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8년 아짧평

가루지기 (2008)

쭈니-1 2009. 12. 11. 10:57


 


 


감독 : 신한솔
주연 : 봉태규, 김신아, 오달수

난 왜 남들이 최악이라고하면 더욱 관심이 갈까?

애초에 [가루지기]가 개봉할 때부터 관심이 있었습니다. 서양에 바람둥이의 대명사로 카사노바가 있다면 우리나라엔 강한 남자의 대명사로 변강쇠가 있습니다. 그러한 변강쇠의 탄생 비화를 영화를 만들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신선해 보였고, 고자였던 변강쇠가 어떻게 강한 남자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극장에서 보는 것은 역시 어려웠습니다. 유치할 것이 눈에 뻔히 보이는 영화를 비싼 극장비를 들여가며 볼 수는 없었던 것입니다. 다시말해 보고는 싶었지만 극장이 아닌 비디오로 보고 싶었고,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 이 영화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다운로드를 하게 된 것이죠.
사실 전날 섹스 코미디 [색즉시공 시즌 2]를 봤던 전 다음 영화로는 좀 다른 분위기의 영화를 보고 싶었지만 어떤 분이 이 영화가 '내 인생의 최악의 영화'라고 하시길래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유치할 것이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지만 최악이라니...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난 재미있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전 재미있었습니다. 하긴 기대도가 낮았던 탓도 있었지만 애초에 이 정도의 유치함은 예상하고 있었기에 영화가 유치하게 흘러가도 그냥 '허허'하며 웃을 수가 있었습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으로부터 시작하는 이 영화의 토속 야설은 변강쇠가 고자가 되어야 했던 사연, 그리고 마을 여자들로부터 놀림감이 되는 변강쇠의 굴욕, 그리고 떠돌이 도사로 인하여 변강쇠가 세계 최강의 남자로 다시 태어나는 이야기 등을 상당히 과장된 태도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애초에 '변강쇠' 이야기는 과장의 극치를 달리는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처음부터 감안해야합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좋았던 것은 사랑하는 여인을 형수로 맞이해야했던 변강쇠의 가슴 아픈 사연입니다. 형수를 살리기 위해 형수와 몸을 섞여야했고, 형에 대한 죄책감에 마을의 재물이 되기를 스스로 선택하는 등 변강쇠는 그저 강한 남자가 아닌 아픔이 있는 남자로 그려냅니다.
물론 그러한 장면들이 애초에 과장되고 대놓고 유치한 이 영화의 분위기 탓에 그리 가슴 아프게 와닿지는 않았지만 마냥 웃길 것이라고만 생각했던 제겐 뜻밖의 설정이라 신선했습니다.

김신아라는 배우에 주목해보자.

[가루지기]가 기대 이상이었던 마지막 이유는 김신아라는 배우 때문입니다. 처음 그녀가 달밤에 체조하는 장면에서 저는 추자연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자꾸 보니 김아중 닮은 것 같기도 하고... 전직이 체조선수였는지 아주 가볍게 다리를 쫙쫙 찢어대는 그녀의 모습에 백치미와 함께 색기가 좌르르 흘렀습니다.
신인배우인 그녀는 사실 [가루지기]의 흥행 실패와 함께 이대로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다른 영화에 출연할 기회를 잡는다고해도 벗는 연기에 한정된 배역밖에 안들어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신아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이러한 어려움을 딛고 일어선다면 어쩌면 스타의 길이 열릴지도... 암튼 다른 영화에서도 그녀를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실망스러웠던 점이 있다면...

물론 이 영화가 전부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이 있다면 이 영화가 간간히 등장하는 퍼포먼스 장면들입니다.
그러한 장면들이 이 영화의 개성을 독특하게 합니다. 토속 에로 영화이기에 다른 영화들과는 차별화를 두고 싶은 감독의 의도도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난데없이 등장하는 난타공연, 발레, 창 등의 장면들은 유치함을 넘어서서 당혹스러웠습니다. 좋게 생각하면 '독특한대'라고도 생각할수 있지만 신인감독의 미숙한 연출과 더불어 '어색한대'라는 느낌이 더욱 강했습니다.


 

김신아... 멀리서 보면 김아중 닮기도...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이 에피소드는 1993년 영화로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서양과 조선의 남자 대결... 유치하지만 웃겼다.

조선시대 섹시한복... 좋던걸...(침 질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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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
남들이 모두 "답이 없는 영화" 라고 말할때 더욱 관심이 가는 그 정신 ..

본받아야겠습니다 .. 영화쪽에선 귀가 얇아서 ..
 2008/08/22   
쭈니 뭐 본받을 필요까지는...
그냥 최악의 영화는 어떤 영화일까 궁금해하는 호기심이랄까요... ^^;
 2008/08/22   
유범용
쭈니님은 영화를 볼때 여러가지 면을 보는것 같습니다ㅋㅋ
저도 영화보는 눈을 키워야 할 듯~
하지만 쭈니님이 이 영화가 재밌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굉장한 불신감이 드네요ㅋㅋ
농담입니다~_~+
 2008/08/22   
쭈니 사실 불신감이 들만합니다. ^^;
사실 제가 싫어하는 영화는 너무 전형적인 영화입니다.
[가루지기]처럼 조금은 색다른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죠.
그리고 제 리뷰는 상당히 상대적입니다.
전혀 기대를 안했던 영화가 기대이상이면 평이 좋고,
기대가 컸던 영화가 기대이하이면 평이 나쁩니다.
그런데 기대도에 의한 상대적인 평가가 아닌 영화 그 자체의 재미에 대한 절대적인 평가를 내리면 기대가 캈지만 기대이하인 영화가 기대를 안했지만 기대이상인 영화보다 재미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습니다.
[가루지기]의 경우는 기대를 안했다가 기대이상인 경우입니다. (도대체 뭔 말인지... ^^;)
 2008/0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