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짧은영화평/2004년 아짧평

[배틀로얄 2 : 레퀴엠] - 진정 이 영화는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했다.

쭈니-1 2009. 12. 10. 17:38

 



제가 생각하기에 속편 영화의 존재 이유는 딱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영화 한편으로는 하고자하는 말을 전부 하지 못했을때 부득이하게 속편을 만들어 못한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경우이고, 두번째 경우는 전편의 성공으로 아직 읅어먹을 것이 있음을 감지하고 억지로 속편을 짜내듯이 만드는 경우입니다. 당연하겠지만 첫번째 경우는 속편이 만들어짐으로써 전편과 이어지는 하나의 완성된 이야기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을것이며, 두번째 경우는 마구잡이로 전편 읅어먹기를 시도하다가 전편의 명성마저도 먹칠을 하며 처참하게 실패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배틀로얄 2 : 레퀴엠]은... 아쉽지만 두번째 경우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배틀로얄]을 상당히 재미있게 본 사람중의 하나입니다. 공포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무서웠던 영화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살기위해서 친한 친구들을 서로 죽여야만하는 이 영화의 끔찍한 상상력때문입니다.  단 한명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살기위해선 친구들을 죽여야만 한다는 이 영화의 끔찍한 상황 설정은 제 자신이 이 끔찍한 게임에 참가한것같은 미묘한 공포심을 느낄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한명의 학생이 죽을때마다 누구누구 사망... 남은 인원 몇명...이라는 자막을 넣으며 40여명의 캐릭터 하나하나에 각별한 애정을 담았던 그 세심한 연출력은 친한 친구들의 죽음을 막지못하는 영화속 캐릭터들의 안타까움이 묻어났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영화의 끔찍함에 무게감을 더해줬던 기타노 다케시의 그 무표정한 얼굴... 아마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배틀로얄 2 : 레퀴엠]엔 그 모든 것이 없습니다. 이 영화는 전편과 달리 게임의 룰을 바꿈으로써 전편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파괴합니다. 친구들끼리 서로 죽여야하는 게임이 아닌 아이들과 어른들의 무차별 전쟁 놀이로 변질된 이 영화는 단지 시끄러운 총성과 마구잡이로 죽어나가는 사람들을 통해 영화적 재미를 완성하려 합니다. 전편의 재미가 살아남기위해서 친구를 죽여야하는 상황이 가져다주는 끔찍함이었는데 [배틀로얄 2 : 레퀴엠]은 마치 전편의 재미는 서로 죽이는 끔찍한 장면들이라고 착각을 한듯 무차별적인 살상에만 관심을 기울입니다. 거기에 전편을 따라한듯 죽은 캐릭터의 이름과 남은 인원을 자막에 넣는 속보이는 짓거리를 해대지만 이미 게임의 룰이 바뀐 이상 그러한 짓거리는 그야말로 무의미 그 자체입니다. 게다가 기타노 다케시와 정반대의 연기를 펼치는 다케우치 리키의 그 오버연기... 말없이 서있기만 해도 위압감이 느껴지던 기타노 다케시와는 달리 괜히 무서운척 오버하는 다케우치 리키의 연기는 이 영화의 유치함을 더욱 부채질하기만 합니다.
도대체 후카사쿠 킨지 감독이 [배틀로얄 2 : 레퀴엠]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편만으로도 훌륭한 하나의 논란적인 영화가 될 수 있었던 [배틀로얄]을 후편을 만듬으로써 그저그런 오락 영화로 추락시킨 이유를 정말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배틀로얄 2 : 레퀴엠]이 유작이 되어버린 후카사쿠 킨지나, 아버지의 유작을 이어서 [배틀로얄 2 : 레퀴엠]을 완성함으로써 이 영화가 데뷔작이 된 후카사쿠 겐타나, 이 잘못된 속편 영화 하나로 불명예스러운 퇴장과 데뷔를 한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정말 진심으로 [배틀로얄 2 : 레퀴엠]은 만들어지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IP Address : 218.39.54.107 
kim
맞습니다.  2006/02/14   
쭈니 제 의견에 동조해주시니 감사합니다. ^^  2006/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