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외이야기들/영화에 대한 생각들

한국영화산업의 2차 판권 붕괴에 대한 실태와 개선방향

쭈니-1 2009. 12. 26. 00:39

방통대 문화교양학과 3학년에 편입학 한 것이 지난 2007년.

학점은 2년 만에 우수한(?) 성적으로 모두 취득한 저는 졸업논문만 남겨 놓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졸업논문이라는 것이 막상 쓰려니 막막하더군요.

그래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졸업논문 제출 일주일만을 남겨놓게 되었습니다.

결국 직딩의 로망이자 최후의 희망인 여름휴가를 졸업논문 쓰는 기간으로 정해놓고 무려 이틀에 걸쳐 막무가내로 졸업논문을 써내려갔습니다.

그런데 그 졸업논문이 합격하였습니다.

너무 단시간 내에 쓴 논문이기에 내년을 기약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졌었는데...

암튼 덕분에 내년에 저는 졸업합니다.  

그 영광의 졸업논문을 추억 삼아 올려봅니다.

 

 


 

 

1. 그 많던 비디오 대여점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제가 중학교 3학년이 되던 1988년, 저희 집은 드디어 비디오 플레이어를 장만하였습니다. 제 친구네 집에 비디오 플레이어가 있는 것이 너무 부러워 어머니를 한 달간 조른 결과였습니다. 당시만 해도 영화를 보려면 무슨 대단한 나들이를 가는 것 마냥 며칠 전부터 극장 앞에서 줄을 서서 영화를 예매하고, 당일에는 말끔한 옷을 챙겨 입고 온 가족이 시내로 총 출동을 하던 시기였기에 안방에서 편안하게 누워 영화를 시청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제겐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동네엔 비디오 대여점이 별로 없어서 비디오를 빌리려면 한참을 걸어야 했지만 말끔한 옷을 챙겨 입고 시내 극장으로 가는 수고에 비하면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 가는 것은 훨씬 수월한 일이었습니다.
  해마다 치솟는 전세 값의 폭등으로 인하여 저희 집은 거의 해마다 전세보증금에 맞춰 이사를 다녀야 했습니다. 그렇게 새로운 동네에 이사를 갈 때마다 저는 가장 먼저 동네 비디오 대여점의 위치를 파악하고 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비디오 대여점을 골라 회원 등록을 했습니다. 새로운 비디오 대여점에 들르면 예전의 비디오 대여점에는 없었던 새로운 영화들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제겐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저는 고단한 이사에 대한 스트레스를 새로운 비디오 대여점에서의 새로운 영화들과의 만남으로 풀었던 것입니다.
  이렇게 저를 비롯한 수많은 이들의 문화생활의 첨병 노릇을 해오던 비디오 대여점은 그러나 1994년을 절정으로 해마다 그 수가 줄어들고 있습니다.

 

 

 

 

  하지만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비디오 대여점의 수가 급락하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은 별로 없었습니다. 하락 폭이 완만했고, 90년대 중반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비디오 대여점으로 인하여 이미 비디오 대여점들은 과열 경쟁이 시작되어 1편 대여료가 1천5백 원이었던 것이 5백 원으로 추락하기도 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비디오 대여점의 거대화가 진행되는 시기가 90년대 후반이었고, 비디오 대여료도 점차 덤핑 경쟁에서 안정화를 되찾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전국의 비디오 플레이어 보급률이 해마다 늘어가던 시기이기에 가격 덤핑을 시도하던 군소 비디오 대여점들이 정리되면 비디오 대여업은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며 비디오 대여업계는 불법다운로드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적을 만나게 됩니다. 이때부터 비디오 대여업계는 급속도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됩니다. 1994년 전국 3만개에 육박하던 비디오 대여점은 2007년 3천여 개로 줄어든 것입니다. 13년 만에 전국의 88.6%의 비디오 대여점이 사라진 것이며, 아직까지 전국의 비디오 대여점은 해마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동네로 이사를 갈 때마다 동네 비디오 가게를 찾아 그 곳에서 보기 드문 비디오를 찾는 것을 즐겼던 저는 이제는 하나 둘씩 사라지는 동네의 비디오 대여점들을 바라보며 내 아들에겐 비디오 대여점에서 보물찾기를 하는 즐거움을 물려주지 못해 아쉬워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과연 이런 비디오 대여점의 몰락은 단지 비디오 대여점에서의 기억이 다시는 올 수 없는 추억으로 머문다는 것에 대한 아쉬움만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2. 왜 한국영화계는 비디오 대여점의 몰락을 지켜만 보고 있었는가? 

