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뎁만큼 신비하면서도 타락해보이고, 약해보이면서도 강인해보이는 배우도 드물겁니다. 전 조니 뎁의 그런 이미지가 좋아서 그의 영화는 모두 보는 편입니다. 하지만 그는 흥행성이 있는 영화보단 작품성이 있는 영화의 출연을 선호하기에 그의 영화는 지루한 경우가 많았죠.
그러나 <프롬 헬>은 다릅니다.
조니 뎁의 매력을 충분히 살리면서도 영화적인 재미도 갖춘 스릴러 영화입니다.
영화의 배경은 19세기 영국 런던... 그 곳에서 창녀들을 연쇄적으로 처참히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해결하기위해 천재적인 수사관 프레드 애벌린(조니 댑)이 투입됩니다.
영화는 스릴러 영화답게 관객에게 '범인 맞추기 게임'을 제시합니다. 관객들은 애벌린과 동일화되어 연쇄 살인범을 맞춰야하며 매력적인 창녀 메리 켈리(헤더 그레이엄)을 보호해야 합니다.
솔직히 이 영화는 스릴러로써의 관객과의 게임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합니다. 전 범인을 단번에 맞췄거든요. 스릴러를 즐기는 영화팬이라면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쉽게 범인을 맞출수 있습니다.
하지만 <프롬 헬>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이유는 마치 조니 뎁이라는 배우의 눈빛이 그러하듯 이 영화의 몽롱한 분위기덕분입니다.
아편에 중독되어 환각속에서 다가올 위험과 죽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된 애벌린덕분에 이 영화는 시종일관 아편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위기로 영화를 이끌어가며 애벌린과 동일화되어야 하는 관객들 역시 마약에 취한 이 영화의 분위기에 이끌리게 되는 거죠.
그리고 또 한가지... 전 이 영화의 마무리가 너무나도 좋습니다. 켈리를 사랑하기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켈리의 곁에 가지못하고 켈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자들을 감시하는 애벌린의 가슴아픈 사랑... 결국 애벌린의 행복한 미래를 보며 아편에 취해 죽음을 맞이하는 그의 모습이 조니 뎁의 가녀린 모습과 겹쳐지며 절 가슴아프게 하더군요.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습니다. 마치 마약에 취한듯이...
IP Address : 218.49.6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