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특별한 추억

초보낚시꾼 쭈니의 우럭낚시 입문기

쭈니-1 2011. 5. 9. 16:57

드디어... 드디어...

취미라고는 영화 보기와 영화 리뷰 쓰기, 그리고 블로그 관리 하기가 전부인 제가 바다 낚시에 입문하였습니다.

솔직히 바다 낚시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1년 전쯤, 회사 동료들과 서해안으로 쭈꾸미 낚시를 갔었고, 낚시는 지루하다는 생각과는 달리 1분이 멀다하고 낚여 올라오는 쭈꾸미를 보며 '아! 바다 낚시는 재미있는 것이구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저는 회사 내 낚시광으로 유명한 부장님께 바다 낚시를 배우고 싶다고 졸랐고 결국 지난 달에 거금 13만원을 들여 낚시 세트를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5월 7일 회사 동료들과 함께 대망의 우럭 낚시를 떠났답니다.

주말에 가족들과 보내지 않고 낚시한다며 들뜬 저를 보는 구피는 잔뜩 짜증을 냈지만 기왕 가는 것 우럭 많이 잡아오라며 결국 격려하더군요.

저는 '걱정마! 우럭 열 마리는 잡아올께.'라고 큰소리를 뻥뻥치며 집을 나섰습니다.

 

 

 

제가 구입한 우럭 낚시대와 릴입니다.

입질의 추억님이 초보자 용으로 무난하다고 조언을 해주셔서 길게 고민하지 않고 덜컥 구입했답니다.

감사합니다. 입질의 추억님... 앞으로 요 녀석과 함께 초보 낚시꾼의 추억을 많이 쌓아 가겠습니다. ^^ (출처 : 인터파크)

 

 

하지만...

역시 우럭 낚시는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새벽 6시부터 시작한 낚시를 시작했지만 하필 그날따라 날씨도 흐리고, 안개가 많이 끼어서 우럭이 잡히지 않더군요.

낚시광이신 사장님과 부장님께서도 우럭을 낚지 못해 전전긍긍 하시는 것을 보며 조금 안심을...

그러나 날씨가 서서히 개며 다른 분들은 서서히 우럭을 낚기 시작하셨습니다.

 

저희 회사 대리님이 잡으신 우럭 월척!!!

선장님이 기념 사진을 찍어 주시는 동안 저는 그 뒤에서 부러운 눈으로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답니다. (출처 : 낚시배 닷컴)

 

문제는 저만 점심 시간이 다 되도록 아직 개시조차 못했다는 점입니다.

야심차게 낚시대까지 구입하고 의기양양하게 따라 나섰지만 한마리도 잡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저를 보는 회사 동료들의 시선은 동정심으로 가득 차 있더군요.

정말 화가 나고 창피했습니다.

그렇게 점점 초조하던 찰라...

드디어 제게도 입질이 왔으니...

하지만 크기는 제 손가락만한 새끼 우럭이었답니다.

 

 

제가 처음으로 잡은 새끼 우럭입니다.

회사 동료들이 첫 개시라며 기념 사진을 찍으라고 해서 찍긴했는데...

제 표정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상당히 창피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낚은 우럭만 아니었다면 방사해주고 싶었을 정도... 

 

6시간에 걸친 오전 낚시 동안 겨우 새끼 우럭 한 마리만 낚았습니다.

결국 선장님이 끓여주신 쭈꾸미 라면을 먹는 동안에도 제 머리 속에는 불안감만 가득했답니다.

'겨우 이거 한마리만 잡고 집에 가면 어떻하지? 구피한텐 뭐라고 이야기하지? 시장에 들러 우럭 몇 마리 사갈까? 사장님과 부장님께 잡은 우럭 몇 마리만 나눠 달라고 구걸할까?'

부장님이 배멀미하냐고 걱정해주실 만큼 제 머리 속은 걱정거리로 가득차 버렸답니다.

하지만 여기서 반전이...

오후가 되어 맑게 개인 날씨 속에서 저는 서둘러 우럭 낚시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평소엔 잘 하지도 않는 기도를 했답니다.

제발 다섯 마리만 잡게 해달라고...

비록 열 마리 잡아 오겠다고 큰소리쳤지만 다섯 마리 정도만 가져가도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 기도를 하늘도 들었는지 드디어 입질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일타이피...