 

  불법 다운로드로 인하여 비디오 대여점이 급속도로 몰락하였지만 한국영화계가 이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비디오 대여점이 몰락하였지만 오히려 한국영화 산업은 근래 보기 드문 호황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호황의 한 가운데엔 멀티플렉스가 있었습니다. 1998년 4월 4일 강변에서 11개관으로 개관한 CGV 강변은 국내 극장가에 멀티플렉스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였습니다.
  멀티플렉스 시대가 개막되면서 전국의 극장 수는 2004년까지 해마다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스크린의 수는 2005년엔 1991년과 비교해서 무려 2배가 넘는 수가 늘어났습니다. 스크린이 대폭 늘어나며 한국영화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시대를 맞이하는데 1999년 제작된 강제규 감독의 [쉬리]는 멀티플렉스 시대가 개막하며 한국 영화 시장이 커지지 않았다면 결코 국내 영화 시장의 사정상 만들어지기 어려운 영화였습니다.
  멀티플렉스의 개관은 극장과 관객의 거리를 좀 더 가깝게 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이전에는 서울에서 영화를 보려면 종로까지 나가야 했지만 이젠 집 근처에 영화도 보며 쇼핑도 할 수 있는 멀티플렉스가 생겨남으로써 극장을 찾는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그 결과 2003년 12월에 개봉한 [실미도]와 2004년 2월에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가 동시에 흥행하며 한국영화계에 천만관객 시대를 활짝 열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한국영화의 호황은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결국 고름이 곪아 퍼지듯이 여러 문제점들이 터지기 시작합니다. 그 첫 번째 징후는 2006년 최절정에 도달했던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2007년부터 하락세에 접어들었던 것입니다.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2000년대 들어서 꾸준히 상승하였으며 2002년 이후엔 해마다 50%를 넘었고, 2006년엔 63%에 육박하며 최고 호황기를 맞이하였습니다. 자국영화가 점유율이 50%가 넘는 나라는 영화의 왕국 미국을 제외하고는 일본이 2006년에 한번 53%를 넘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2007년에는 점유율이 다시 50%대로 떨어지더니 2008년에는 42%대의 점유율을 기록하게 됩니다.

 

 

 

  그칠 줄 모르며 앞으로 달리던 한국영화는 2007년 점유율 하락이라는 충격과 더불어 지금까지 한국영화의 버팀목이 되어준 스크린쿼터제마저도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2006년 7월 1일 부로 현행 146일에서 73일로 반 토막이 난 스크린쿼터제는 2007년 4월 2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전격 타결되면서 한국의 스크린쿼터제도 상영일수를 73일에서 더 늘릴 수 없게 하는 현행유보에 한미 양국이 합의함으로써 한국영화계의 반발을 일으켰습니다.  

 

 

 

  관객 점유율의 하락과 스크린쿼터제의 축소, 여기에 또 다른 한국영화의 고질적인 문제가 터지는데 그것은 바로 멀티플렉스 극장의 등장과 함께 치솟은 제작비의 상승입니다. 

 

 

 

  한국영화의 제작비는 2003년까지 해마다 증가 추세를 보이다가 2004년을 기점으로 하락세에 접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순제작비에 비하면 마케팅비는 좀처럼 하락하지 못합니다. 1997년만 해도 마케팅비가 총 제작비에 15.4%의 비율을 차지했던 것에 비하면 10년 사이 마케팅비의 비율은 무려 2배가 올랐으며 이제 영화 제작비의 거의 30%가 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비상식적인 제작비의 비중은 지금까지 한국영화의 호황기를 이끌었던 멀티플렉스가 끼친 악영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멀티플렉스의 영향력이 막강해지면서 개봉 첫 주 흥행을 하지 못하면 바로 극장에서 퇴출당하는 상황에 처한 한국영화들이 개봉 첫 주의 흥행을 위해 과도한 마케팅비를 지출하게 되는 겁니다.
  이러한 한국영화의 현실은 한 신문사의 인터뷰를 위해 2007년 6월 찾아뵌 임권택 감독의 한마디에서도 묻어납니다. 임권택 감독은 “[서편제]도 개봉 2주차에도 관객이 없었다가 입소문이 타서 6개월이라는 장기 상영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단관에서 1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서편제]에 비해 고작 극장 평균 10일 밖에 상영하지 못하고 13만이라는 초라한 흥행 기록을 남긴 [천년학]의 아쉬움을 강변하셨습니다. 제 아무리 거장의 영화라도 흥행이 안 된다면 단 하루도 기다려주지 않고 스크린에서 퇴출당하는 멀티플렉스의 상업정신으로 말미암아 한국영화는 마케팅비를 줄일 수 없는 것이며, 이는 곧 한국영화의 제작비 상승과 취약한 수익구조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한국진흥위원회에서는 2008년 한국영화산업을 결산하며 한국영화의 수익률은 -30% 내외라는 충격적인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2007년의 -40.5%에 비한다면 나아진 결과라고는 하지만 2008년에 제작된 113편의 영화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고작 15편에 그쳤다는 결과는 한국영화가 지금 현재 얼마나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영화가 2차 판권 시장의 붕괴에 다시금 눈을 돌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영화의 호황기 때엔 비디오 대여점의 몰락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을 런지 모르지만 한국영화의 제작비는 증가하고 수익구조가 취약해지는 현 시점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었던 비디오 및 DVD 판권 시장은 더 이상 한국영화가 모르는 채 할 수는 없는 문제로 부각되었습니다.

