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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취적이고 자유로운 한 선생이 보수적이고 규율로 꽉막힌 명문 학교에 부임해와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교육을 펼친다... 이 정도의 줄거리만 이야기해도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거 [죽은 시인의 사회]아냐?'라고 물을 겁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맞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모나리자 스마일]의 스토리 라인이기도 합니다. [모나리자 스마일]은 단지 남자 선생과 남자 학생들을 모두 여자들로 바꾸었을 뿐 외형적으로는 하나도 달라진것이 없습니다. [죽은 시인의 사회]와 [모나리자 스마일]은 마치 남녀 쌍둥이처럼 성별만 틀릴뿐 너무나 많은 것들이 똑같습니다.
그렇다고 [모나리자 스마일]을 [죽은 시인의 사회]의 아류작정도로 치부하는 것도 부적절합니다. 여성 키팅 선생이라고 칭할만한 캐서린 왓슨이라는 캐릭터를 맡은 줄리아 로버츠는 헐리우드 최고의 여배우답게 젊고 싱그러운 후배 배우들 사이에서도 결코 빛을 잃지 않고 그녀만의 카리스마로 영화의 분위기를 휘어잡습니다. 그녀는 키팅을 연기한 로빈 윌리암스처럼 요란하게 관객들을 사로잡지도 않으며, 극적으로 멋진 퇴장을 하지도 않습니다. 그냥 그 커다란 입에서 품어나오는 큼지막한 미소로 그녀만의 키팅 선생을 만들어 냅니다. 커스틴 던스트, 줄리아 스타일스, 매기 질리할의 싱그러우면서도 고풍스러운 연기도 이 영화의 재미를 한껏 올려줍니다. 마치 [죽은 시인의 사회]의 로버트 숀 레오나드와 에단 호크가 그랬던것처럼 말입니다.
이 영화를 보며 많은 분들이 [죽은 시인의 사회]보다는 잔잔하고 극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실 겁니다. 처음엔 저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요. 보수적인 학교에 대항하는 캐서린 왓슨과 그녀를 존경하는 제자들의 감동적인 항쟁이 [죽은 시인의 사회]처럼 벌어질줄 알았지만 이 영화는 결코 그러지 않습니다. 캐서린 왓슨은 보수적인 학교의 제안을 대항한번하지 않고 조용히 뒤로 물러나 떠납니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으로 유명한 마이크 뉴엘 감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모나리자의 미소'처럼 잔잔하고 온화한 미소로 이 영화를 일관합니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지루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자세히 천천히 감상하다보면 명화의 기품에 맘을 빠앗기는 것처럼 이 영화 역시 결코 화려하지는 않지만 영화를 곱씹으면 씹을수록 그 깊은 맛을 우러내며 결코 지워지지않을 강한 인상을 남깁니다.
여성이 학교에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진보처럼 여겨지던 50년대의 미국. 남편의 성공이 곧 자신의 성공이라 굳게 믿으며 자신의 능력과 지식을 남편의 뒷바라지에 쏟아 붓는 것만이 최고의 성공이 믿었던 그 시절의 여성들에게 남자에게 기대지말고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능력을 자신을 위해 활용하자고 조용히 외쳤던 캐서린 왓슨의 교육은 비록 키팅선생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그보다 더 애잔한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모나리자는 웃고 있지만 과연 그녀가 행복했을까요?'라고 묻는 베티 웨렌(커스틴 던스트)의 질문은 50년대 여성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이기에 그 사회에 자기 자신을 맞춰나가며 사회적인 잣대의 행복을 진정한 행복으로 믿고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 영화는 말합니다. '진정 행복하십니까?'라고... 이 영화속 질문을 감지해내는 그 순간 여러분들은 진정으로 [모나리자 스마일]의 진정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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