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실/한국영화OST

감각적인 영화, 감각적인 음악... [그대안의 블루]

쭈니-1 2011. 7. 8. 08:00

 

 

1992년 12월 25일 당시 서울 영화관의 중심인 종로 3가에 위치한 피카디리 극장은 대목인 크리스마스, 신정 특선으로 이현승이라는 신인 감독의 영화를 선택하였습니다. 한국 영화계의 간판 스타 안성기, 강수연이 주연을 맡았지만 아무래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 감독의 영화를 대목 시즌에 선뜻 선택한다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었죠. 하지만 피카디리 극장의 선택은 적중했고, 이현승 감독의 데뷔작 [그대안의 블루]는 흥행에 성공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임을 감안한다면 [그대안의 블루]는 파격적인 영화임에 분명했습니다. 결혼식장에서 뛰쳐나와 거추장스러운 웨딩드레스를 과감하게 자르는 유림(강수연)의 모습으로 시작한 이 영화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 않았던 그 시절, 결혼대신 사회적 성공을 선택하는 유림을 내세워 새로운 여성 캐릭터를 완성했습니다.

게다가 홍익대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이현승 감독의 이력은 [그대안의 블루]를 감각적인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속에 펼쳐진 원색의 화려한 화면은 다른 한국 영화와 확실히 차별화되었으며, 관객들에겐 새로운 감각의 한국 영화로 받아들여 졌습니다.

이후 이현승 감독은 채시라, 문성근을 캐스팅하여 [네온 속으로 노을 지다]를 연출했지만 기대만큼의 흥행을 이루지 못했고, 여균동 감독의 [맨?]에서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미술을 담당했지만 영화 자체가 너무 시대를 앞서나간 탓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던 이현승 감독은 2000년 전지현과 이정재를 캐스팅한 [시월애]를 통해 다시한번 탁월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폼 내며 재기에 성공합니다. [시월애]는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기도 했습니다. 최근 그는 송강호, 신세경, 천정명 등을 캐스팅한 [푸른 소금]을 촬영 중입니다. 제가 [푸른 소금]을 기대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현승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력이 아직 녹슬지 않았을 것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잠시 이야기가 이현승 감독의 이야기로 흘러 버렸는데... [그대안의 블루]가 더욱 특별했던 것은 김현철이 참가한 OST 덕분입니다. 특히 김현철과 이소라가 듀엣으로 부른 '그대안의 블루'는 영화의 감각적인 화면과 어울리는 감각적인 노래입니다.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이소라 특유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김현철의 편안한 목소리가 어울려진 명곡입니다.

저도 노래방에서 여자친구가 생기면 같이 부를려고 열심히 연습했는데, 결국 여자친구가 생기지 않는 바람에 혼자 남자 목소리도 내고, 여자 목소리도 내며 불러야 했던... (보너스로 남녀 듀엣곡에 대한 쭈니의 슬픈 사연 하나 더... 이정석, 조갑경의 명곡 '사랑의 대화'를 여자 친구 생기면 부르려고 열심히 연습했건만, 결국 남자 친구 생기면 부르려고 열심히 노력한 친누나와 노래방에서 서로 애인이 없는 서러움에 부둥켜 앉고 불러야 했던 남매의 슬픈 전설이... -_-)

암튼 본격적인 '영화음악실'의 첫번째 포스팅으로 '그대안의 블루'를 선곡해 봤습니다. 편안히 감상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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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안의 블루 - 이소라_김현철

난 난 눈을 감아요 빛과 그대 모습 사라져
이제 어둠이 밀려오네
저 파란 어둠 속에서 그대 왜 잠들어가나
세상은 아직 그대 곁에 있는데

사랑은 아니지만은 우리의 만남
어둠은 사라지네
시간은 빛으로 물들어 또 다시 흐르네
내 눈빛 속 그대

난 난 꿈을 꾸어요 그대와의 시간은 멈춰지고
이제 어둠이 밀려오네
빛 바랜 사랑 속에서 그대 왜 잠들려하나
시간은 오 아직 그대 곁에 있는데

사랑은 아니지만 우리의 만남
어둠은 사라지네
시간은 빛으로 물들어 또 다시 흐르네
그대 눈빛 속에 나 내 눈빛 속 그대

가사 출처 : Daum뮤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