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플루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하고있다.
중세의 페스트에 이어 에이즈, 조류 독감등 인류의 종말을 예고하는 신종 바이러스들이 끊임없이
출현하여 인류를 위협하지만 다행히 우리는 아직 건재하다.
노벨상 수상 작가인 사마라구 원작의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 는 원작의 명성을 제대로 살리지 못
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엉성한 구성과 현실감이 없는 스토리 전개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도덕적종말이 다가왔슴
을 경고하는 것만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을만한 영화가 아닐까.
영화의 내용은 원인모를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장님이 된 사람들이 수용소에 격리되어 눈먼 자들끼
리 지내는 동안 원초적 욕망인 식욕과 성욕을 채우기 위해 강도, 살인, 강간등 인간 이하의 온갖 추
악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자신들의 잘못을 깨닫고 인간성을 회복해가는 과정을 리얼하게 그려놓았
다.
리얼리즘의 대가답게 등장 인물의 이름이 없이 맨 먼저 장님이 된 제 1의 장님과 그를 치료하다 감
염되어 장님이 된 제 2의 장님, 제 3의 장님...善의 상징으로 등장하는 제2의 장님의 아내만 제외하
곤 시민 모두가 장님이 되어 화려했던 도시는 완전히 멸망하였다.
그나마 초기에 감염되어 수용소에 격리되었던 장님들은 노아의 방주에 올라탄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작가의 감정이입없이 밋밋하게(치열하게) 사실 전개만을 해 나가는 영화를 보면서 나는 이상(李想)
시인의 시 '오감도'가 떠올랐다.
13인의아해가도로로질주하오.
(길은막다른골목길이적당하오.)
제1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제2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 (생략)
제13의아해가무섭다고그리오.
13인의아해는무서운아해와무서워하는아해와그렇게뿐이모였소.
(다른사정은없는것이차라리나았소)
... (생략)
단순하게 나열되는 13인의 아해들은 무서운 아해(惡)와 무서워하는 아해(善)들이다.
아름다운 시어로 표현하기에는 너무 처절한 상황이었기에 차라리 다른 사정은 없는게 나았을지도
모른다.
영화 '눈먼 자들의 도시'는 다른 사정을 보여줄 필요가 없었기에 현실감이 떨어지고 구성이 치밀하
지 못하다는 단점은 오히려 사치스런 감상으로 보인다.
시력을 잃어 세상이 허옇게 보이는 장님들은 天刑을 받은 惡의 군상이다.
먹을 것과 아내의 정조를 맞바꾸는 남편의 고개숙인 모습은 현 시대의 일그러진 단면이다.
지옥에 떨어져서도 여전히 동물적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귀다툼을 하는 모습은 동물들의 살아남기
위한 약육강식에 지나지 않았다.
영화는 사람들이 인간성을 회복하면서 시력을 되찾는 것으로 끝을 맺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아있다.
과연 인간성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