다시 말해 한 번에 두 마리의 우럭을 잡아 낚은 것입니다.

 

한번에 두 마리의 우럭을 잡아 올린 제 사진입니다.

선장님께서 홈페이지에 올린다며 기념 사진을...

이때부터 제 낚시대는 한 시간동안 쉬지 않고 우럭을 낚아 올렸답니다.(출처 : 낚시배 닷컴)

 

한번 우럭을 낚아 올리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마치 거짓말처럼 우럭이 술술 잡혔습니다.

10분도 채 되지 않아 또다시 한번에 두마리의 우럭을 잡아 올린 저는 비로서 그토록 애절하게 하늘에 기도했던 다섯 마리의 우럭을 채웠습니다.

그랬더니 갑자기 또 욕심이...

그래서 또 기도했습니다. 더도 덜도 말고 딱 열 마리만 잡게 해달라고... -_-

그리고 그러한 두번째 기도도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1시간 동안 무려 아홉마리의 큼지막한 우럭을 낚았고, 결국 애초에 계획했던 열 마리를 채웠답니다.

3시가 되자 선장님이 우럭 회를 먹고 하자고 하시더군요.

점심때 쭈꾸미 라면 먹을 때는 우럭을 잡지 못해 짜증이 나서인지 무슨 맛인지도 전혀 몰랐었는데...

계획했던 만큼 우럭을 잡고나서 여유롭게 즐긴 우럭회는 그야말로 진미 중의 진미였답니다.

 

 

 

 

배에서 먹은 우럭회는 사장님과 부장님이 잡으신 우럭 스무 마리로 회를 떴답니다.

아주 큼지막하고 두꺼운 우럭 회에 먹걸리 한잔...

크~

아마 이 맛에 바다 낚시를 하는 것이겠죠?

그날 저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회를 먹었답니다.(출처 : 낚시배 닷컴)

 

우럭회를 먹으며 기념 사진...

저기 맨 뒤에서 오른쪽에 가장 볼 품없이 앉아 있는 것이 바로 접니다.

다른 분들은 옷차림새부터 낚시꾼에 어울리는 복장으로 하고 오셨는데,

저는 모자도 안쓰고, 총각시절 입었던 낡은 잠바 하나 입고 저렇게 초보자 티를 팍팍 내며 앉아 있었답니다.(출처 : 낚시배 닷컴)

 

우럭회를 먹고 다시 낚시 시작.

이미 계획했던 우럭 열마리를 낚아서인지 한껏 여유로워진 저는 다시 하늘에 기도를 했습니다.

기왕 이렇게 많이 잡은거... 다섯 마리만 더 잡게 해달라고...

하지만 하늘도 제가 괘씸했는지 더 이상 저는 우럭을 잡지 못했답니다.

오후 5시 경, 낚시를 끝내고 부천으로 출발.

저녁 8시에 회사에 도착하여 우럭을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처가집에 갔습니다.

제가 잡아온 우럭을 보시며 '정말 이거 시장에서 산 것 아니냐?'며 의혹의 눈초리를 버리지 못하시는 가족들...

저는 어깨에 힘을 팍 주고 다 제가 잡은 자연산 우럭이라며 큰소리를 빵빵 쳤습니다.

 

 

 

일단 세마리로 우럭 매운탕을 끓여 장인어른과 처남과 함께 소주 한잔 크~

한달 전에 소주를 끊겠다고 선언했지만 그날만큼은 구피의 허락 아래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우럭 매운탕에 소주 한잔 했답니다.

 

아빠가 잡아온 우럭이 신기하다며 일기장에 '오늘 아빠가 우럭을 잡아 오셨다. 정말 쫄깃쫄깃했다.'라는 쓰는 웅이.

저는 다음 번에 아나고를 잡아 오겠다며 가족들에게 선언을 했고, 그렇게 초보 낚시꾼 쭈니의 우럭 낚시 입문기는 끝이 났습니다.

아참... 저와 함께 첫 데뷔를 한 제 우럭 낚시대에게 그날 웅이와 함께 이름을 붙여 줬답니다.

이름하여.... 우~ 럭키!!!!

ㅋㅋㅋ 유치해도 어쩔수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