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룡의 헐리우드 정착기는 아직 끝나지 않은 듯 보입니다. [러시아워]의 성공으로 성룡은 헐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웃음은 크리스 터커에게 맡기고 성룡은 액션만을 담당하여 성룡의 팬 입장으로는 절반의 성공처럼만 보였습니다.
그후 [턱시도]는 조금 나은 편이었습니다. 전 [턱시도]를 보고 드디어 성룡이 헐리우드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고 믿었습니다. [턱시도]는 성룡의 액션뿐만아니라 웃음마저도 성공적으로 잡아낸 영화였습니다. 물론 성룡의 액션에 컴퓨터 그래픽이라는 요소가 들어가 조금의 아쉬움이 남았지만 컴퓨터 그래픽에 환장한 헐리우드에서의 집착을 위해서라면 그 정도는 양보해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80일간의 세계일주]... 사실 이 영화는 홍콩에서의 성룡과 가장 많이 닮은 영화입니다. 성룡의 액션에 컴퓨터 그래픽도 없고, 홍콩에서처럼 웃음이 만발합니다. 그런데 재미가 없습니다. 거참 영화를 보는내내 황당하더군요. 아무리봐도 다른 헐리우드의 성룡 주연 영화중에서 가장 예전의 성룡 모습 그대로 접근한 영화인데 오히려 재미가 없다니...
1억1천만달러의 제작비,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캐시 베이츠를 비롯한 헐리우드 스타급 배우들의 카메오 출연, 쥘 베른의 명작 '80일간의 세계일주'가 원작... 사실 이 정도면 영화적인 재미는 떼놓은 당상과도 같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홍콩에서의 성룡 액션과 가장 근접한 영화이니...
그런데 영화는 상당히 지루합니다. 탄탄한 원작을 따라가지 못하는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마치 대충대충 만든 느낌마저 듭니다. 배우들의 오버 연기는 오히려 영화를 너무 가볍게 만들어 버려, 성룡의 코믹 액션과 더불어 이 영화가 추구하는 것이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닌지 의심하게 됩니다. 세계 각국을 돌며 여러 등장 인물들이 나오다보니 영화는 잘 정돈되지않은 모양새마저 보여줍니다.
이 영화를 보고 드디어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홍콩에서의 성룡 영화가 재미있었던 것은 성룡의 코믹 액션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잘 짜여진 각본과 성룡의 뒤를 받쳐주는 조연 등등 많은 요소들이 함께 작용하여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했다는 것을... 성룡의 활약이 워낙 뛰어나 그것을 미쳐 깨닫지 못했지만 [80일간의 세계일주]를 보며 성룡의 활약에도 영화가 재미없는 것을 보고 역시 영화는 배우 혼자 재미를 책일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IP Address : 211.211.30.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