 

3. 2차 판권 붕괴에 대한 앞으로의 대처 방향.

 

1) 대중음악계의 경우

 

  사실 불법다운로드로 타격을 받은 것은 비디오 대여점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대중음악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2000년 5월 mp3 음악파일 교환 서비스로 P2P 프로그램으로 출발해 대표적인 음악파일 교환 서비스로 성장한 소리바다의 등장은 대중음악계의 지각변동을 가져다줍니다. 대중음악계는 즉각적으로 소리바다의 서비스에 제동을 걸었고, 소리바다는 결국  2002년 7월 31일 검색서비스가 저작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법원의 서비스 중지 가처분 결정으로 중단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소리바다는 이에 굴하지 않고 2002년 8월 24일 중앙집중식 검색기능을 없앤 새 파일교환 프로그램 소리바다2를 개발하였고 이에 대중음악계는 오랜 법정 다툼 끝에 소리바다의 서비스를 2006년 7월 전면 유료화 서비스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합니다. 한때 대중음악계의 가장 큰 적이었던 소리바다는 이제는 가장 큰 수입원으로 자리를 잡은 것입니다.
  현재 대중음악계는 2007년 12월 6일 불법음원 근절 국민운동본부(이하 불끈)를 발족하고 불법다운로드에 대해서 아무런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네티즌에게 불법다운로드가 심각한 범죄 행위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불끈 운동은 주로 불법다운로드를 하고 있는 어린 네티즌들이 선호하는 가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대중음악계는 CD판매수입, 방송출연료, 콘서트 수입 등 예전의 고정화된 수입 외에도 다운로드에 의한 다양한 수입원을 창출하고 있으며, 대중음악계의 정확한 판매량을 집계할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http://www.kmcia.or.kr/)의 판매량 집계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 정확한 데이터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현재 전체 음악 시장의 매출 규모가 CD 위주이던 97년 수준까지 거의 따라잡았다는 것이 대중음악계의 평가입니다.(한겨례 21 [창간 15돌 기획 2. 1994~2009 격세지감 사전 기사 인용)    아직 대중음악의 불법다운로드가 완전히 근절되지는 않았지만 대중음악계의 꾸준한 노력과 적극적인 대응은 한국영화계의 타산지석이 될 것입니다. 한국영화계 역시 영화의 불법다운로드에 대해서 초기에 적극적인 대응을 펼쳤다면 지금처럼 2차 판권시장의 몰락이라는 결과가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이라도 늦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영화계의 노력이 다시 2차 판권시장을 살릴 열쇠인 셈입니다.  

 

 

 

2) 미국의 경우

 

  그렇다면 영화의 왕국 미국의 경우는 어떨까요? 소위 말하는 할리우드 영화의 경우 제작비가 1억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돈이 투자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의 제작비를 회수하는 방식이 한국영화와는 많이 틀립니다. 북미 박스오피스 집계 사이트인 모조(http://www.boxofficemojo.com/)에 의하면 2008년 가장 많은 흥행수입을 올린 영화는 [다크 나이트]입니다. [다크 나이트]는 북미 흥행수입이 5억3천3백만 달러이며, 해외 흥행수입이 4억6천8백만 달러입니다. 북미 흥행수입과 해외 수입의 비율이 53.2 : 46.8입니다.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인데 해외에서 인기가 높은 배우와 감독의 영화일 경우는 오히려 해외 흥행수입이 북미 흥행수입을 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그렇다고 비디오 및 DVD 대여수입이 무시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크 나이트]의 비디오 및 DVD 대여수입은 무려 5억3천8백만 달러입니다. [다크 나이트]의 북미 흥행수입을 넘어선 기록입니다.
  2007년 9월 14일 한국영화 최초로 미국에서 2천여 개가 넘는 대규모 개봉한 [디 워]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디 워]는 기대와는 달리 북미 개봉흥행수입은 고작 1천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디 워]의 비디오 및 DVD 대여수입은 북미 흥행수입의 두 배가 넘는 2천1백만 달러였습니다. 이러한 안정된 수입이 보장 되었기에 심형래 감독은 엄청난 자본을 들여 미국 개봉을 시도하였던 것입니다. 당시 그러한 심형래 감독의 도전은 한국영화계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었으며 오랫동안 논란의 중심에 서있어야 했습니다. 

