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추석 연휴... 헐리우드의 블럭버스터 [캐러비안의 해적]과 대적하여 우리 영화 세편이 동시에 개봉되었습니다. [불어라 봄바람], [조폭 마누라 2], [오! 브라더스]... 이렇게 세편의 우리 영화는 코미디라는 공통된 장르를 취하며 전통적으로 우리 영화가 흥행의 강세를 점유하던 추석에 각각 흥행 대박의 꿈을 꾸었습니다. 그리고 결국 [오! 브라더스]는 예상외로 흥행에 성공을 하였고, [조폭 마누라 2]는 전편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흥행 성적을 냈으며, [불어라 봄바람]은 흥행 참패라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결국 이 세편의 영화의 흥행 결과는 이렇게 판가름이 났지만 사실 이 영화들이 개봉하기 전만 하더라도 영화 전문가들의 예상은 결과와는 전혀 반대였었습니다.
전편의 명성을 등에 업은 [조폭 마누라 2]와 김승우, 김정은이라는 스타급 배우들을 캐스팅한 [불어라 봄바람]의 흥행 각축이 벌어지고 이정재, 이범수라는 미덥지못한 카드를 내민 [오! 브라더스]는 잘해봐야 본전일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던 겁니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예상은 분명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특히 [불어라 봄바람]의 흥행은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았을 정도입니다. 그도그럴것이 [라이터를 켜라]로 통쾌한 코미디 영화의 진수를 보여줬던 장항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코미디 배우로써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던 김승우와 김정은이 주연을 맡았으니 어찌 흥행 성공을 의심하겠습니까? 하지만 결국 관객들은 이 영화를 외면하고 말았죠. 과연 문제가 무엇이었을까요???
제가 생각하기엔 이 영화의 실패는 너무 안이한 캐스팅의 결과인듯이 보입니다. 김승우는 이미 장항준 감독과 [라이터를 켜라]를 함께 작업을 하며 한심한 쫌생이의 이미지를 맘껏 발휘했었습니다. 그러한 그가 [역전에 산다]에 이어 엇비슷한 이밎의 캐릭터를 연속해서 연기한 겁니다. 솔직히 김승우에게 가장 알맞은 연기가 코믹 연기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이렇게 3편 연달아 비슷비슷한 캐릭터를 연기한다면 관객의 입장에선 쉽게 식상할 수 있죠.
그건 김정은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밌는 영화]에서부터 시작하여 [가문의 영광]까지 그녀의 연기는 초지일관 코믹이었습니다. 코미디 영화가 아닌 [나비]에서조차 그녀는 웃겼습니다. 그런대 [불어라 봄바람]에선 아예 낙천적인 다방 레지로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관객을 웃기겠다고 나섭니다. 하지만 그녀의 코미디 연기는 관객의 입장에선 이미 너무 익숙해진 상태였던 거죠.
결국 충분한 흥행 요소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장항준 감독의 안전 제일주의적인 캐스팅은 오히려 부작용을 불러일으켜 이 영화를 너무 식상한 코미디로 받아들이게끔 만듭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그것이 지나치면 병이 되는 법... 장항준 감독도, 김승우도, 김정은도 이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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