭐대기 시작합니다.

급기야는 반 여자 아이가 네발 자전거를 타는 것을 보고 제게 '아빠, 쟤는 글쎄 아직도 네발 자전거를 타요.'라며 비웃던...

이런... 웅이야. 너도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네발 자전거 탔단다.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해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