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 크리스 밀러
더빙 : 안토니오 반데라스, 셀마 헤이엑, 자흐 갈리피아나키스
개봉 : 2012년 1월 11일
관람 : 2012년 1월 15일
등급 : 연소자 관람가
웅이의 2012년 첫 영화
2011년의 마지막날 저와 함께 [라이온 킹 3D]를 보던 웅이가 영화를 보고나서 제게 묻습니다.
"아빠, 아빠는 올해에 몇 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봤어요?"
"응? 오늘 본 것까지해서 101편 봤지."
"저는 몇 편이나 봤을까요?"
그러고보니 2011년 한 해동안 웅이와 영화 보러 자주 다녔지만 총 몇 편이나 함께 봤는지는 세어보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그날 집에 돌아와 웅이와 함께 몇 편이나 극장에서 함께 영화를 봤는지 세어 봤답니다. 그랬더니 정확하게 13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웅이와 함께 봤더라고요.
"아빠, 저요, 2012년에 계획이 하나 있어요!"
"계획? 무슨 계획?"
"2012년에는 아빠랑 함께 극장에서 20편의 영화를 보고 싶어요."
그 이야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구피는 한 숨을 깊이 내쉽니다.
"누가 쭈니 아들 아니라고 할까봐! 에구~"
구피가 한 숨을 쉬건 말건, 웅이의 2012년 계획을 들은 저는 뿌듯함과 동시에 머리 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습니다. 20편의 영화를 웅이와 함께 보려면 한달에 2편 정도를 봐야 하는데, 웅이와 함께 볼 수 있는 영화들은 대부분 방학 시즌에 개봉이니 이게 생각보다 만만치 않겠더군요.
결국 웅이가 볼 수 있는 영화들이 많이 개봉하는 방학 시즌에 최대한 많은 영화를 봐야겠다는 계산이 나왔습니다.
우선 [장화신은 고양이]를 시작으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2 : 신비의 섬], [점박이 : 한반도의 공룡 3D], [해피 피트 2], [토르 : 마법망치의 전설]까지... 2월 초까지 개봉하는 영화들을 보니 이 영화들을 전부 챙겨 보려면 꽤 바쁠 것 같습니다. 이런 제게 구피가 한마디 합니다.
"겨울 방학 동안 얘를 극장에만 데리고 갈꺼야? 눈썰매장도 가야하고, 빙어 낚시 체험도 해야 하고..."
이거 어쩌죠? 겨울 방학은 짧고, 저희 부부는 주말에만 시간이 되고, 웅이가 하고 싶은 것, 보고 싶은 영화는 많고, 그렇다고 하루 휴가를 내서 웅이와 영화를 몰아서 볼 수도 없고, 웅이의 2012년 계획을 꼭 채워주고 싶은데 이거 참...
암튼 2012년 웅이의 첫 영화는 [장화신은 고양이]로 첫 테이프를 끊었습니다. 새해들어 첫 영화라서 그런지 웅이가 많이 들떠 있더군요. 메가박스의 치즈, 갈릭 반반 팝콘(무려 6천5백원입니다. 헐~)을 들고 좋아라하는 웅이. 이렇게 두 자칭 영화광 부자의 2012년 첫 영화 관함은 막이 올랐답니다.
불멸의 드림웍스 히트작 [슈렉]
디즈니와 드림웍스의 케케묵은 자존심 대결은 이미 제 영화 이야기에서 몇 차례했으니 생략하겠습니다. 그래도 간단히 줄여서 설명하자면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중흥기를 이끌었던 제프리 카젠버그는 그러나 마이클 아이너스 회장과의 불화로 디즈니에서 쫓겨 나게 됩니다.
제프리 카젠버그가 디즈니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설립한 것이 바로 드림웍스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데이비드 게펜과 함께 1994년 설립한 드림웍스에서 제프리 카젠버그는 애니메이션을 담당하며 디즈니의 애니메이션과 맞섰습니다.
제프리 카젠버그의 전략은 단순했습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는 것.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아동 취향적이라면 드림웍스의 애니메이션은 성인 취향적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였습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이집트의 왕자]입니다.
하지만 디즈니의 아성을 깨는 것은 그리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그즈음 디즈니는 픽사를 새로운 파트너로 끌어들여 3D 애니메이션 돌풍을 몰고 왔고, 드림웍스도 그러한 열풍에 합류하여 [개미]를 완성했지만 [개미]는 픽사의 [벅스 라이프]에게 무참히 깨지고 맙니다.
그때 혜성같이 등장한 것이 바로 [슈렉]입니다. 동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교묘하게 비틀고 있는 이 애니메이션은 드림웍스에게 처음으로 디즈니에 대한 승리감을 안겨줬습니다. 이후 [슈렉]은 시리즈의 4편인 [슈렉 포에버]에 이르기까지 드림웍스의 효자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습니다. 동화 비틀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슈렉]은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점차 소재의 한계를 느끼고 있었고, 흥행력도 [슈렉 2]를 기점으로 점점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드림웍스로서는 아쉽지만 [슈렉] 시리즈를 막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처한 것입니다.
드림웍스는 새로운 캐릭터 창조에 박차를 가했고, [쿵푸 팬더], [마다가스카], [몬스터 VS 에이리언], [드래곤 길들이기] 등 어느 정도 성과도 올렸습니다. 이제 [슈렉]은 당당하게 명예로운 은퇴를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하지만 드림웍스가 [슈렉]의 캐릭터를 그대로 역사의 뒤안길로 묻어둘리가 없죠. 때맞춰 헐리우드에 스핀오프 바람이 불었고, 드림웍스는 [슈렉]의 캐릭터 중에서 가장 인기를 얻은 '장화신은 고양이'로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이로서 귀여운 외모를 가졌으면서 터프한 액션 실력을 겸비한 '장화신은 고양이'는 [슈렉]의 뒤를 이을 선두주자로 부상된 것입니다.