 

 

 

  이렇게 미국의 비디오 및 DVD 대여시장이 불법다운로드에도 불구하고 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블록버스터, 할리우드 비디오 등 비디오 대여점의 거대 체인화와 다양한 서비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여점의 거대 체인화는 대여점의 자생력을 키워 줬으며, DVD, 블루레이 등 다운로드와는 차별화된 고품격 서비스와 불법다운로드에서는 감상할 수 없는 다양한 부가영상도 미국의 비디오  및 DVD 대여점이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였을 것입니다. 

 

3) 불법다운로드에 대한 법적대응의 실효성?

 

  이 논문을 쓰기 전에 불법다운로드로 주로 영화를 보는 20, 30대 사람들에게 불법다운로드에 대한 자신의 생각에 대해 물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불법다운로드가 나쁘다는 것을 인식하고 계시더군요. 처음엔 그것이 범죄라는 것 자체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에 비한다면 상당히 발전한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도 불법다운로드로 영화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그들의 입장이었습니다. 가격적인 면과 편의적인 면에서 불법다운로드를 사용하지 않을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비디오 대여점이 이미 사라진 후라서 불법다운로드가 아니라면 안방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 역시 불법다운로드가 나쁘다는 것을 알면서 불법다운로드로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이유였습니다.
  불법다운로드에 대한 대처 방안에 대해서는 대부분 강력한 법적인 조치가 취해져야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법적인 조치에는 그 한계가 있습니다. 실제로 2009년 1월 개봉하여 한국 다큐멘터리영화로는 획기적인 흥행에 성공한 [워낭소리]는 영화의 인기가 올라가자 불법 동영상 파일이 온라인 다운로드 사이트와 웹하드 사이트에 유포되어 막대한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영화를 만든 ‘느림보’와 배급을 맡은 ‘인디스토리’는 2009년 3월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파일유포자에 대한 수사의뢰를 하는 동시에 진정서를 제출하였고 불법 동영상을 올리는 업로더와 이를 방관하는 사이트들을 상대로 개별 고소장을 접수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발 빠른 대응으로 [워낭소리]를 불법으로 유포한 39명이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워낭소리]는 국내 흥행 및 해외 수출 등에 크나큰 타격을 입은 후였습니다. 
  불법다운로드는 개인 대 개인이 자유롭게 파일을 주고받는 것이라서 한번 유포되면 아무리 발 빠른 대응을 하더라도 이미 급속도로 확산된 이후가 됩니다. 결국 불특정 다수인 업로더를 단속하기 보다는  다운로드 사이트나 웹하드 사이트를 단속해야 하지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없어지고는 반복하는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를 단속하는 것 역시 용이하지가 않습니다.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가 생겨나기 시작한 초기에 강력한 법적 대응을 놓친 한국영화계로써는 업계와 이용자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법적인 조치는 공허한 숨바꼭질에 불과할 것입니다.

 

4) 불법다운로드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는?

 

  2007년 9월 배우 안성기와 박찬욱 감독 등은 최근 영화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위한 홍보 영상을 촬영하였습니다. 홍보 영상에는 영화 불법 다운로드의 해악성을 고발하고 영화산업뿐만 아니라 그 폐해가 결국 관객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음을 설명하는 내용을 담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주일에 한, 두 번은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저는 이 홍보영상을 본 적이 없습니다.
  이들은 이번 홍보 영상을 19일 오후 2시 서울 신문로 2가 미로스페이스에서 영화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위한 홍보 캠페인 선포식에서 선보였다고 하지만 이 홍보영상이 필요한 이는 영화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위한 홍보 캠페인에 참석한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영화진흥위원회, 한국영상자료원, 한국영화감독네트워크와 채널CGV, 네이버 등과 정부 당국 관계자 등이 아닙니다. 홍보영상이 진정 있어야 할 곳은 불법 다운로드가 이루어지고 있는 인터넷 공간입니다.
  한국영화계의 불법다운로드 이용자에 대한 인식의 전환 노력은 아직까지는 상당히 부족해 보입니다. 불법음원 근절 국민운동본부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인기 가수들이 청소년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직접 홍보를 하고 있는 대중음악계의 노력에 비한다면 한국영화계의 노력은 그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한국영화계도 이를 깨닫고 유명 배우들이 발 벗고 나서서 직접 어린 네티즌들에게 호소해야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5) 불법을 합법화 시키는 패러다임의 변화

