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영화에 대한 생각들

팀 버튼의 앨리스 VS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앨리스 - 누가 제대로 미쳤는가?

쭈니-1 2010. 3. 8. 23:45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보고 뭔가 허전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습니다. 팀 버튼의 세계는 여전히 아름다웠고, 팀 버튼에 의해 다시 태어난 앨리스는 영웅이 되어 있었지만 뭔가 빠진 것만 같은 아쉬움은 끝내 달랠 길이 없더군요.

그때 문뜩 생각난 영화가 있었습니다. 3년전 웅이의 어린이날 선물로 구입한 DVD SET인 'Best Animation Collection'중 디즈니의 1951년작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였습니다. 전 주저없이 한동안 꺼내보지 않았던 DVD 박스를 꺼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플레이하였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왜 그토록 허전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1951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겐 있었지만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겐 없었던 것... 그것은 바로 미친 것에 대한 흥겨움이었습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영화 VS 영화. 팀 버튼의 앨리스 VS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앨리스... 무엇이 다른가? 두구둥... 지금 막을 올리겠습니다.

 

 

    VS 

 

chapter 1 팀 버튼의 앨리스 VS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앨리스

 

   VS  

 

팀 버튼의 앨리스는 19살의 숙녀입니다. 그녀는 귀족집안의 아들이지만 마음에 안차는 남자에게 청혼을 받고 여자로써의 안주하는 삶과 모험을 갈망하는 내면의 욕망 사이에서 갈등을 합니다. 결국 그녀는 결정을 내리지 못합니다. 그러다 시계를 찬 하얀 토끼를 보고 그 자리에서 도망을 치게 되고 이상한 나라로 예기치못한 여행을 떠납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앨리스는 아직은 철 없는 꼬마 소녀입니다. 언니와 함께 역사 공부를 하지만 지루해 미칠 지경입니다. 어떻게 그림도 없이 깨알같은 글씨만 써있는 지루한 책을 저렇게 읽을 수 있는지 그녀는 언니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시계를 보며 늦었다고 중얼거리는 하얀 토끼를 보고 호기심이 생겨 토끼를 쫓아가게 되고 결국 이상한 나라로 모험을 떠납니다.

일단 외모 면에서 팀 버튼의 앨리스는 디즈니의 앨리스를 참고한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금발의 앨리스는 여러모로 닮아 있습니다. 단지 성격 면에서 팀 버튼의 앨리스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힌 반면 디즈니의 앨리스는 자기 자신만의 세상에서 꿈꾸길 원할 뿐입니다. 영화의 후반에 가면 두 앨리스의 차이는 극명하게 갈리는데 팀 버튼의 앨리스는 여전사로 성장하여 현실에서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여장부가 되지만 디즈니의 앨리스는 집에 가고 싶다고 칭얼대다가 기나긴 잠에서 깨어날 뿐입니다.

점수를 매기자면 좀 더 능동적인 팀 버튼의 앨리스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지만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로 갑자기 여전사로 팍팍 성장하는 앨리스보다는 상상력이 풍부한 꼬마 앨리스가 더욱 사랑스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chapter 2 팀 버튼의 모자장수 VS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모자장수

 

   VS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자장수는 거의 주인공급으로 위치가 격상되었습니다. 앨리스를 연기한 미아 와시코우스카가 거의 무명인데 반에 모자장수는 할리우드 스타급 배우이자 팀 버튼 감독의 페르소나인 조니 뎁이 맡고 있습니다. 

그에 반에 디즈니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모자장수는 미치광이 삼총사중 한 명에 불과합니다.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에서 만나는 이상한 캐릭터중 하나일 뿐인 것입니다. 그래서 모자장수는 혼자 나오지 않고 미치광이 삼총사와 항상 같이 등장합니다. 바로 3월의 토끼와 주머니쥐가 그의 짝입니다.

일단 외모면에서 본다면 그로테스크한 분장을 한 팀 버튼의 모자장수에게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애니메이션의 모자장수는 그냥 평범한 땅딸보 아저씨의 모습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모자장수에게 중여한 것은 외모가 아닙니다. 바로 얼마나 미쳤는가? 입니다. 그렇다면 판결은 달라집니다. 팀 버튼의 모자장수가 미치광이답지 않게 진지해졌다면 애니메이션의 모자장수는 그야말로 제대로 미쳤습니다. 모자장수는 친구들과 생일이 아닌 날을 축하하는 잔치를 벌이고 횡설수설하며 그야말로 영화 자체를 정신없이 만듭니다. 영화를 보다보면 정말 정신이 없습니다. 그런데 팀 버튼의 모자장수는 그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chapter 3 팀 버튼의 쌍둥이 VS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쌍둥이 

 

 

   VS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감초 역활을 하는 쌍둥이 트위들디와 트위들덤. 역시 팀 버튼의 쌍둥이는 독특한 외모를 과시합니다. 마치 두개의 둥근 공을 연상하게 만드는 팀 버튼의 쌍둥이. 하지만 일찌감치 붉은여왕에게 잡히는 까닭에 그들의 흥겨운 수다를 들을 기회가 충분하지 못했습니다.