왜 수다쟁이 당나귀가 아니고 장화신은 고양이인가?
[슈렉]은 캐릭터의 보물 창고였습니다. 결코 왕자가 될 수없는 지저분한 늪지대 괴물 '슈렉', 디즈니의 공주와는 사뭇 다른 엽기 공주 '피오나', 그리고 수다쟁이 당나귀 '덩키'까지...
2편에서는 새로운 캐릭터인 '장화신은 고양이'가 합류하면서 다양한 매력적인 캐릭터들로 이루어진 최강의 애니메이션이 됩니다.
실제로 북미 박스오피스에서 현재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올린 애니메이션은 픽사의 애니메이션도 아니고,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정점을 찍은 [라이온 킹]도 아닌 바로 [슈렉 2]입니다. 그만큼 [슈렉 2]에 대한 미국 관객들의 사랑을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여기에서 문제가 하나 발생합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다보니 스핀오프로 제작될 캐릭터들 역시도 넘쳐납니다. 피오나 공주의 모험을 스핀오프로 다룬다면 [슈렉]과 교묘하게 맞물리는 재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말하는 당나귀 덩키를 스핀오프로 다룬다면 에디 머피의 그 현란한 말솜씨와 함께 코믹 애니메이션의 신기원을 이룰 수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드림웍스의 선택은 2편부터 등장한 '장화신은 고양이'입니다.
드림웍스 관계자는 '장화신은 고양이'가 처음 등장한 [슈렉 2]가 가장 높은 흥행 성적을 올린 것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슈렉]과는 직간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다른 캐릭터들 대신 '장화신은 고양이'를 스핀오프로 제작함으로서 [슈렉]과의 연결을 차단하겠다는 전략도 보입니다.
실제로 [장화신은 고양이]는 [슈렉]을 그리워하는 관객들을 위해서 [슈렉]의 캐릭터가 잠시라도 모습을 보일 것이라 생각했던 예상을 뒤집고 철저하게 [장화신은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만 합니다. [장화신은 고양이]에게 철저한 독립성을 부여한 것이죠.
물론 이야기의 전개는 동화 비틀기를 주요 전략으로 삼았던 [슈렉]의 그것도 비슷합니다. '잭과 콩나무'라는 영국 잉글랜드의 대표적 민화를 바탕으로 고아원에서 우정을 쌓은 '장화신은 고양이(안토니오 반데라스)'와 험티 덤티(자흐 갈리피아나키스)의 우정과 배신, 용서, 그리고 말랑손 키티(셀마 헤이엑)과의 로맨스 등을 담고 있습니다. [슈렉]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면서도 [슈렉]과는 완벽하게 독립적인 이 영화는 '장화신은 고양이'의 스핀오프이기에 가능했던 일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화신을 자격이 충분하다.
[슈렉]의 뒤를 이은 영화답게 영화 자체가 워낙 신이 나고 활기찹니다. 굵직한 안토니오 반데라스의 목소리와 우유를 할짝거리는 고양이의 귀여운 모습은 '장화신은 고양이' 캐릭터의 묘미를 살려 냈고, 영화의 초반 '장화신은 고양이'와 말랑손 키티가 댄스 배틀을 벌이는 장면에서는 라틴 음악의 흥겨움에 나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였습니다.
'장화신은 고양이'와 험티 덤티의 악연, 그리고 '잭과 콩나무'의 교묘한 연결도 자연스러웠고, '장화신은 고양이'와 '말랑손 키티'의 로맨스는 2편을 기대하게끔 만들었습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흥겨움에 나도 모르게 푹 빠져 있었는데, 동화 비틀기에 대한 [슈렉]의 완벽한 새로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그래도 [슈렉]의 뒤를 이을 영화로는 충분한 영화적 재미를 보여줬습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웅이는 만족감을 표시했습니다. 평소에 영화를 본 후 일기를 쓰면 '재미있었다'라는 짧막한 감상평으로 저와 구피를 좌절하게 했던 웅이는 [장화신은 고양이]를 보고 나서는 '친구를 배신하면 안된다는 것을 깨달았다.'라는 제법 상세한(?) 감상평을 일기에 써서 저와 구피를 감동(??)하게 했습니다.
사실 저는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인 험티 덤티가 어디에 나오는 캐릭터인지 몰랐는데 웅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캐릭터라고 제게 귀뜸해주기도 했습니다. (험티 덤티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외에도 마더 구스의 동요집에도 나온다고 합니다.)
영화를 보고나서 영화에 대한 만족으로 행복한 표정을 짓는 웅이. 그리고 내게는 막을 내린 [슈렉]에 대한 아쉬움을 채워준것만으로도 [장화신은 고양이]는 명예로운 장화를 신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 영화였습니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슈렉]과 같은 파괴력을 지니려면 2편을 기대해야 하지 않을까?
[슈렉 2]가 흥행력에서 가장 파괴력을 지닌 영화였듯이
[장화신은 고양이]가 다른 매력적인 캐릭터 하나만 더 개발해서 2편을 내놓은다면
[슈렉 2]와 맞먹는 파괴력을 지닐 영화가 될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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