 

  소리바다가 합법화되며 이제 음원은 대중음악계의 새로운 수익원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영화계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지난 1월 영화업계와 일부 웹하드 업체들이 영화 파일 다운로드 시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다운로드의 합법화를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계의 한 축인 투자사, 배급사와 일부 웹하드 업체들이 이 합의에 동참하지 않아 실효성이 의문시되고 있습니다.
  또, 지난 5월 (사)한국영화제작사협회와 디지컬콘텐츠네트워크협회는 ‘영화 저작권 침해 금지 및 온라인 부가시장 활성화’라는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조광희 변호사(영화사 봄 대표)는 “불법 다운로드 업체에 대한 법률 조치는 법적 대응의 성격상 시간이 많이 필요한 작업”이라며 “협력위에서 마련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반하면, 해당 업체에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양윤호 DCNA 회장은 “2008년 4월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이 형성된 이후 시장이 6개월 간격으로 다섯 배씩 성장하고 있다”며 “온라인 다운로드 시장이 내년에는 3,000억 원의 시장 규모가 될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즉 불법다운로드에 대한 법적조치는 꾸준히 취하되 다운로드 시장을 새로운 한국 영화계의 활로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입니다.

 

 

 

  이러한 접근방식은 개인적으로 올바른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국내 불법다운로드를 근절시키기엔 한국영화의 대응이 너무 늦었습니다. 결국 불법 다운로드를 근절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으며, 꾸준한 불법 다운로드 근절을 위한 홍보를 통해 이용자의 인식이 바뀌길 유도함과 동시에 불법이지만 이미 커다란 시장이 형성된 다운로드 시장을 합법화하여 새로운 2차 판권 시장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지금으로써는 가장 좋은 해결방책인 셈입니다.

 

4. 다시 비디오 대여점을 볼 수는 없지만... 

 

  손쉽게 영화를 다운로드 받아 보던 요즘 세대에게 다시 비디오 대여점을 이용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우스운 짓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처럼 DVD의 고급화를 통해 마니아층을 겨냥한다면 이미 멸종 위기 직전에 있는 비디오 대여점이 DVD 대여점 혹은 판매점으로 부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기 위해선 값싼 DVD만 생산해오던 국내 DVD업계가 생각을 바꾸고 투자를 하여 다운로드 영화와는 차별화된 고품질의 다양한 볼거리를 갖춘 동영상 제작에 투자하여 할 텐데... 이미 2차 판권시장의 몰락과 더불어 미국의 거대 DVD업계마저도 철수한 상황에서 비디오 및 DVD 대여판매점의 부활은 요원해 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기억하는 동네 귀퉁이에 자리 잡은 비디오 대여점이 꼭 아닐지라도 우리는 인터넷 상에서 새로운 비디오 대여점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비디오 대여점에서 무슨 영화를 볼까 행복한 고민을 했던 것처럼 우리가 영화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합법적인 대가를 지불하며 보고 싶은 영화를 심사숙고하는 재미를 느끼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지금 이 시대의 새로운 비디오 대여점이 아닐까요?
  그러기 위해선 한국영화업계는 불법 행위에 대한 지속적인 법적 조치와 함께 다운로드 시장의 합법화에 좀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며, 유명 배우들과 감독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스타성을 이용하여 아직 어린 관객들에게 꾸준히 불법 다운로드에 대한 위법성을 홍보해야하며, 웹하드 및 다운로드 사이트는 한국영화업계와 손을 잡아 다운로드의 합법화에 힘을 내줘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단 한 번의 클릭으로 저렴하게 영화를 볼 수 있다는 바로 앞의 이익을 위해서 우리가 사랑하고 지켜줘야 할 한국영화를 서서히 죽이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인식하는 것입니다. 2차 판권이 살아나지 못한다면 멀티플렉스의 횡포로 인하여 점점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한국영화는 어쩌면 우리 아이들이 클 때쯤이면 그 자취를 감추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