그에 반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쌍둥이는 하얀 토끼를 쫓아가야 하는 앨리스를 묶어두고 자신들 만의 이야기 쇼를 벌입니다. 그들이 이야기하는 꼬마 굴의 최후는 앨리스에게 하얀 토끼를 잠시라도 잊게 만들 정도로 그 흡입력이 대단했는데... 서로 치고 받는 그들의 말솜씨가 돋보이는 장면이었습니다.

역시 팀 버튼의 쌍둥이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쌍둥이를 비교한다면 외모 면에서는 팀 버튼의 쌍둥이가 압도적으로 강력합니다. 하지만 실제 캐릭터의 성격 면에서는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역할을 지닌 팀 버튼의 쌍둥이보다 흥겹게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쌍둥이에게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chapter 4 팀 버튼의 붉은여왕 VS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붉은여왕

 

  VS 

 

드디어 등장이네요. 문제의 붉은여왕. 팀 버튼의 붉은여왕은 역대 최고입니다. 머리가 몸보다 더 큰 그 독특한 외모도 외모이지만 동생인 하얀여왕에 대한 열등감과 남들에게 사랑 받고 싶어하는 욕망이 강한 그녀는 자신의 괴팍한 성격과 외모 탓에 하얀여왕과는 달리 남들에게 사랑받을 수 없음을 깨닫고 공포의 존재가 되겠다고 선언합니다. 팀 버튼 감독은 [배트맨]에서처럼 악역 캐릭터를 매력적으로 창조해내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습니다. 그 덕분에 붉은여왕은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가 되어 버립니다.

그에 반에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붉은여왕은 뚱땡이에 심술궂은 아줌마 타입입니다. 홍학을 골프채로 고슴도치를 골프공 삼아 골프를 즐기는 그 독특한 취미도 팀 버튼의 붉은여왕과 같고, 툭하면 '목을 베어버려라.'라고 외치는 괴팍한 성격도 같지만 외모면에서도 성격면에서도 팀 버튼의 붉은여왕에 뒤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chapter 5 그 밖의 캐릭터들, 그리고 결론.

 

 

체셔 고양이는 팀 버튼과 디즈니 애니메이션 둘 다 매력적입니다. 단지 느글느글한 스티븐 프라이의 목소리가 입혀진 팀 버튼의 체셔 고양이가 조금 더 멋지다고 느껴지더군요.

 

 

체셔 고양이와는 달리 애벌레 압솔렘은 개인적으로 디즈니의 압솔렘이 더욱 매력적이었는데 알 수 없는 철학적인 이야기만 늘어놓는 팀 버튼의 알솔렘보다는 역시 미치광이 나라에 걸맞는 디즈니의 압솔렘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엔 더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하얀 토끼는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모두 외모면에서나 성격면에서나 비슷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단지 애니메이션에서의 하얀 토끼의 비중이 더 높았습니다. 갑자기 커져버린 앨리스로 인하여 살던 집을 송두리째 잃을 뻔했으니 말이죠.

 

그 외에도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없었던 캐릭터들을 많이 추가했습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캐릭터가 바로 하얀여왕입니다. 그리고 하트의 잭 스테인과 무시무시한 괴물 재버워크까지 동원하여 50년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압도하려 합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입니다. 두 개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각 주요 캐릭터를 비교해 보았듯이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뛰어난 것은 캐릭터의 외모적인 면과 붉은여왕 캐릭터, 그리고 늘어난 캐릭터들의 볼거리 뿐입니다.

결정적으로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유쾌하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영화의 초반 미치는 것의 중요성을 역설하던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정작 본격적으로 이상한 나라에서의 모험에서는 제대로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너무나도 커다란 아쉬움입니다.

그에 반에 애니메이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화를 보던 제 자신이 정신이 없게 느껴질 정도로 영화 속 캐릭터 하나하나가 아주 제대로 미쳐있었습니다. 결국 제가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허전함을 느낀 것은 바로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미치는 것은 그렇게 중요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